▲ 일라이 하이즈(왼쪽)가 앨버트 푸홀스의 2000타점 공을 야구 명예의 전당 디렉터 수잔 매케이에게 전달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뉴스 웹사이트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LA 에인절스 앨버트 푸홀스의 2000타점 공이 결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기증됐다.

33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팬이며 법대생 일라이 하이즈는 지난 5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경기에서 앨버트 푸홀스의 메이저리그 개인통산 2000타점이 된 홈런볼을 잡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행크 애런(2297타점)과 알렉스 로드리게스(2086타점)에 이어 역대 3번째 2000타점을 달성한 기념비적인 공이었다. 올 시즌 4경기를 남겨놓고 있는 푸홀스는 현재 2075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하이즈는 공을 잡은 뒤 "푸홀스에게 공을 돌려주라는 경기장 안전요원들과 구단 관계자들의 강압적인 요구에 화가 났다"며 '공 대신 다른 선물을 주겠다'는 모든 제의를 거절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디트로이트 뉴스 보도에 따르면 하이즈는 지난달 8월 11~12일 기간, 가족 및 친구들과 뉴욕 쿠퍼스타운에 있는 야구 명예의 전당을 찾아 직접 푸홀스의 2000타점 공을 기증했다.

하이즈는 공을 최고 5만 달러(약 5900만 원)까지 주고 사겠다는 오퍼를 받았지만 거부하고 한푼도 받지 않고 직접 명예의 전당을 찾아가서 공을 전달했다. 하이즈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솔직히 언젠가 그 공을 다시 못 만질 날이 올 것이라 예감했다"고 말했다. 만질 수는 없지만 앞으로 하이즈는 언제든지 명예의 전당에 가면 자신이 기증한 공을 볼 수 있다.

하이즈는 2018년 6월 11일 생후 21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아들 사이러스 이름으로 공을 기증했다. 메이저리그 레전드 투수 사이 영의 이름을 따라 지은 이름이었다. 하이즈는 야구장에 가면 즐거워 했던,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는 어린 아들을 야구 역사에 남을 공을 기증하며 기억했다. 

▲ 일라이 하이즈가 아들 사이러스와 함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홈구장 코메리카파크를 찾았을때. ⓒ디트로이트 뉴스 웹사이트
이제 하이즈는 공을 잡은 뒤 약 2주 후인 5월 26일 태어난 딸과 함께 명예의 전당을 방문할 때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오빠의 얘기와 푸홀스의 2000타점 공에 관련된 모든 기억을 같이 공유할 계획이다.

하이즈는 지난 5월 10일 '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에서 사귄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디트로이트 경기를 즐기고 있다가 푸홀스의 홈런공을 잡았다. 당시 그 2000타점의 역사적 가치는 모른 채 그저 홈런공을 잡은 줄로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안전요원들이 '공을 돌려주라'고 강압적으로 요구를 하자 거부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하이즈의 개인 SNS는 협박과 욕설로 도배되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공의 소유권에 대한 논란은 인정할 수 있어도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증오만 가득찬 욕설은 참기 힘들었다고. 그리고 하이즈는 하루 뒤에 푸홀스에게 돌려주려고 결심했는데 이미 푸홀스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푸홀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공을 돌려받기 위해 하이즈에게 돈을 지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관중석에서 공을 잡은 팬이 공을 보관할 권리가 있다"며 "2000타점 공을 구입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쿨'하게 대답했다. 푸홀스는 "하이즈는 역사의 한 부분을 소장하게 됐다. 공을 볼 때마다 이날 경기를 떠올릴 것"이라며 "우리는 팬들을 위해서 경기를 한다. 하이즈가 좋은 추억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이즈는 일단 공을 은행 금고에 보관하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시간을 갖고 결정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푸홀스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팬인 동생에게 줄 생각도 해봤다. 본 적도 없는 에인절스 팬으로부터는 현금 오퍼도 받았다. 그리고 공 덕분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출신으로 1988년 다저스 월드시리즈 1차전 홈런의 주인공 커크 깁슨도 만날 수 있었다. 깁슨은 '만약 공을 기증할 생각이라면 자신의 자선 단체 경매에서 해줄 수 있느냐'는 제의도 했다고 한다. 많은 옵션 중에 아직도 많은 법대 학자금을 갚아야 하는 하이즈에게는 공을 돈 받고 파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하이즈는 고민 끝에 야구 명예의 전당에 공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의미있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는 아들의 이름 사이러스와 자신이 사랑하는 도시, 디트로이트 시민의 이름으로 공을 기증할 것을 결심했다. 그리고 지난달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 야구 명예의 전당으로 여행을 겸해 함께 갔다. 어려서부터 야구장을 데려가 주던 아버지는 최근 탈장 수술 때문에 같이 갈 수 없어서 대신 화상통화로 함께 했다.

▲ 일라이 하이즈(왼쪽)가 지난 5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경기 도중 앨버트 푸홀스의 2000타점 공을 잡은 후 경기를 중계하던 지역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mlb.com
하이즈가 공을 잡은 날 경기장에서 메이저리그는 공식 인증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푸홀스가 친 공이 펜스를 넘어 외야 좌석을 맞추며 생긴 초록색 자국이 비공식 인증이었다. 하이즈는 야구 명예의 전당 신임 사장 팀 메드와 소장팀 디렉터 수잔 매케이에게 공을 직접 전달했다. 메드 사장은 에인절스 구단에서 40년 이상 근무한 홍보팀 부사장 출신으로 올 5월 야구 명예의 전당 사장으로 부임했다. 메드 사장이 에인절스 구단을 통해 푸홀스에게 이 소식을 전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이즈가 야구 명예의 전당에 공을 전달하는 아주 소박했던 행사는 하이즈와 그의 가족들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이다. 하이즈는 "당장 5만 달러의 돈이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지만 돈으로 살수 없는 것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야구 명예의 전당은 그날 하이즈와 가족 및 친구들에게는 평소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특별 투어를 제공했으며 하이즈에게는 평생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입장권을 선물했다.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