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아워바디'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아워 바디'(감독 한가람)는 몸에 관한 흔치 않은 영화다. 달리면서 바뀌는 몸을, 함께 바뀌는 삶을 이야기한다. '아워바디'를 보면 달리고 싶어진다. 그러나 건전한 운동 권장 영화를 기대했다간 뜻하지 않은 펀치를 마주할 것이다.

고시생 자영(최희서)는 태어나 공부만 했다. 한칸짜리 월셋방에서 고시공부만 한 지 8년째. 체념 속에 초점마저 흐려져 간다. "공무원은 못 돼도 사람답게는 살자"며 남자친구는 떠났다. 엄마는 먹던 밥을 치워버렸다. 흐릿해진 그녀의 시선에 들어온 건 달리기하는 여자 현주(안지혜)다. 아름다운 몸, 정돈된 자세로 가볍게 달리는 그녀에게 매료된 자영은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한다. 현주를 따라 뛰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자영은 그간 억눌려왔던 것을 토해내듯 울음을 토내낸다. 이 일로 현주와 가까워진 자영은 본격적으로 밤의 길을 달린다. 고시 준비만 8년을 한 근성은 달리기에서도 발휘된다. 그녀의 몸이, 삶이 조금씩 변한다. 책상머리에 틀어박혔던 자영의 세상도.

'아워 바디'는 왜 달리냐는 질문에 몸은 달린 만큼 달라진다고 답한다. 어느 미래도 노력만큼의 답을 담보할 수 없는 시기, 무엇에라도 몰두해야 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달리기와 몸으로 풀었다. 그러나 영화는 건강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식으로 달리기의 힘을 칭송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달리기는 답이 아니라 또다른 질문이다. 자영의 이야기는 단단해진 몸으로 사회에 나가며 새로운 막에 접어든다. 스스로에게 눈을 뜬 자영은 문득 달리기에 뛰어들었듯,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것을 향해 겁없이 몸을 던진다. 그것이 비록 이해하기 힘든 선택일지라도 영화는 지지한다는 듯 담담하게 비춘다. 이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도 함께 담아낸다. 

몸을 향한 '아워 바디'의 시선은 특히 매력적이다. 탄력있는 팔다리, 살아나는 복근, 매끄러운 등을 땀방울은 물론 솜털까지 잡힐 듯 가까이 잡아 묘한 긴장까지 인다. 그러나 여성의 신체는 성적인 대상이 아니라 생명력을 뿜어내는 '몸' 자체로 단호하게 표현된다. 놓아버린 삶과 함께 몸도 망가뜨렸던 자영이 달라져가는 몸과 함께 살아있음을 깨닫는 과정이 서늘한 서울의 밤공기와 함께하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입체적인 여성캐릭터는 영화의 메시지, 태도와 어우러져 더욱 인상적이다. 운동복도 따로 없던 후줄근한 고시생에서 타이트한 운동복의 러너로 바뀌어가는 최희서가 그 핵심이다. '동주'와 '박열'을 통해 주목받았던 그녀는 '아워 바디'를 통해 일상적인 인물을 통해서도 생기와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배우임을 입증한다. 수시로 들어가는 타이트한 클로즈업을 당당히 소화하는 그녀는 섬세한 표정은 물론 작은 몸짓과 자세로도 인물의 감정을 풍성하게 그려보인다.

현주 역의 안지혜의 역시 매력있다. 시선을 붙드는 자태, 정돈된 호흡으로 시선을 잡아끈 안지혜는 몸을 잘 쓰는 배우 이상의 안정된 드라마를 그려보인다. 김정영, 이재인, 노수산나, 금새록 등의 저마다의 시선이 분명한 여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만만찮다.

러닝타임 95분. 15세 관람가.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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