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우 샤말 예슬라모바,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 리사 타케바 감독,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왼쪽부터)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칸에서 처음 만났고, 스카이프로 소통했죠."(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

카자흐스탄-일본의 합작으로 탄생한 평원의 이야기. 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의 감독과 배우들이 부산영화제 개막작 선정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쉽지만은 않았던 합작 과정과 영화에 담긴 의미 등을 전했다.

3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감독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리사 타케바) 시사회가 열렸다. 시사회에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는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 리사 타케바 감독, 배우 샤말 예슬라모바,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가 참석했다.

카자흐스탄-일본 합작영화인 '말도둑들, 시간의 길'은 말을 팔러 장터로 갔던 남자가 아이들에게 선물할 새끼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말도둑들에게 살해당하고, 남자의 장례식을 치른 여자와 아이들이 마을을 떠나기로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2015년 '호두나무'로 그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카자흐스탄 출신 감독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와 '죽음의 새기쏜가락'으로 2014년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데뷔한 일본 감독 리사 타케바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개막작 연출자로 다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은 "개막작으로서 기대치 않았는데 선정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칸영화제에서 처음 만난 리사 타케바 감독과 작품 구상을 이야기했고, 이후 스카이프로 소통하며 공동 제작을 했다고 설명했다.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은 "일본이 중앙아시아와의 공동제작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저도 공동제작에 관심이 많아 이번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제작 뿐 아니라 배우의 연기 측면에서도 합작이 이뤄져 흥미롭고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4년 전 뉴커런츠상 수상에 대해 "그 상이 이후 작업에 원동력이 됐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관객들에게 제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하며 기자회견을 시작한 리사 타케바 감독은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한 기념비적인 해에 초청해주신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 영화를 평소에도 좋아한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그는 아버지를 두 번 잃은 아이의 이야기라고 '말도둑들. 시간의 길'을 설명하며 소련 붕괴 이후 국가를 잃어버린 듯한 중앙아시아 나라의 상황이 그와 닮았다고 느꼈다고도 설명했다.

리사 타케바 감독은 국적과 언어가 다른 감독, 배우의 합작영화 제작 과정에 대해 "일본 배우에 대해서는 제가 디렉션을 하고 카자흐스탄 배우에게는 예를란 감독이 디렉션을 하기로 정하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혼돈이 있었다. 저는 그림의 연결성을 지켜보는 역할을 주로 했고, 예를란 감독은 배우도 했던 터라 배우들과 가까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즐겼다. 엄밀하게 역할 분담을 했다기보다는 때에 따라 대응하며 작업해갔다"고 설명했다.

사말 예슬라모바가 연기한 여인 '아이굴'의 이름은 '달의 꽃'이라는 뜻으로 마음과 외모가 아름답다는 의미이고, 모리야마 미라이가 연기한 남자 '카이랏'의 이름에는 강한 남자라는 뜻이 있다고.

사말 예슬라모바는 2018년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 감독의 '아이카'를 통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카자흐스탄 출신 배우다.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완성된 작품을 오늘 개막식에서 보게 돼 기대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 각국 영화 감독으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전해진 사말 예슬라모바는 이번 작품에서는 극도로 절제된 연기를 펼쳤다. 그는 "연기는 감독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저의 성향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님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실현하느냐"라면서 "굳이 구분한다면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데뷔, 이상일 감독의 '분노', 버나드 로즈 감독의 '사무라이 검신' 등에 출연한 일본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는 가족을 찾아온 남자 카이랏으로 분해 카자흐스탄 현지 언어로 연기를 펼쳤다. 그는 "이번 이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오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감사하고 있다. 카자흐스탄테서 보냈던 2~3주의 시간은 저에게 선물같은 시간으로 남아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리야마 미라이는 "현장의 상황, 설정이 수시로 바뀌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어떤 해석을 하고 있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고 고백하며 "언어를 전혀 몰라 처음부터 공부했다. 애드리브는 전혀 없이 대본에 충실히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절제된 미세한 표현을 했지만 따스한 대지의 기운을 느꼈다면서 영화를 보고 나니 서사시를 본 듯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곽혜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