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두 번째 투수 박진우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힘껏 공을 뿌리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포스트시즌은 투수 교체가 승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승부다.

흐름의 경기인 야구, 그것도 단기전에서 투수 교체를 어떻게 하느냐는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판단이 된다.

매 경기 치열하게 펼쳐지는 양 팀 감독의 머리싸움. 결과에 따라 울고 웃을 수 밖에 없는 투수 교체의 묘미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날의 승부처를 읽어 볼 수 있다.

매 경기 펼쳐지는 불펜 싸움에 주목해 이번 포스트시즌을 들여다보자.

-NC

△선발투수 교체 타이밍 : C

NC 선발 프리드릭은 출발이 좋지 못했다. 1회부터 선취점을 내주며 끌려가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4회에도 위기를 맞았다. 3회 만루 위기를 막아 낸 뒤 맞은 첫 이닝. 첫 타자 구본혁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구본혁은 타격 능력이 빼어난 선수가 아니다. 그런 구본혁에게 안타를 맞은 것은 분명 위험 신호였다.

그러나 NC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다음 타자 이천웅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무사 1, 3루가 됐다.

이천웅은 이전 두 타석에서 모두 프리드릭에게 안타를 쳤다. NC는 무사 1, 3루에서 박진우를 투입했다.

투수 교체 타이밍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NC는 불펜에 임정호와 강윤구라는 좋은 좌완 스페셜리스트를 두 명이나 보유한 팀이다.

무사 1루, 이천웅 타석에서 임정호를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프리드릭이 좌완 투수이긴 했지만 임정호는 또 다른 유형의 좌완 사이드암스로 투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결단이 필요해 보였다.

NC는 이날 경기에서 지면 모든 것이 끝나는 승부였다. 보다 공격적인 투수 교체가 아쉬웠다.

좌완 선발 프리드릭 이후 곧바로 사이드암스로인 박진우를 투입해 LG 타자들에게 혼란을 주겠다는 뜻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임정호를 이천웅과 붙였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두 번째 투수 박진우 : C

박진우는 LG전 평균 자책점이 1.69에 불과할 정도로 LG전에 강했다. 하지만 이날 승부에선 강점을 보이지 못했다.

대타 박용택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우타자인 이형종에게 2루타를 맞으며 3점째를 빼앗긴 대목은 아쉬웠다.

△네 번째 투수 강윤구 : A

강윤구는 팀이 패하는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투구를 했다. 7회 무사 1루에서 등판해 병살타를 유도했고 8회엔 세 타자를 내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내년 시즌 NC 불펜이 한결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쾌투였다.

-LG

△선발 교체 타이밍 : A-

LG는 이날 컨디션이 좋았던 선발 켈리를 충분하게 끌고 갔다. 켈리는 6회까지 노진혁에게 홈런 한 방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6회까지 투구수가 94개였다. 차우찬이 뒤에 있는 만큼 7회초 교체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LG 벤치는 두 타자를 더 켈리에게 맡겼다. 만에 하나 켈리가 주자를 내보냈다면 다음 투수 차우찬이 부담스러울 수 있었겠지만 켈리가 두 타자를 완벽하게 막으며 부담을 줄여 줬다. 차우찬도 아낄 수 있는 역투였다. 다만 켈리의 호흡이 흔들렸다면 차우찬까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소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엇다.

△두 번째 투수 차우찬 : A

차우찬은 완벽했다. 선발로 많은 경기를 뛰는 투수들이 불펜으로 나오면 첫 타자 승부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 실점을 하더라도 긴 이닝을 던지면 되는 선발과 달리 불펜은 주자 한 명, 점수 하나에 팀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날처럼 2점 차 살얼음 승부라면 더욱 그랬다.

차우찬은 흔들리지 않았다. 첫 타자 노진혁을 2루 땅볼로 솎아 내며 이닝을 끝냈다.

이후 8회까지 세 타자로 막아 내며 류중일 감독의 차우찬 불펜 카드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마무리 고우석 : B-

고우석은 포스트시즌이 이번이 처음이다. 시즌 내내 부담스러운 마무리 상황을 경험해 왔지만 포스트시즌은 또 다르다.

고우석도 흔들렸다.

첫 타자 박민우는 2루 땅볼로 잘 처리했으나 양의지에게 안타를 맞았다. 계속 제구가 흔들렸다. 결국 스몰린스키에게 볼넷을 내주며 1, 2루로 몰렸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김태진을 빗맞은 타구로 막았지만 타구가 좌익수와 중견수, 유격수 사이에 떨어지며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고우석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희생플라이도 안 줘야 하는 박석민과 승부에서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고 이날 홈런이 있었던 노진혁까지 우익수 플라이로 솎아 내며 경기를 끝냈다.

첫 경험은 다소 흔들렸지만 이날의 경험이 다음 경기에서 보다 배짱껏 투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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