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진에 둘러싸인 손흥민. 그의 책임감.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파주, 유현태 기자] "다들 북한전에만 집중이 된 것 같다. 한편으론 걱정이 된다. 이곳에서 치르는 경기를 잘하고 북한전을 걱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 손흥민

한국 축구 대표팀은 스리랑카, 북한과 치르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7일 파주NFC에 모였다. '벤투호'는 10일 스리랑카와 화성에서 홈 경기를 치른 뒤, 15일엔 북한 원정을 떠난다.

많은 이들의 이목은 15일에 열리는 북한과 경기에 모인다. 스포츠를 넘어서는 남북 관계의 특수 상황 때문이다. 민간인 응원단의 방북은 어려울 전망이지만, 평양에서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경기를 치르는 것 자체가 무려 29년 만이다. 1990년 10월 남북 통일축구 1차전이 마지막이다.

북한 원정은 그 자체로 사건이다. 하지만 소집 첫날 주장 손흥민은 평양 원정에 관해 "뭘 보고 오겠나. 경기만 하러 간다. 우리가 여행객은 아니다. 경기에만 집중하겠다. 선수로서 경기 하나만 생각하고 싶다"며 외부적 요소와 관계없이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손흥민이 단호하게 대답한 이유는 무엇일까. A대표팀에 첫 소집된 이재익은 "평양 가는 게 조금 무섭다"며 "잘 살아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외적 요소에 분명히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본인은 물론 동료, 특히 후배들의 정신 무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스리랑카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다. 스리랑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202위에 올라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가운데서도 뒤에서 2번째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이 패배를 걱정할 상대는 아니다. 무승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는 안방인 한국에서 열린다. 그럼에도 방심을 경계했다.

손흥민은 "똑같이 11명이 하고 해봐야 안다. 축구는 강팀이 얼마든지 질 수 있다. 그 팀을 존중하고 스리랑카도 강한 정신력으로 나설 것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저희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전 역시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하지만 손흥민은 스리랑카전부터 잘 치른 뒤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장이 정신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번 2연전이 '끝'이 아닌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오르기 위해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쳐야 한다. 2차 예선의 시작을 알린 투르크메니스탄 원정도 쉽지 않았다. 2차 예선을 통과하더라도 이란, 일본, 호주,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만만치 않은 팀들과 최종 예선에서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무대의 높아진 수준은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이미 확인한 터다. 비슷한 전력의 팀이라면 작은 마음가짐의 차이에서 결과가 갈릴 수 있다.

손흥민은 지난 9월 A매치 기간에도 대표팀을 꼬집는 쓴소리를 했다. 그는 9월 6일 벌어진 조지아전에서 2-2로 비긴 뒤 "스리백 전술의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의 정신력이 가장 크다"며 "이런 경기를 치른 것에 주장으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은 대표팀으로서 창피한 일"이라고 질책했다. 이어 "솔직히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약체라고 생각할 팀은 없다"며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기성용, 구자철의 은퇴 이후 경기장 안팎에서 한국 축구를 이끄는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기량은 물론이고 이제 경험도 풍부하다. 2010년 함부르크에서 프로 데뷔를 한 뒤 바이엘 레버쿠젠과 토트넘까지 독일과 잉글랜드에서 프로 선수로 생활하며 세계 정상급 측면 공격수로 성장했다.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2번의 월드컵에 출전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도 경험했다. 이제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후배들을 이끌고 가야 하는 위치다.

주장의 막중한 책임감을 손흥민의 말에서 읽을 수 있었다.

"(마음이)가벼울 수가 없다. 월드컵 나가냐, 못 나가냐의 문제가 걸렸다. 10일 훈련하고 함께 뛰는 건 좋은 일이지만 주장으로서 경기력과 결과를 같이 내야 해서 발걸음이 가벼울 수 없다. 어린 선수들도 많고 중간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이, 경기장 안팎에 많다."

스포티비뉴스=파주,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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