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련을 지켜보는 벤투 감독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파주, 유현태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은 25명을 두루 살펴가며 최적의 조합으로 최상의 결과를 내겠다는 각오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스리랑카, 북한과 치르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7일 파주NFC에 모였다. 벤투호는 10일 스리랑카와 화성에서 홈 경기를 치른 뒤, 15일엔 북한 원정 경기를 치른다.

29년 만에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평양을 찾는다. 이에 따라 외부 관심도 쏠린 상황. 7일 훈련을 시작하며 취재진과 만난 벤투 감독은 "(평양 원정이)경기를 치르는 과정에 있어 결정적이거나 변수가 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며 "모든 사람이 스리랑카전에만 집중하고 그 경기를 잘 치르고 이후 북한전을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자체에 초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벤투호'가 경기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밀집 수비 공략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202위로 약체로 꼽히는 스리랑카는 물론이고, 113위 북한 역시 한국을 상대로 밀집 수비를 펼치고 역습을 노릴 것이 자명하다. 먼저 득점하고 리드를 잡고 상대를 끌어내면서 추가 득점을 노리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 확답하지 않는 벤투, 공격수-공격 2선엔 좋은 선수가 많다

"두 경기 모두 수비에서 조심해야 하지만, 공격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상대가 밀집 수비를 하면 최대한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경기 운영을 해야 한다. 공격 시 주고받는 패스나 슈팅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골문 앞 1대1 상황을 잘 살려 마무리해야 한다. 투르크메니스탄전 전반 초반부터 30분까지의 모습이 많이 나와야 한다." - 파울루 벤투 감독

목표를 어떻게 실현하는가가 과제다. 벤투 감독은 황희찬, 남태희, 김신욱의 기용과 활용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확실한 힌트'는 하나도 주지 않았다. 그저 "어느 공격 조합이나 전형을 사용하더라도 우리 철학에 벗어나지 않는 경기를 해야 한다. 경기마다 상대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떤 순간에 집중하고 세밀하게 해야 하는지를 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현재 벤투호에 소집된 공격수들은 저마다 흐름이 좋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잘츠부르크), 김신욱(상하이 선화)은 소속팀에서 모두 고루 공격 포인트를 올리면서 저마다 장점을 자랑한다. 아시아 최고의 축구 스타 손흥민은 최전방은 물론 공격 2선에서도 두루 기용될 수 있다. 황의조는 마무리에서, 황희찬은 저돌적인 움직임에서, 김신욱은 높이와 힘에서 비교 우위를 갖고 있다. 

2선 공격수도 풍부하다. 이재성(홀슈타인 킬), 권창훈(프라이부르크), 나상호(FC도쿄), 이동경(울산 현대), 이강인(발렌시아) 등 지난 소집에도 뽑혔던 선수들에 남태희(알사드)까지 가담했다. 남태희는 기술이 뛰어나고 빠른 발에, 패스 능력과 전술 이해도까지 갖춰 벤투 감독의 중용을 받았다. 기존의 선수들과 다른 스타일로 벤투호에 활력이 될 전망이다.

다양한 특성의 선수들이 모인 만큼, 여러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밀집 수비를 뚫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면 그 '방식'이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벤투 감독이 아직 '확답'을 주지 않고 "훈련하며 지켜보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 스리랑카-북한 2연전을 앞두고 소집 첫날 훈련을 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 ⓒ연합뉴스

◆ '패스 플레이, 높이, 솔로 플레이' 어떤 방법을 선택할까

우선 팀플레이에 초점을 맞추며 조직적으로 밀집 수비를 깨는 것이 정공법이다. 최종예선에선 이란, 일본, 호주,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만만찮은 팀과 상대해야 한다. 또한 벤투호의 최종 목표는 월드컵이다. 세밀한 공격 전개를 가다듬어야 한다.

7일 첫 훈련에서도 벤투 감독의 구상을 엿볼 수 있었다. 1시간 정도 진행된 훈련의 마지막 세션은 11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5명, 6명씩 수비와 공격으로 나뉘어 대결했다. 벤투 감독은 훈련 도중 세밀하게 공격 팀의 움직임을 지도했다. 통역의 목소리를 거쳐 전달된 지시 사항은 세밀한 포지셔닝, 오프 더 볼의 움직임으로 "옵션을 늘리라는 것"이었다. 한국을 상대하는 수비로선 막아야 할 곳이 늘어난다는 뜻. 벤투호가 출범한 이후 유지했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스리랑카처럼 한국과 개인 기량 차이가 크다면 더 쉬운 방법도 있다. 손흥민, 남태희, 황희찬처럼 개인적 우위를 앞세워 1대1 상황에서 압도하며 무너뜨리는 것도 가능하다.

김신욱의 압도적인 신체 능력으로 단순하게 수비진을 부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이용, 김진수(이상 전북 현대), 홍철(수원 삼성) 등 크로스가 장점인 측면 수비수도 김신욱과 궁합이 좋다. 하지만 벤투호는 김신욱을 단순하게 쓸 생각은 없다. 벤투 감독은 7일 훈련 중에 김신욱이 중앙에서 수비를 달고 움직이면 그 뒤를 공략할 것을 2선 미드필더들에게 강조했다. 벤투 감독은 "김신욱이 투입되면 그의 장점을 살리고 활용을 할 줄도 알아야 한다. 김신욱도 팀이 해왔던 스타일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밀집 수비를 무너뜨릴 최선의 방법과 조합을 찾는 것이 먼저다. 이에 맞춰 '핵심' 손흥민의 위치를 확정하는 등 11명의 선수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라인업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 모인 25명의 선수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소집했다. 특징을 파악하고 어떻게 살려야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 벤투 감독

스포티비뉴스=파주,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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