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든든한 투구로 팀 허리를 지킨 SK 정영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정영일(31·SK)은 14일 키움과 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한 분석 데이터를 봤다. 그리고 확신을 얻었다. 이 데이터에는 자신의 패스트볼 분당 회전수(RPM)가 적혀 있었다.

14일 경기에서 정영일의 패스트볼 RPM은 최고 2600을 넘었다. 정영일은 “올 시즌 수치 중 가장 좋다”고 했다. 이미 자체 연습경기에서도 패스트볼 RPM은 2600을 넘나들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이 지칠 법한 시기, 정영일은 오히려 가장 좋은 수치를 찍고 있었던 것이다. 데이터를 설명하는 정영일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정영일은 14일 경기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고비는 있었지만 실점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에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수확이었다. 키움 강타자들이 정영일의 패스트볼을 쉽게 타격하지 못했다. 15일 경기에서도 힘이 있었다. 6회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⅔이닝을 20개의 공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탈삼진은 3개였다.

5-6으로 뒤진 6회 1사 1루 상황이었다. 도망가는 키움의 발걸음을 붙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정영일은 심리적으로 전혀 동요가 없었다. 김혜성과 서건창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고 SK 더그아웃에 기를 불어넣었다. 정영일의 투구에 힘을 받은 SK 타선은 6회 반격에서 로맥이 솔로포를 치며 동점을 만들었다.

7회에도 정영일은 김하성 이정후 박병호라는 상대 최고 타자들을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이정후의 타구는 유격수 김성현의 좋은 수비를 등에 업었다. 정영일이 버틴 덕에 SK는 7회 반격에서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물론 팀이 재역전패하긴 했지만 정영일의 역투는 인상적이었다.

정규시즌 리그 최정상급 불펜이었던 SK는 주축 투수들의 포스트시즌 경험이 부족하다는 일말의 단점이 있었다. 기량보다는 심리가 걱정이었다. 하지만 손혁 투수코치는 유독 “정영일의 멘탈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영일은 그런 손 코치의 장담을 증명하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영일은 큰 무대 체질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8경기(플레이오프 3경기·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단 1점도 내주지 않으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 올해까지 포스트시즌 10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진짜 가을사나이가 등장한 가운데 정영일은 포스트시즌에서 계속 던질 기회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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