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 원정을 마치고 17일 새벽 귀국한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이성필 기자] 현역 시절 숱한 경기를 치러봤던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평양 원정 선수단장도 북한의 행태에 상당히 질렸던 모양이다.

축구대표팀은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16일 오후 평양을 떠나 중국 베이징을 거친, 긴 여정이었다.

15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리그 3차전에서 대표팀은 북한과 0-0으로 비겼다. 국내 생중계가 되지 않아 모든 것은 늦게 이메일로 전달됐다.

최 부회장은 "원정 경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선수, 지원스태프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어려운 상황에서 잘 싸웠다. 자랑스럽다. 처음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다 어려웠다. 우리는 이기러 갔는데 비긴 그 자체만으로도 다행이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북한의 경기력은 전투 축구 또는 폭력 축구였던 모양이다. 최 부회장은 "전쟁 치르듯이 했다. (북한이) 그렇게 함성 지르고 지지 않으려는 눈빛이 살아 있더라. 우리는 정상적인 기술 축구를 하려고 했다. 정신력으로 무장했다. 부상 없이 잘 뛴 것으로 만족한다. 원정 가서 1점을 얻은 것으로 만족한다"며 최대한 정상적인 경기를 했음을 강조했다. 이어 "많이 거칠었다. 팔꿈치를 썼고 헤더나 공중볼 경합 때 (팔이)깊게 들어왔다"고 말했다.

무관중 경기는 최 부회장도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그는 "한 시간 반 전에 경기장에 갔다. '문이 열리면 5만 명이 들어오겠지'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끝까지 들어오지 않더라. 선수들도 벤투 감독도 놀랐다"며 생경한 경험을 전했다.

무관중의 이유를 끝까지 듣지 못했다는 최 부회장은 "(북한 인사가)대답을 못하더라. 왜 했냐고 물어보니까 '(경기가)보기 싫어서 안 오지 않았겠느냐'며 넘겨버리더라. 정확하게 대답하지 않더라"며 허탈한 반응만 얻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모든 것이 통제였다. 최 부회장은 "통신 자체가 되지 않았고 못했으며 할 수도 없었다. 인터넷 자체가 되지 않았다. 호텔 안에 외부인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거의 선수단만 있었다. (북한) 정부 인사들과 같이 있었다"고 답했다.

소위 방콕(?) 생활이었다. 최 부회장은 "(북한 인사가)자기 규정대로 이렇게 해야 한다고만 하더라. 말을 시켜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대답도 잘 하지 않았다"며 싸늘했던 시선만 받았다고 말했다.

2017년 4월 평양에서 있었던 2018 여자 아시안컵 예선과는 분위기가 180도로 달랐다. 최 부회장은 "당시와 달랐다. 삭막했다. 춥더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취재진을 한 명도 받지 않는 상식적이지 않았던 행동에 대해서는 "협회 들어가서 회의를 하고 규정도 봐야 한다"며 강력 항의를 예고했다.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방북에 대해서는 미리 알았다는 최 부회장은 "중앙문이 열리자마자 FIFA 관계자들이 (무관중) 광경 자체에 놀라더라. 아무도 없으니까 말이다"며 상식을 벗어난 경기 풍경에 FIFA 인사들의 행동을 전했다.
 
내년 6월 4일에는 국내에서 북한과 다시 만난다. 최 부회장은 "그때는 돌려주겠다. 혼내줄 거다. 실력으로는 우리가 낫다고 본다. 축구로만 본다면 훨씬 낫고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고맙게 여기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무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며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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