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이정후가 17일 고척돔에서 열린 SK와 플레이오프 3차전 3회말 2사 1,2루서 우익선상 2루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고척=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정철우 기자]볼 배합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볼 배합을 다루는 교본에도 항상 의외성이 있다는 점을 경고하곤 한다.

그러나 그 교본이 하나같이 주목하는 배합이 있다. 몸 쪽 높은 볼 존에 형성되는 공의 활용법이다. 어떤 교본이든 몸 쪽 높은 볼 존에 대해선 같은 평가를 내린다.

"타자의 몸 쪽 높은 존은 일단 보여 주기로 활용할 수 있다. 볼이 되더라도 타자의 시선을 흐트러트리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타자의 배트가 잘 나오는 존이기도 하다. 갑자기 눈높이로 공이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은 쳐도 파울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투수로서는 볼 카운트를 벌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존이다."

그렇다. 특히 빠른 공을 지닌 선수의 몸쪽 높은 볼 존 공략은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 어지간해선 쳐서 안타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 손목을 먼저 돌리며 쳐도 파울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존이다. 이 공을 페어 그라운드로 보내려면 대단한 타격 기술이 있어야 한다.

그 어려운 걸 이정후가 해냈다.

이정후는 17일 고척돔에서 열린 SK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회말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려 냈다. 상대 투수는 빠른 공을 지닌 소사였다.

키움은 3회말 선두 타자 김규민이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로 출루했지만 김혜성과 서건창이 잇달아 삼진을 당하며 기세가 꺾이는 듯했다

하지만 김하성이 볼넷을 얻어 나가며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이때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정후는 볼 카운트 1-1에서 3구째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익 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주자 두 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날의 결승타였다.

주목할 것은 공이 들어 온 존이었다.

투수 볼 배합 교과서에서 항상 등장하는 몸 쪽 높은 볼 존의 공을 공략해 장타를 만들어 낸 것이다. 구속이 149㎞나 됐다.

평범한 타자였다면 쳤어도 파울이 됐을 높은 존에 공이 형성됐다. 타이밍이 조금만 빨랐어도 무조건 파울이 되는 공이었다.

그러나 이정후는 이 공을 페어 그라운드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대단히 기술적인 배팅이었다. 이정후의 천재성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대목이었다.

소사와 이재원 배터리는 볼 카운트 1-1에서 높은 볼 존의 공을 보여 주거나 파울을 만들어 다음 공을 던지기 쉽게 만들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지간한 타자였다면 그 전략이 성공을 거뒀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상대가 이정후라는 점에서 결과가 달리 나왔다.   

이정후는 이 한 방으로 왜 자신이 천재로 불리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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