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문승원이 17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과 플레이오프 3차전서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고척=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정철우 기자]포스트시즌은 투수 교체가 승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승부다.

흐름의 경기인 야구, 그것도 단기전에서 투수 교체를 어떻게 하느냐는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판단이 된다.

매 경기 치열하게 펼쳐지는 양 팀 감독의 머리싸움. 결과에 따라 울고 웃을 수 밖에 없는 투수 교체의 묘미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날의 승부처를 읽어 볼 수 있다.

매 경기 펼쳐지는 불펜 싸움에 주목해 이번 포스트시즌을 들여다보자.

-17일 키움-SK 플레이오프 3차전

-SK

△선발투수 교체 타이밍 : C

SK 선발 소사는 출발이 좋았다. 2회까지 안타 1개만을 내주며 호투했다.

하지만 3회 들어 흔들렸다. 선두 타자 김규민에게 안타를 맞은 뒤 두 타자를 내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세를 올렸지만 김하성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감을 안겼다.

결국 이정후에게 우익 선상 2루타를 맞으며 2점을 뺏겼다.

이어 박병호에게도 적시타를 맞으며 3점째를 허용했다.

SK는 내일이 없는 승부였다. 소사가 흔들렸을 때 바로 교체가 이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SK는 소사를 좀 더 끌고 갔고 플레이오프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게 된다.

△필승조 김태훈 정영일 : C

둘에게도 좋은 평점을 주기 어려웠다. 소사가 4회말 2루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에 오른 김태훈은 실점을 하며 이닝을 끝냈다.

다음 이닝에선 더 흔들렸다. 서건창 이정후에게 안타를 맞으며 1사 1, 3루를 만든 뒤 강판됐다.

SK는 정영일을 투입했지만 정영일은 박병호를 고의 4구로 거른 뒤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샌즈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추가점을 허용했다.

이어 송성문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추가 실점을 했다.

△제대로 쓰지 못한 조커 문승원 : D

염경엽 SK 감독은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 문승원을 불펜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거의 1이닝씩만 막아 온 불펜 요원들 대신 멀티 이닝 투구가 가능한 문승원을 공격적으로 쓰겠다고 했다. 염 감독은 "문승원은 최장 5이닝까지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선발이 흔들리면 빠르게 교체해 긴 이닝을 맡기는 활용법이 예상됐다. 하지만 문승원은 거의 경기 말미나 흐름이 넘어간 뒤 마운드에 올랐다.

문승원 활용법을 제대로 꺼내 든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날도 소사가 3회부터 흔들렸다면 바로 문승원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문승원은 이미 점수 차가 제법 벌어진 뒤 등판했다.

불펜 '+1' 카드를 제대로 활용해 보지도 못한 채 3연패로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힘이 떨어져 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갖고 있는 힘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지면 여진이 강할 수 밖에 없다.

SK는 문승원을 제대로 활용하고 패한 것인지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키움

△멀티 이닝 숙제 남긴 안우진 : 이날 키움 불펜에 대해선 크게 할 말이 없다. 워낙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었기에 성과를 따지기 어려웠다.

다만 안우진에게는 숙제가 주어진 등판이 됐다.

안우진은 팀이 4-1로 앞선 5회 2사 1, 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부담감이 적지 않은 등판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베테랑 김강민이었다.

그러나 안우진은 김강민을 중견수 플라이로 솎아 내며 이닝을 매조졌다.

문제는 다음 이닝이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유주자 때 불펜 투수를 투입하면 그다음 이닝에선 가급적 다시 올리지 않는 운영법을 쓴다.

안우진을 6회에도 올렸던 것은 안우진의 운영 능력을 테스트해 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우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선두 타자 이재원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고 대타 한동민에게는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안우진은 조상우와 함께 불펜의 핵심 카드다. 최고의 위기의 순간 마운드에 올라 불을 끄는 것이 임무다.

그리고 멀티 투구도 해야 한다. 이날 경기에서도 큰 위기는 잘 넘겼지만 다음 이닝에서 흔들리는 투구를 했다.

키움이 원한 투구 내용은 아니었다. 안우진에게는 숙제를 남긴 플레이오프 3차전이었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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