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 세리머니를 함께하는 전북 선수단과 팬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전주, 유현태 기자] "이기러 왔겠어요? 포항의 축구를 보여주려고 왔습니다."

포항 스틸러스의 김기동 감독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질 전북 현대전을 앞두고 엄살 섞인 말로 취재진을 맞았다. 

하지만 경기에서 지고 싶은 팀이 어디 있겠나. 김 감독은 "(전북이)압박할 때 비는 쪽이 있다. 어쨌든 뒤가 비게 된다. 양쪽 동운이 완델손이 허점을 많이 노리려고 한다. 신형민을 끌어내야 한다. 볼을 최대한 소유하면서 수비 뒤를 노리려고 한다"고 꽤 구체적인 설명을 내놨다.

정면대결이었다.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었다. 최근 포항의 분위기는 환상적이었다. 27라운드부터 33라운드까지 7경기에서 6승 1무를 거두면서 상위 스플릿 진출에 성공했다. 33라운드에선 선두 울산 현대에 2-1로 역전승하면서 자신감까지 가득 채웠다.

"(전북이)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압박이 생각보다도 더 강했고 당황했다. 실수를 많이 저지르면서 실점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다." - 김기동 감독

뚜껑을 열어보니 포항의 경기 구상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전북은 최전방 김승대부터 시작해 모두가 강력한 전방 압박을 펼쳤다. 포항은 제대로 공을 돌리는 것조차 애를 먹었고 전방으로 단순하게 공을 처리했다. 김 감독이 공략하려고 했던 '신형민이 빠진 공간'은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신형민은 중원에서 펄펄 날면서 포항의 공격을 쓸어담았다. 공격의 핵심인 완델손까지 공을 연결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김진수를 맨투맨으로 붙이면서 오른쪽 수비로 기용하는 등 전북도 철저하게 준비했다. 그 결과는 전북의 압도적 우세. 전반전 포항의 슛은 단 1개뿐이었다. 

후반전 포항은 공격적으로 조금 더 나섰지만 추가 골에 무너졌다. 후반 3분 문선민이 개인 기량으로 포항 수비진 사이를 헤집더니 마무리에 성공했다. 후반 23분에는 권경원이 프리킥 상황에서 침착하게 득점하면서 포항을 무너뜨렸다. 포항이 공격에 실마리를 풀어가려고 할 때쯤 전북이 득점을 터뜨리면서 흐름을 끊었다.

결과도 전북을 향해 웃었다. 전북은 포항을 3-0으로 여유있게 잡고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인 34라운드를 시작했다.

상대를 압도하며 승리를 따내는 것. 바로 전북의 힘이다. 신형민은 "감독님께서 말씀하시는 게 물러서지 말고, 기술적으로 저희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인 압박을 지시하시고 선수들이 그에 따라서 하다보니 잘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동기부여에서도 전북의 방심은 없다. 오히려 울산을 추격하면서 집중력이 높아졌다. 신형민은 "항상 파이널 라운드 이전에 제일 높은 곳에서 시작을 했는데 따라가는 처지에 놓이니까 동기부여가 강하다. 항상 우승을 했던 팀인데 따라가고 있어서 선수들이 의기투합해 준비를 많이 했다. 뒤에서 따라가다보니까 선수들끼리 동기부여가 전보다 더 확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북의 목표는 파이널 라운드 전승이다. 남은 4경기에 울산과 맞대결이 포함돼 있어, 전북이 전승을 거둔다면 자력으로 역전 우승이 가능하다.

스포티비뉴스=전주,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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