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 위 분석표는 어느 구단이 김재환의 장점과 약점을 구분해 놓은 것이다.

이 분석에 따르면 김재환은 몸 쪽과 바깥쪽의 높은 패스트볼에 약점을 갖고 있다. 높은 볼을 보여 주고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면 속을 확률이 높다고 돼 있다.

몸 쪽 높은 볼은 볼 존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라고 돼 있다. 몸 쪽 하단은 종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휘는 변화구가 효용 가치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김재환이 자신에게 유리한 카운트에선 패스트볼을 많이 노리고 있는 만큼 투수가 불리할 때 패스트볼을 던지려면 보다 강하고 정교한 제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재환은 기본적으로 어퍼 스윙 궤적을 갖고 있다. 높은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빠른 공에는 약점을 가질 수 있는 스윙이다. 실제로 바깥쪽 높은 스트라이크 존은 1할대 타율, 몸 쪽 높은 스트라이크 존은 2할대 중, 후반의 성적을 거뒀다.  

김재환 스스로가 이 높은 존에 부담을 갖게 되면 상대 투수는 던질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진다.

어느 코스든 크게 칠 수 있는 선수인 만큼 신중하게 몸 쪽 높은 공은 볼 성으로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이 첫 번째다. 김재환이 높은 존에 약점이 있다고 인식하는 순간, 그곳으로 날아오는 공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이 존을 보여 주고 나면 분석표에 나온 대로 낮게 변하는 변화구로 시선을 흐트러트릴 수 있다. A구단의 분석에 따르면 바깥쪽은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체인지업, 스플리터 등)에, 몸 쪽은 횡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슬라이더)에 쉽게 방망이가 따라나온다.

중요한 것은 이 약점을 김재환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다. 머릿속에 깊게 담아 두고 있다면 상대의 분석에 따라다니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 김재환 ⓒ한희재 기자
한국시리즈를 하루 앞둔 21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재환은 타 구단의 분석에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상대의 분석지를 본 뒤에도 "하이 패스트볼이 약점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김재환은 그러면서 "아마도 내가 안 좋았을 때 나온 분석 같다. 딱히 높은 존에 약점이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내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어느 존에서건 문제가 나오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상대가 내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컨디션을 유지하느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대 팀의 분석에 대비하기보다는 자신의 스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김재환의 대처 방법이었다.

어찌 보면 그 방법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두산의 4번 타자인 김재환에게 한 방을 맞지 않기 위해 모든 팀들은 최고의 분석을 할 수 밖에 없다. 하나하나 그 분석에 따라가다 보면 정작 김재환 자신의 스윙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까를 걱정하는 것보다 자신이 좋은 감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김재환은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한국시리즈는 어떨까.

일단 출발은 좋은 편이다. 준비 기간 감이 많이 회복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여러 차례 "이제 김재환이 예전의 스윙으로 돌아왔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재환도 "일단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중요한 건 실전에서 그 스윙이 나오느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이 보는 '나'보다 내가 준비한 '나'를 믿고 있는 김재환. 감독의 기대대로 시리즈를 풀어 가는 키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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