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선수들이 지난 17일 고척돔에서 열린 SK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0-1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행을 확정 지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포스트시즌은 기 싸움이라고 말한다. 벤치의 분위기가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준플레이오프부터 파죽지세로 올라오고 있는 키움은 '기세'라는 것에서 앞서 있다.

플레이오프 이후 나흘이라는 긴 휴식이 주어지긴 했지만 아직 그 기운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키움이 두산 에이스인 린드블럼이 나오는 1차전에 두산전에 강했던 요키시를 투입해 맞불을 놓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벤치에서 활기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들뜬 분위기만 만든다면 그 기운은 언제든지 잦아들 수 있다.

야구는 흐름의 싸움이다. 좋을 때도 있지만 안 좋을 때도 있다.

분위기에만 의존하다 보면 안 좋은 흐름에 빠졌을 때 헤어 나올 방법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분위기를 잘 다스릴 줄도 알아야 한다. 너무 흥분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정리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키움은 상당히 이상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분명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최상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도를 넘는다는 느낌은 주지 않고 있다. 고비가 왔을 때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키움이 거둔 6승이 모두 구원승이었다. 선발이 잘 던진 경기에서 타선이 침묵했거나 선발이 일찍 무너져 불펜이 조기 투입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키움은 어려울 때 더 힘을 발휘했다. 그 고비들을 넘기며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키움 주장 김상수는 "우리는 아직도 지난해 플레이오프 5차전을 잊지 않고 있다. 포스트시즌의 무서움을 알게 해 준 경기였다. 그 경험이 지나치게 들뜨지 않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그 경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스스로 분위기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5차전이란 SK와 치른 혈전을 뜻한다. 키움(당시 넥센)은 다 잡은 것 같았던 경기를 허무하게 내주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원래는 키움의 패색이 짙었다. 9회가 시작되기 전 스코어는 9-4 SK 리드. 경기가 그대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키움은 박병호의 극적인 투런 홈런 등을 앞세워 9회에만 대거 5점을 뽑았다. 동점.

이어 연장 10회 김민성의 2루타로 한 걸음 앞서 나간다. 이젠 모두가 키움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함부로 미소를 보이지 않았다. SK는 10회말에만 두 개의 홈런포를 몰아치며 승부를 끝냈다. 키움의 가을도 그것으로 끝이었다.

김상수는 "그때의 아픔이 지금 많은 힘이 되고 있다. 너무 들떠도 안되고 너무 가라앉아도 안되는데 그 중간 어디쯤인가를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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