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가오슝에서 마무리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kt 위즈 ⓒkt 위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중요하다”

이강철 kt 감독은 순위싸움이 한창 진행됐던 시즌 막판 “올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년”이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시즌 막판까지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내년에도 이 성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천천히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kt는 이 감독 부임 후 분위기를 쇄신했고, 시즌 막판까지 NC와 5위를 놓고 다퉜다. 비록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은 좌절됐지만 71승71패2무로 창단 첫 5할 승률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포스트시즌 진출과 별개로 “5할 승률을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던 구단의 1차 목표는 이룬 셈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팬들의 올라간 기대치와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성적이 일시적이면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그래서 내년이 더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곤 했다. 이 감독뿐만 아니라 구단과 선수들도 공유하는 의식이었다. kt는 그 부담감을 털기 위해 땀을 흘리기로 했다. 대만 마무리캠프는 전초기지다.

그러나 쉴 시간이 없다. 곧바로 18일부터 대만 가오슝으로 이동해 마무리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1군 전원이 마무리캠프에 간 것은 아니지만, 명단은 제법 화려하다. 내년에도 주전 경쟁에 나설 만한 선수들이 꽤 포함됐다. kt가 현 위치에서 안주하지 않고 있음은 명단에서도 충분히 드러난다.

투수 중에서는 올해 풀타임을 뛰었던 김민, 내년 선발 진입을 노리는 손동현 이정현 이상동, 좌완 릴리프로 가능성을 보인 하준호가 대만으로 건너갔다. 야수 중에서도 안승한 심우준 박승욱 문상철 강민국 오태곤 배정대 김민혁 조용호 등 올해 1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선수들이 대만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한편으로 이 감독은 1~2년차 젊은 선수들을 눈에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얻었다. 

키움과 두산이라는 강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이 감독은 kt의 이른바 ‘뎁스’ 충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속 성장이 가능한 강팀이 되려면 이 정도 선수층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게 이 감독의 속내다. 1군 경쟁은 물론 2군에서도 계속 실험할 만한 선수가 나와야 하는데 올해는 그런 부분에서 부족했다는 자기 반성도 있다. 

구단도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대만 가오슝 국경 칭푸 야구장은 올해 스프링캠프 당시 롯데 1군이 썼던 곳이다. 내년 스프링캠프는 키움이 사용한다. 캠프지로 검증을 마쳤다는 의미다. 이 감독도 “기온과 야구장 상태 등 훈련 환경이 좋아 선수들이 훈련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반일 감정 등으로 다른 구단이 국내에 남을 때, kt는 일찌감치 차선을 물색해 선수단 훈련을 도왔다.

오히려 수원에 남은 선수들의 긴장감이 고조될 환경이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선수운영에서 과감한 결단을 자주 내렸다. 실패도 성공도 있었지만 “영원한 내 자리는 없다”는 의식이 선수단 내에 자리 잡았다. 대만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kt의 2020년은 그런 건전한 긴장감 속에 시작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