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야구선수권에 참가했던 대표팀은 4위로 대회를 마쳤다 ⓒKBSA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일 끝난 ‘제29회 아시아야구선수권’의 주인공은 우승팀 대만 외에도 또 있었다. 바로 동메달을 차지한 중국이었다.

중국은 20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3위 결정전에서 8-6으로 역전승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6으로 뒤진 8회 대거 6점을 내며 경기를 뒤집은 것은 대만 현지 언론에서도 놀랄 정도였다.

한 번의 운이 아니었다. 중국은 이미 예선에서도 승부치기 끝에 한국을 4-3으로 눌렀다. 2005년 이후 국가 대표 팀 레벨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꺾은 것에 이어 2연승으로 한국을 밀어냈다. 중국은 2020년 도쿄올림픽 야구 최종예선 출전권까지 얻었다.

이번 중국 대표팀은 2년간 미국 교육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어린 선수들 위주였다. 대표팀 평균 연령이 만 21세에 불과했다. 중국 언론은 이 과정에서 대표팀이 성장했음을 확인했다며 고무적인 평가를 내렸다.

물론 A급 레벨에서 중국은 한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제 걸음마를 막 끝낸 단계인 중국도 이를 인정한다. 이번 대표팀을 이끈 런치우거 중국 감독은 ‘시나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중국 팀 최고의 결과다. 정말 많이 이겼다. 첫 경기부터 선수들이 정상적인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도록 했다”면서도 “비록 우리가 한국을 두 번 이겼고 진전을 보였지만, 여전히 힘의 차이는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런치우거 감독은 “지금까지 중국의 야구 프로그램 개발과 젊은 선수들의 훈련은 계획의 일부다.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런치우거 감독의 말에서 위협과 기회를 모두 느낄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스포츠의 강대국이다. 그러나 축구와 야구에서는 아직 힘을 쓰지 못했다. 축구는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구는 이제 막 불모지를 벗어난 수준이다. 축구보다도 발걸음이 느리다.

사실 중국 내에서도 축구나 농구에 비하면 야구 인기는 미비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축구에 이어 야구에도 상당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젊은 유망주들을 미국 교육리그에 상주시키는 것도 이러한 투자의 일환이다.

막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에서 야구 인기가 번져 나가면, 좋은 인재들이 다른 스포츠 대신 야구를 하고 야구 수준이 올라가는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그간 한국·일본·대만이 주도했던 아시아 야구 ‘삼국지’를 중국이 위협할 수도 있다. 경쟁자가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더 어려워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만 한편으로는 중국 야구의 발전이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힘을 얻는다. 중국 야구가 활성화되면 한국이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런치우거 감독의 말대로 아직은 양국의 수준 차이가 있다. 수준 높은 야구의 수요가 충분하다. 중국 리그가 활성화되면 선수나 코치 수요도 많아지게 되고, 상대적으로 지리와 문화가 가까운 한국이 최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 관계자들과 각급 대표팀 선수들을 한국에 초청하는 등 KBO가 그런 그림 속에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년 뒤 중국에 뒤처지지 않도록 우리도 아마추어 레벨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고, 한편으로는 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뚜렷하게 응시하며 기회를 노려야 한다. 예상보다 그 시점이 빨리 오고 있다는 것은 타이중이 남긴 교훈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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