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회견에 나선 벨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축구회관, 유현태 기자] "윤덕여 전 감독이 2회 연속 월드컵에 나서고 그 뒤를 잇게 돼 기대가 크다. 물론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본선에 올라서 매 경기 이기는 경기를 위해 노력하겠다."

대한축구협회는 22일 축구회관에서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을 새로 맡은 콜린 벨 감독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벨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2년 여자 아시안컵 본선까지 3년이다.

여자 축구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다. 2011년 SC 07 바드 노이에나르 감독을 시작으로 올해 6월까지 약 8년간 여자축구팀을 맡았다. 2013년 독일 여자 분데스리가 FFC 프랑크푸르트 감독으로 취임해 2014년 독일컵 우승, 2015년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15-16 시즌에는 노르웨이 명문 아발드네스 감독으로 부임했으며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아일랜드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잉글랜드 챔피언십 허더스필드 수석코치로 활동했다.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감독에게 허락을 받고, 아일랜드축구협회, 프랑크푸르트에 공문을 보냈다. 재직 기간 중 부정이나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는지, 차별적인 행동이나 성희롱 등의 행위가 있었는지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일랜드축구협회와 프랑크푸르트에서 회신을 받았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존경을 받았다는 좋은 평가가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며 "벨 감독을 선임한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여자 독일 리그에서 프랑크푸르트를 맡아 좋은 결과를 냈다. 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경험을 높이 샀다. 환경이 열악한 아일랜드에서 일하면서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벨 감독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콜린 벨입니다. 대한민국 여자 축구팀의 최초 외국인 감독이 돼서 영광입니다"라고 취임 소감을 시작했다.

다음은 벨 감독과 일문일답.

▲ 김판곤 위원장과 벨 감독(왼쪽부터)

- 취임 소감은.

안녕하세요. 콜린 벨입니다. 대한민국 여자 축구팀의 최초 외국인 감독이 돼서 영광입니다. 참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감독으로 이곳에 있어 자랑스럽다. 김 위원장과 2,3차례 대화가 있었다. 한국이 미국과 2연전을 하는 것을 봤다.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을 보고 한국 감독직에 설레게 됐다. 와주신 기자들이 많은 만큼, 한국에서 여자 축구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이 더 큰 성공을 거두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윤덕여 전 감독이 2회 연속 월드컵에 나서고 그 뒤를 잇게 돼 기대가 크다. 물론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본선에 올라서 매 경기 이기는 경기를 위해 노력하겠다.

조만간 선수들과 첫 만남이 있을 것이다. 선수 중심의 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팀을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배움의 현장이 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팀 분위기를 만들겠다. 한국의 문화적 특징과 유럽적 특징을 강점을 잘 살려서 팀에 녹여내겠다. 활동적이며 경기를 주도하며, 경기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점들이 있다. 지금껏 30년 동안 코치로 활동했다. 맡았던 팀을 전술적이고 원칙적으로 운영했다. 수비 면에 있어선 콤팩트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공격으로 전환됐을 땐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 결국 경기하는 것은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경기를 능동적으로 치르고, 경기 중 발생하는 상황에 주도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실제로 수행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 코칭스태프 구성은.

수석코치는 후보군을 받아두고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다. 한국인 스태프는 미국전과 동일하게 하겠다. 현재 선수들과 관계가 형성돼 있고, 미국에서 스태프가 일을 하는 것을 보고 만족했다. 스태프가 나가고 들어오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감독이 환경에 맞게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본인이 파악한 한국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공을 소유할 때 자신감이 있었다. 미국과 2연전에서 첫 경기보다 두 번째 경기가 더 좋았다. 두 번째 경기에서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미국을 상대로 90분간 경기를 주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상당 부분에서 미국에 앞섰다. 2번째 경기에선 한국이 미국보다 더 나은 팀이었다. 부정적인 점은 크게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굳이 하나 언급하자면 세트피스다. 한국이 체격적으로 열세지만, 아예 세트피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있다. 위치를 먼저 잡거나 상대를 우리 골대와 멀리 두는 것으로 가능할 것이다. 경기를 잘 치르더라도 세트피스는 나올 것이다. 프랑스-미국전에서도 세트피스는 나왔는데 이를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

- 내용에 이어 결과까지 낸 지도자다. 여러 중요한 대회를 앞둔 가운데 구체적인 목표는.

가장 가까이 다가온 동아시안컵이 흥미롭다. 강한 상대들이 많아 도전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 대회엔 최고의 전력으로 나설 수 없다. 영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차출이 어려울 것인데, 동시에 국내 선수들을 테스트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최선의 결과를 내겠다. 다음은 올림픽이 목표다. 한국이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올림픽 출전이 목표다. 한 발씩 나아가겠다. 다음 목표는 월드컵 출전이다.

- 위르겐 클롭과 함께 협회에서 함께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함께했던 지도자들이 여러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가운데, 본인 역시 영향을 받은 것이 있는가.

클롭 감독과 25년 동안 알고 지냈다. 2001년 내가 마인츠 23세 이하 팀 코치였고, 클롭 감독이 1군 코치로 있었다. 매년 2명씩은 선수들을 올려보냈다. 많은 축구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매 경기를 승리해야 한다는 것, 선수들에 대한 높은 이해가 있어야 하고,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원만한 관계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선수들의 역량과 전술적인 역량을 논하기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클롭 감독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후 선수들의 역량과 팀 컬러에 얼마나 녹아들 수 있을지를 본다. 클롭 감독은 높은 수준의 템포와 에너지를 원한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그러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남자, 여자 모두 지도한 경험이 있다. 여자 팀을 지도하는데 짚어야 할 특성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차이점은 체격이다. 여자 팀에서 6,7명이 190cm가 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여자 팀의 경우 감정이 풍부하다. 팀이 조금 더 헌신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감독으로선 보람이 크다. 감독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질문을 던진다. 마치 스펀지와 같다. 남자 축구의 경우 질문이 없다기보단, 지시를 하면 선수가 바로 이행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국 여자 대표팀도 헌신적인 면을 잘 활용해서, 이기는 팀, 좋은 팀을 만들기 원한다. 많은 여자 선수들이 축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여자 축구의 시선을 바꾸는 것도 목표다. 하나 짚고 싶은 점이 있다면 남자 축구와 여자 축구를 비교하는 오류를 범한다. 체격적으로 작고 느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자 축구는 다른 시선으로 봐야 한다. 독일에서 프로 라이센스를 따면서 다른 지도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테니스에 비유해서 남자-여자 축구를 비교했다. 세계 랭킹 300위 남자 선수와 세계 최고의 여자 선수를 지도할 수 있을 때 누굴 선택할지 물었다. 당연히 최고의 여자 선수를 선택하겠다고 하더라. 테니스에서도 1990년대 남자 선수인 보리스 베커, 여자 선수인 슈테피 그라프를 직접 비교하지 않았다. 남자 축구와 여자 축구는 분명 차이가 있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 어떻게 대회를 준비해 나갈지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한다면.

동아시안컵이 팀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한국 WK리그가 플레이오프까지 5경기가 남아 있다. 이 경기를 보면서 전체적인 선수들을 파악할 에정이다. 내년 6월까지 원하는 목표가 WK리그 코칭스태프를 따로 만나고 싶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허용한 소집 기간은 10일 정도뿐이다. 그 기간엔 선수들을 우선 순위를 두고 파악해야 한다.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을 오랜 시간 함께하는 이들이다. 어떻게 발전시키고, 대표팀에 어떻게 녹아들지에 대해 중요한 몫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일본, 중국, 북한 등 강호와 이웃했다. 전력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강팀인 일본과 중국에 도전하는 것이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코칭스태프와 경기를 분석해서 원하는 대로 경기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정치적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싶진 않다. 북한은 북한일 뿐이고, 크게 개의치 않는다. 아일랜드 대표팀을 이끌 때도 북아일랜드와 두 경기를 치렀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모두 승리를 거뒀다.

- 월드컵 경험이 없는데 한국을 선택한 이유인가.

선수들의 잠재력을 확인했고 그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위원장과 이야기하며 여자 축구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 여자 축구를 전 세계적으로 보면 협회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 팀이 발전하고 있다.

- 어떤 유형의 선수를 선발할 것인가.

16세이건, 36세이건 실력이 출중하다면 문이 열려 있다. 최고의 선수를 뽑아 최고의 팀을 꾸릴 것이다. 첫 소집에서 철학을 의논할 것이다. 교과서적인 능력보단 경기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축구회관,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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