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리백의 한 축을 맡았던 린델뢰프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 4월 이후 반년 만에 처음으로 스리백을 꺼내들었다. '물음표'로 시작했던 경기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맨유의 스리백은 리그에서 17연승하던 리버풀의 거침 없는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은 21일(한국 시간) 열린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에서 1-1로 비겼다.

리버풀의 우세가 점쳐졌다. 맨유의 홈 경기장에서 경기가 벌어지고, A매치를 치른 선수가 리버풀 쪽에 많았다는 것, 모하메드 살라의 부상 등이 변수로 꼽혔다. 하지만 리버풀의 우세가 예상됐다. 리버풀은 시즌 초반 8경기에서 전승 행진했다. 반면 홈 팀 맨유는 승점 9점만 따내면서 12위까지 밀려났다.

예상과 달리 경기는 팽팽했다. 점유율에선 리버풀이 67.9%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슈팅 수에선 두 팀이 엇비슷했다. 맨유가 7개의 슛을 시도해 2개를 골문 안쪽으로 보냈고, 리버풀은 10개 슈팅 가운데 4개가 골문 안쪽으로 향했다. 선제골을 기록한 쪽도 맨유였다. 

리버풀은 후반 40분 애덤 랄라나의 늦은 동점 골로 겨우 균형을 맞췄다. 후반 들어 전술을 수정하고,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선수들을 교체한 이후였다. 대체 '선두' 리버풀은 '12위' 맨유에 왜 고전했던 것이었을까.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꺼낸 '스리백'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 솔샤르 감독(왼쪽)의 맞춤 전술, 그리고 클롭 감독의 대응.

◆ 맨유 스리백의 목적, 로버트슨-아널드를 제압하라

솔샤르 감독은 이번 시즌 맨유에서 4-2-3-1 포메이션을 고수했다. 하지만 리버풀전에선 '맞춤 전술'을 꺼내들었다. 최후방에 빅토르 린델뢰프-해리 매과이어-마르코스 로호로 스리백을 세우고 좌우 윙백으로 애슐리 영과 애런 완 비사카를 기용했다. 중원은 스콧 맥토미니와 프레드를 배치하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최전방에 발이 빠른 래시포드와 제임스를 배치했다. 스리백으로 수비를 단단히 쌓고 역습을 노리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스리백 자체가 리버풀의 공격적인 전술에 대한 해답이 될 순 없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팀이자, 프리미어리그에서 승점을 97점이나 쌓고 2위를 차지한 팀이다. 대다수의 팀들이 리버풀의 강점을 알고 있으며, 동시에 리버풀도 수비적인 팀을 능숙하게 공략할 줄 아는 팀이다. 맨유는 리버풀의 경기 운영을 파악하고 조금 더 세밀하게 전술을 조정했다.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깊이 내려와 공간을 찾는다. 맨유의 스리백은 리버풀의 디보크 오리기, 사디오 마네보다 많은 수를 유지했고, 피르미누는 맥토미니-프레드 두 수비형 미드필더의 견제를 받았다. 동시에 아널드와 로버트슨은 영과 완 비사카의 맨마킹을 받았다." - 대니 히긴보텀(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

핵심은 앤디 로버트슨과 트렌트 알렉산더 아널드가 배치된 리버풀의 측면 수비를 제어하는 것이다. 2018-19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로버트슨은 11개, 아널드는 12개 도움을 올렸다. 웬만한 날개 공격수보다 많은 공격 포인트다. 리버풀은 밀집 수비하는 팀을 상대로 주로 모하메드 살라-호베르투 피르미누-사디오 마네가 배치되는 스리톱을 중앙 쪽으로 배치하고, 로버트슨과 아널드의 공격 가담으로 측면을 공략했다. 리버풀은 맨유전에서도 같은 구상을 하고 나왔다가 전반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맨유의 스리백은 리버풀의 스리톱을 1대1로 붙으면서 제어했다. 공격에 가담하는 로버트슨과 아널드 두 풀백은, 완 비사카-영이 마찬가지로 1대1로 압박했다. 리버풀의 두 풀백의 킥이 날카로운 만큼 얼리크로스 역시 차단하기 위한 선택이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먼데이나잇풋볼'이 낸 통계에 따르면 아널드와 로버트슨은 전반전 맨유 진영에서 각각 20번과 22번의 터치, 그리고 2번씩 크로스만 올렸다. 후술할 후반전 통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맨유의 측면 수비수들과 1대1로 붙으면서 고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리버풀을 무너뜨릴뻔 했던 래시포드(왼쪽)

◆ 래시포드-제임스, 빠른 공격수를 활용한 '직접적 공격'

"볼을 질질 끌 때보단 빠르게 공격할 때 더 좋다. 경기 전에 그것을 말했다. 조금 더 위험을 지더라도 더 용감해지고, 공을 전방에서 잃는 것은 신경쓰지 말고 다시 되찾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직접적인 방식이 도움이 될 것이다." - 솔샤르 맨유 감독

우선은 리버풀의 강점인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 목표였다. 공을 끊어낸 뒤엔 역습으로 반격하려고 했다. 래시포드와 제임스 투톱은 모두 최전방뿐 아니라 측면에서도 활약하는 선수들이다. 두 선수의 빠른 발과 드리블, 전진성을 활용해 리버풀의 수비 뒤 공간을 노렸다. 전반 36분 다니엘 제임스의 크로스를 마커스 래시포드가 간결하게 마무리했다. 빠른 역습이 적중했다. 후반전에도 여러 차례 역습을 전개했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맨유는 이번 시즌 9경기에서 10골만 기록하는 빈곤한 득점력을 보이고 있다. 밀집 수비를 펼치는 하위권 팀을 상대로 더 애를 먹었다. 하지만 엇비슷한 상대, 혹은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팀을 맞아선 오히려 좋은 결과를 냈다. 첼시와 상대로 치른 개막전에서 4-0으로 대승했다. 선두를 질주하는 리버풀을 상대로도 나쁘지 않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좁은 공간에서 세밀한 공격이 아니라, 공간을 활용해 직선적인 공격을 전개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측면에 배치된 헨더슨(파란색 원)

◆ 리버풀의 대응, 4-2-3-1 전환

리버풀은 하프타임 이후 대응책을 내놨다. 측면에 배치됐던 오리기를 최전방으로 올리고, 스트라이커로 나섰던 피르미누는 2선에 처진 스트라이커로 배치했다. 여기에 중앙 미드필더인 조던 헨더슨을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시켜 4-2-3-1 형태를 꾸렸다. 헨더슨과 마네가 측면으로 넓게 배치되면서 영과 완 비사카를 상대했다. 교체 카드를 쓰면서도 콘셉트는 비슷했다. 후반 15분 오리기가 빠지고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이 교체 투입되자, 마네를 최전방에 배치하고 체임벌린을 측면에 배치했다. 후반 26분 '임시방편' 헨더슨을 빼고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는 랄라나를 투입했다. 

리버풀의 측면 공격수가 맨유의 윙백들과 맞대결을 펼치자, 리버풀의 두 풀백 로버트슨과 아널드에게도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먼데이나잇풋볼'의 통계에 따르면 후반전 아널드와 로버트슨은 맨유 진영에서 각각 46회, 36회의 터치를 기록하고 6번씩 크로스를 올리면서 공격적으로 영향력을 높였다. 후반 40분 터진 랄라나의 득점 역시 로버트슨의 발에서 시작됐다.

맨유도 페레이라와 제임스가 측면으로 이동해 5-4-1 형태로 변환하거나, 프레드와 맥토미니 중앙 미드필더가 넓게 측면까지 커버하면서 버티려고 했다. 하지만 높은 강도로 전방 압박을 펼치면서 버티려고 한 맨유는 시간이 흐를수록 공간을 노출했다. 그리고 이 약점을 리버풀은 놓치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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