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외야수 박건우가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혼자 무거운 짐을 지려 하지 말라고 했죠. (박)건우가 부담감이 컸을 거예요."

두산 베어스 외야수 박건우(29)는 23일 잠실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6-5 승리에 쐐기를 박는 끝내기 안타를 친 뒤 펑펑 울었다. 데일리 MVP로 선정된 박건우는 여러 미디어와 인터뷰를 하고 라커룸으로 돌아올 때까지 1시간 정도 흘렀는데도 얼굴은 여전히 상기돼 있었고, 눈물은 계속 고였다. 

단순히 아픈 기억이 서러워서 흘린 눈물은 아니었다. 박건우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3번 타자의 중책을 맡았는데, 6경기에서 24타수 1안타(타율 0.042)에 그쳤다. 삼진은 9개를 기록했고, 2차례 병살타를 쳤다. 두산이 SK 와이번스에 2승4패에 밀려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치자 모든 비난의 화살은 박건우에게 향했다. 가족까지 팬들의 악플에 시달리면서 한동안 미디어를 통한 소통을 끊기도 했다. 

그런 박건우를 끝까지 믿어준 김태형 두산 감독과 코치진, 동료들을 향한 고마움이 더 큰 눈물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타격감이 좋지 않은 박건우를 교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결국은 박건우가 쳐야 한다"는 주장을 꺾지 않았다. 

친구 허경민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박건우의 눈물을 지켜본 허경민은  "(박)건우 뜻대로 안 되고, 또 지난해 기억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위로를 하지 않았다. 위로하면 더 약해진다. 스스로 이겨낼 실력이 있으니까 믿었다. 눈물에 나도 뭉클했다.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주장 오재원도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오재원은 "건우가 마음의 짐을 많이 던 것 같아서 다행이다. 건우를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나와 있었다. 지난해는 밸런스가 안 좋았지만, 올해는 밸런가 좋은데 부담 때문에 못 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나만, 하나만 쳐라'하고 있었는데 건우가 역경을 이겨낸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유격수 김재호는 박건우의 눈물에 가장 공감했다. 김재호는 2017년 시즌 도중 어깨를 심하게 다친 여파로 지난 2년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하면서 '누구 때문에 망쳤다'는 비난이 얼마나 아픈지 잘 알았다. 

김재호는 "건우도 나처럼 마음이 무겁고 부담감이 컸을 것이다. 건우에게 이기면 같이 이기는 것이고, 지면 다 같이 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혼자 무거운 짐을 지려 하지 말라고 했다. 끝내기 안타를 쳐내는 것을 보면서 동생이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엄지를 들었다.

박건우는 지난 겨울 맹렬한 비난을 받으면서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했다. 동료들의 무한 신뢰는 박건우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됐다. 박건우는 동료들이 가장 기다린 순간 값진 안타를 때리며 믿음에 보답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