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브리검이 25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3차전서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정철우 기자]포스트시즌은 투수 교체가 승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승부다.

흐름의 경기인 야구, 그것도 단기전에서 투수 교체를 어떻게 하느냐는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판단이 된다.

매 경기 치열하게 펼쳐지는 양 팀 감독의 머리싸움. 결과에 따라 울고 웃을 수 밖에 없는 투수 교체의 묘미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날의 승부처를 읽어 볼 수 있다.

매 경기 펼쳐지는 불펜 싸움에 주목해 이번 포스트시즌을 들여다보자.

-10월25일 고척돔 두산-키움 한국시리즈 3차전

-키움

△선발투수 교체 타이밍 : D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차전까지 연승한 팀이 역전 우승을 허용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10번 기회에서 10번 모두 연승 팀이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바꿔 말하면 키움은 3차전이 마지막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3차전을 잡는다면 분위기 반전도 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키움은 도전자의 절박한 심정이 부족해 보였다. 선발투수 교체 타이밍이 가장 아픈 대목이었다.

선발 브리검은 2회까지 호투했다. 볼넷 1개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하지만 3회 크게 흔들리고 만다. 선두 타자 김재호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이어 박세혁에게 3루타를 허용해 선취점을 빼앗겼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음 타자 박건우에게 초구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3점째를 내줬다.

키움은 여기서 한 차례 끊고 갔어야 했다. 하지만 브리검을 계속 밀고 갔다. 다음 타자 정수빈에게도 안타를 맞았다. 정수빈이 무리한 주루로 2루까지 시도하다 아웃 되지 않았다면 무사 1루로 다시 위기가 시작될 뻔했다.

투구 교체 준비가 안 됐을 수는 있다. 그랬다면 더 문제다. 1회부터라도 브리검이 흔들리면 바꾼다는 절박한 마음이 있어야 했다. 브리검이 두산전 평균자책점이 7.20이나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

결국 타이밍을 놓치며 1점을 더 내줬고 두산은 키움의 추격권에서 멀어졌다.

△뒤늦은 3K 안우진 : A

안우진은 안우진이었다. 이날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세 타자를 내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허리 부상 탓에 1, 2차전에 쓰지 못한 것이 한스러운 대목이었다.

또한 안우진을 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브리검 교체 타이밍을 왜 뒤로 미뤘을까 하는 아쉬움까지 더해진 순간이었다.

△제 몫 못하는 필승조 한현희 : C

한현희는 키움의 필승조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평균 자책점이 6.25나 됐다. 추격조 투수들이 분투하고 있는 과정에서 아쉬움이 짙게 남는 결과였다.

이날도 부진했다. 실책이 더해지기는 했지만 결정적 한 방을 허용하며 5점째를 빼앗겼다.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두산

△선발투수 교체 타이밍 : B+

두산 선발 후랭코프는 좋은 공을 던졌다. 6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볼넷 3개가 있기는 했지만 키움 타자들의 방망이를 잘 이끌어 내며 순조롭게 투구를 이어 갔다.

7회에 위기가 왔다. 선두 타자 박병호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샌즈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 2루로 몰렸다.

두산은 여기에서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투구수가 100개를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끌고 가는 것이 옳은 판단으로 여겨졌다. 다음 투수가 준비돼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미친 존재감 이용찬 : A

이용찬은 두산의 필승 카드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르면 이용찬을 7회 2사부터도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두 타이밍이나 빨랐다. 7회 무사 1, 2루에서 이용찬이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송성문에게는 우전 안타를 맞으며 주춤하는 듯했다. 하지만 대타 박동원을 우익수 플라이로 솎아 냈고 키움의 주루 미스가 나오며 아웃 카운트 하나를 더 버는 행운도 누렸다.

이후 이렇다 할 위기 없이 9회까지 책임졌다. 김태형 감독의 승부수가 제대로 통한 경기였다.

이날 투구수는 정확하게 30개. 26일 열리는 4차전에서도 1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투구수에서 끊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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