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한선태는 올해 1군에서 6경기에 등판했다. 7월 9일이 마지막 등판이었다. 8월에 오른쪽 허리를 다쳐 1군에 복귀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지금은 LG 마무리 캠프에서 대만에서 열릴 아시아 윈터리그 참가를 준비하고 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작년 10월 두 번째 주에 합류했던 거 같은데요. 이제 1년 조금 넘었네요."

2019년 신인 드래프트 10라운드 전체 95순위,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한선태가 LG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받은 지 만으로 1년이 지났다. 무소속 선수라 훈련 참가에 제한이 없었던 터라 10월부터 퓨처스팀 선수들과 같이 운동할 수 있었다.

그때 상상만 했던 것들이 그에게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1년 전의 한선태는 예감이나 했을까.

등번호 111번을 단 한선태는 3월 28일 퓨처스리그 데뷔전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14일부터 16일까지는 잠실구장에서 1군 선수들과 훈련했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한선태에게 코어 근육 강화 방법을 시범을 보여가며 알려줬다. 포크볼이 있어야 1군에서 성공할 수 있다며 새 변화구도 가르쳤다.

이 3일이 한선태의 1년을 바꿨다. 원래 한선태를 9월 확대 엔트리 때 정식 선수로 전환하려던 LG는 1군 코칭스태프의 요청을 받고 6월 25일 새로 계약을 체결했다. 등번호는 40번으로 바뀌었다. 최일언 코치는 "과거에 어쨌건 상관없다. 드래프트 1순위나 10순위나 똑같이 본다. 여기서는 같은 출발선이다. 지금 있는 그대로만, 가능성만 보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선태의 1군 도전기는 길지 않았다.

6월 25일 SK전 1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7월 9일 두산전에서 2⅓이닝 3실점 하기까지 6경기 7⅓이닝이 데뷔 시즌 1군 기록의 전부다.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다시 1군에 복귀했지만 등판 기회가 없었고, 퓨처스팀 복귀 후에는 다치기까지 했다. 처음은 가벼운 부상이었는데 다시 1군에 올라가고 싶은 욕심에 무리하다 상태가 나빠졌다.

▲ 6월 16일 육성선수 신분으로 1군 훈련에 동행한 한선태와 최일언 코치. ⓒ 신원철 기자
- 후반기에 부상이 있었다고 들었다.

"1군 말소되고 나서 광주에서 퓨처스리그 경기(7월 31일)에 나갔다. 그때 잠깐 통증이 있어서 조정하면서 하자는 얘기를 들었다. 주사를 맞고 있다가 후반기에 6연전 때, 그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너무 일찍 움직여서 상태가 더 나빠졌다. 지금은 괜찮다. 10월에 연습 경기도 세 번 나갔다."

- 연습경기에서 공은 만족스러웠는지.

"볼넷은 안 줬는데 구속은 아쉬웠다. 코치님께 여쭤보니 두 달을 쉬었으면 두 달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시더라."

"다쳤을 때는 야구가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다. 다시는 그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앞으로 준비 잘해야겠다는 걸 깨달았다. 코치님이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춰야 하는지 알았느냐고 하셨다. 그때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부터 힘들었다. 제대로 걷지를 못했다. 디스크 걱정도 했는데 병원에서 근육 문제라고 하더라."

-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 윈터리그에 나가게 됐다. LG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던데.

(유지현 수석코치는 "투수 포수 내야수 외야수 포지션별로 팀마다 1명씩 추천을 받았다. 팀마다 포지션당 1명씩 4명을 적어 냈는데 한선태가 뽑혔다. 사실 내부적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한)선태가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팀 선수들 잘 모르는데 같이 운동할 수 있고, 외국에서 다른 나라 프로 선수들이랑 경기할 수 있어서 기대된다. 따뜻한 나라에서 비시즌에 부족한 경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도 좋다. 경험이 많지 않은데 두 달이나 쉬었다. 마무리 캠프에서 몸 잘 만든 다음에 좋은 상태로 윈터리그 뛰고 싶다."

- LG 선수 중에서는 혼자라 외로울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는 동생들인데 (LG) 형들 통해서 건너건너 알게 됐다. 룸메이트는 한화 박윤철이다. 연세대 나온 형들한테 어떤지 물어봤다. 상무에 있는 조수행 형이랑도 (홍)창기 형 통해서 같이 밥 먹었다."

- 배재준도 윈터리그 경험이 있는데, 따로 얘기한 건 없었나.

"배재준도 갔다 왔다고 하더라. 사실 훈련이나 경기하는 거에 대해서는 다 같이 하고 다 같이 힘든 거니까 상관없다. 그보다 밥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다. 향신료 냄새가 세다고 하더라. 그래서 고추장이랑 김이 필수 아이템이라고 들었다."

▲ LG 한선태 ⓒ 곽혜미 기자
- 한 시즌이 끝났다.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질 것 같다.

"되돌아보면 정말 빨리 지나갔다. 아쉬우면서도 얻은 게 많다. 8월부터 10월까지 아팠던 게 아쉽다. 생각보다 일찍 기회를 받아서 1군 마운드에 올라 6경기 던진 건 값진 경험이다. 첫 경기에서 무실점한 덕분에 자신감을 조금씩 얻었다. 가장 큰 경험이자 가장 큰 기쁨이다."

- 처음 시작하면서 다른 선수들과 다른 '출신' 때문에 걱정하지는 않았는지.

"지명 후 (최)동환이 형한테 연락이 와서 밥을 같이 먹었다. '선수 출신이 아니라서 기존 선수들이 안 좋게 볼 수도 있다. 신경 쓰지 말고 즐겁게 야구하라'고 해줬다. 처음에는 눈치를 많이 봤다. 그러다 퓨처스리그에서 성적이 나오면서 다들 인정해줬다. 한 시즌 뛰면서 다른 팀 선수들도 제 공을 많이 봤으니까 저에 대한 선입견은 많이 없어졌을 것 같다. 던지고 다음 날 다른 팀 선수들과 마주치면 공 좋았다고 해줘서 큰 힘이 됐다. 다른 팀 선수들이지만 그게 너무 고마웠다."

- 목표가 많았다. 공개한 목표도 있을 것이고, 말하지 않았거나 새로 생긴 목표도 있었을 것 같다.

"목표는 반밖에 못 이뤘다. 퓨처스리그 25경기 나가고 싶었는데 21경기 던졌다. 퓨처스리그 올스타에 못 뽑혔다. 1군 올라가는 건 해냈는데 아프지 않겠다는 목표를 못 지켰다. 아프지 않고 보내는 게 가장 큰 목표였고 1군 진입이 두 번째 목표였다."

- 다음 목표는 스프링캠프 참가인가.

"비시즌을 잘 준비해야 한다. 대만 다녀온 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상담을 하려고 한다. 스프링캠프 따라가고 싶다. 높은 곳에서 시작하고 싶다. 캠프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면 개막엔트리에도 들 수 있지 않을까. 꿈은 항상 크게 꾸라고 들었다."

한선태의 별명 가운데 하나는 '10개 구단 팬들이 응원하는 선수'다.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한선태는 "기억에 오래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우선 감사하다는 말 드리고 싶고요. 확대 엔트리 때 올라오고 싶은 마음에 욕심부리다 못 와서 살짝 잊히려고 하네요. 내년에는 준비 잘해서 다시 기억 날 수 있게, 팬들 기억에 오래 남는 선수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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