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난데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정철우 기자]두산 정규 시즌 우승의 일등 공신인 페르난데스(풀 네임 호세 미구엘 페르난네스)는 한국시리즈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3경기에 모두 출장했지만 볼넷 2개를 얻었을 뿐 안타는 1개 밖에 때려 내지 못했다. 타율이 0.091에 불과하다.

1개의 안타도 키움 좌익수 김규민이 위치 파악을 잘못해 내준 2루타가 전부다. 정상적으로 수비를 했다면 그마저도 지워질 뻔했다.

그러나 팀 내에선 누구도 페르난데스를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단순히 두산이 3연승을 거둬서가 아니었다. 한 시즌 내내 보여 준 페르난데스의 공부하는 자세가 믿음을 심어 준 것이다.

페르난데스는 외국인 타자로는 드물게 팀의 전력분석팀을 신뢰하며 배우려 노력해 왔다. 지금까지 그 어떤 외국인 선수보다 많이 전력분석실의 문을 두들기고 모자란 내용이 무엇인지 공부해왔다.

상대 투수들의 볼 배합을 공부하는 것은 기본이다. 어느 카운트에 어떤 공을 자주 던지는지에 대해 전력분석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그렇게 서로는 신뢰를 쌓아 갔다. 페르난데스는 두산 전력분석팀의 자료를 굳게 믿게 됐고 전력분석팀 또한 최대한 믿을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애썼다.

더 중요한 건 타격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이었다. 영상 분석 자료를 통해 자신이 현재 어떤 것이 잘못되고 있는지를 물어보고 고치려 노력했다.

페르난데스는 이상적인 타격 폼을 갖고 있는 선수는 아니다.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공을 치는 스타일이다. 자칫 중심까지 흔들릴 수 있는 단점을 갖고 있는 폼이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쉽게 중심이 무너지는 선수가 아니다. 올 시즌의 좋은 성적(타율 .0.344 197안타)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러나 조금만 흐트러져도 중심이 무너질 수 있는 약점이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없다. 페르난데스가 전력분석팀의 도움을 많이 요청한 이유다.

자신의 타격 폼에 문제는 없는지 묻고 또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특히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더욱 자주 전력분석실을 찾아 자신의 잘못된 점을 고쳐 왔다.

한국 야구를 쉽게 내려 봤다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한국 야구를 존중했고 거기서 나오는 분석 자료를 신뢰했다. 그런 낮은 자세가 성공의 첫 번째 비결이 된 것은  물론이다.

유필선 두산 전력분석팀 차장은 "페르난데스는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다. 페이스가 좋지 못할 때는 언제든 찾아와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고 고쳐 가려 애써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떤 내용이 안 좋은지 왜 안 맞는지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렇게 노력하는 외국인 타자는 많지 않다. 페르난데스의 성적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혀 자신의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다. 페르난데스는 자신의 영상을 돌려 보며 무엇이 문제인지 묻고 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가 언제 터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이유다.

팀 내부에서도 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력분석팀의 분석을 신뢰하고 거기서 찾아낸 문제점을 고쳐 가며 한 시즌의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오늘도 페르난데스는 전력분석실 문을 두드리고 있다. 페르난데스까지 문제의 해답을 찾게 된다면 두산은 더 무서워질 것이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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