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공유. 제공|매니지먼트숲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제작 봄바람 영화사)은 여러 모로 특별한 영화다. 뜨거운 지지와 지독한 비난이 함께 쏟아진 원작부터 그것이 불러온 뜨거운 논쟁, 영화화를 둘러싼 상반된 의견, 그리고 드디어 영화가 완성돼 관객과 만나기까지. 어느 하나 무난했던 것이 없었다.

그래서 '타이틀롤 김지영을 누가 연기할까'만큼 궁금하고 또한 염려스러웠던 것이 '그 남편 대현을 누가 연기할까'였다. 영화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독박 육아에 시달리다 스스로를 잃어버린 여자 지영이 중심이다. 대현은 문득문득 다른 사람이 되어 기억도 못할 이야기를 내뱉는 아내를 염려하지만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어쩔 수 없는 한계까지 드러내는 인물이다.

대현을 연기한 공유(40)는 합류 자체로 절묘하고도 놀라웠다. 신계에서 내려와 인간계의 여심을 사로잡은 '도깨비'가 판타지를 벗고서 지극히 평범한 남편이자 아들, 아버지가 되어 '82년 김지영'의 풍경에 젖어들었다. 그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가 영화나 캐릭터에 혹여 외적인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했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료와 함께하는 길을 택해 끝까지 걸었다. 제 역할과 몫 역시 정확히 알고 있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면 공유라는 배우의 힘과 가치를 새삼 되새기게 된다. 공유이기에 가능했다.

▲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공유. 제공|매니지먼트숲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82년생 김지영'이 어떻게 마음을 움직였나.

"'엄마'라는 키워드가 있었던 것 같다. 제가 비슷한 시대를, 우리 엄마의 아들로 살았다. 모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가르침을 받고 살았구나' 하고, 시나리오를 읽고 그렇게 키워주신 엄마' 생각이 났다. 그게 감정을 건드린 것 같다. 그렇게 시작했다. 시나리오에서 느꼈던 부분이 영화에 잘 표현됐고, 그래서 영화를 잘 봤다고 말씀드린다. 가족들의 모습에서 아버지 어머니 누나 얼굴이 스쳐갔다. 그 속에 이전에 있었던, 내가 봤던 그래서 어머니 얼굴 아버지 얼굴 누나 얼굴이 스쳐갔다.

-극중 김성철이 연기한 지영의 막내동생에 이입했을 것 같다.

"그랬다. 저도 막내아들이다. 영화에서 표현된 모습과 똑같지는 않다. 집안마다 풍경이 다르니까. 하지만 본질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성철씨가 연기를 또 잘하셔가지고 더 그랬다. 가족들 중 어느 하나 '저 사람 너무 나빠' 이렇게 기울어있지 않다. 저도 꽤나 화목한 가정에서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게 더 짠했다."

-가장 짠하게 다가온 신은.

"연기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읽다보니까 혼자 끙끙 앓다가 대현이 식탁 앞에서 속내를 토로하는 장면이 그랬다. 시나리오를 읽다 이미 울컥했다. 내가 대현이라는 생각이라 그랬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공감되고 이해가 됐다. 나도 그렇게 답답한 사람이니까."

"김지영과 어머니가 만나는 신. 저는 옆에서 바라보는 관찰자 입장이다. 고개를 떨구고 있고, 제 장면이 많이 삽입되지 않았지만 보고 있는데도 눈물이 났다. 워낙 연기를 잘하시기도 하고, 선배님 때문에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자기 자식을 키우는 게 얼마나 대단하고 힘든 일인지 생각하니까 엄마에게 미안함도 생기고 새삼 감사하기도 했다. 그래서 전화도 했다. 이게 오래 가지 않아서 문제지만."

▲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공유. 제공|매니지먼트숲
-식탁에서 지영(정유미)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공유의 얼굴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제가 생각한 호흡보다는 우는 얼굴이 좀 짧았다. 저는 괜찮다. 오히려 길게 보여주지 않아서 괜찮은 것 같다. 지문에는 '그 동안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대현이 아내 앞에서 고백을 하면서 아이처럼 운다'라고 돼 있었다. 고개를 숙인 건, 연기 하면서 그랬다. 감독님께 '고개를 못 들겠다. 지영이를 바라보기가 미안하다'고 했다. 대사도 그런 내용이다. 저는 연기할 때 그랬다. 대현도 힘들었을 것이고, 고생했을 텐데 미안함이 깔려 있고, 감정은 벅차지만 똑바로 보지 못 하겠더라. 영화 흐름으로 봤을 때는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은 읽었나. 어땠나.

"시나리오 먼저 보고 촬영 전에 소설을 읽었다.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느꼈다. 다만 배우로서 영화를 마주하다보니 기술적으로나 영화적으로 어떻게 이미지가 구현될지 생각이 많았다. 언제나 예상이 들어맞지는 않는다. 여러 조건, 연출의 판단에 따라 결이 달라지기도 한다. 감독님의 연출과 톤이 제 생각과 같다고 느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대현은 원작과 달리 아내에게 절대적 믿음을 보여준다.

"지영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이있는 사람이다.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아빠라면 난 어떨까' 했을 때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를 찍기 전에도, 찍은 다음에도 고민한 지점이 있다. '저라는 배우가 이 역할을 맡아서, 사람들이 공유라는 배우에 대해 가지고 잇는 호감이나 판타지 같은 게 필요 이상 가미돼서 대현이 너무 판타지스러운 인물이 되면 어떻게 하지.' 스스로 우려했다. 보시는 분이 판단하는 문제지만 저도 그런 생각을 좀 했다. 영화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고, 단순히 소모되고 싶지도 않았다. 

감독님게도 그런 말씀을 드렸다. '대현이 지금보다 좀 덜 착했으면 어땠을까요.' 돌아온 답변 중에 납득이 됐던 말이 '지금보다 좀 더 무심하고 차가운 캐릭터였다면, 이 캐릭터가 아내가 아프다는 걸 듣고 너무 극적으로 바뀌면 그것 또한 너무 영화적 인물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사람이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저는 지금 정도가 나쁘지 않다고 봤다. 영화에서 표현된 대현의 모습이 납득이 됐다."

-실제로 대현은 좋은 사람이지만, 지영에게 던지는 '니가 힘들까봐', '내가 도와줄게' 등의 대사가 따뜻하지만 무심하고, 얄밉게도 보인다.

"그게 제 역할이었다. 그래야 했다. 대현은 순진무구하고 아무것도 모른다. 저 정도면 스윗하고 좋은 남편이지만, 그 포인트가 대현에게 중요하다. '그냥 (아이를) 낳자' 하는 부분도 얼마나 천진난만한가. 그런 게 더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했고, 더 많았으면 했다. 정도의 선택은 감독님이 하신 것 같다. 저는 '너무 착하지 않아요' 그랬다. 저도 대현처럼, 더 디테일하게는 몰랐던 것일 수 있다. 감독님은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하셨다. 디테일이 다 표현하고 있고, 여자들은 그게 확실하게 보일 것이고. 남자 입장에서는 무디게 반응하지 않을까 싶다."

-역할을 위해 몸무게를 늘렸다고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일부러 증량할 필요는 없었다. 설명을 하다보니 그렇게 됐는데, 뭐랄까 뾰족뾰족한 인상보다는 푸근한 인상이 맞지 않을까 했다. 호아킨 피닉스가 '조커' 때문에 23kg을 감량하고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평소에 저는 야식 먹으면 '이거 먹어도 되나, 내일 부을 텐데' 고민하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아 그렇지!' 하고 먹었다.(웃음) 그렇게 시작됐다. 심오하고 거창하게 시작된 게 아니라 고백하자면 '합리화'인 거다."

▲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공유. 제공|매니지먼트숲
-부산 출신인데 이번에 사투리 연기를 처음 보여줬다.

"사투리 설정은 잘한 것 같다. 대현이 평면적일 수 있는데 지나가는 가벼운 신인데도 대현이라는 캐릭터의 입체성을 주는 데 도움을 주지 않았나 한다. 사투리 연기를 하고 싶어서 꼭꼭 숨겨놨었는데, 감독님이 제가 부산 사람인지 모르고 조심스럽게 제안하셨다. 경상도 사람들은 가족과 만났을 때 사투리 쓰는 게 자연스러우니까. '부담되지 않겠냐' 하시는데 '저 부산사람인데요' 하니 '잘됐다 잘됐다' 하시더라. 저희 가족분이 매형 빼고 다 경상도 분들이었다. 리딩을 파트별로 하는데 가족들 다 모이는 명절 시퀀스가 재미있더라. 일단 톤이 다 크다. 김지영 식구 리딩 때와 저희 가족 온도차가 엄청 크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시종일관 처음부터 끝까지 사투리 쓰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관객들 못 알아듣는 심한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저도 서울에서 20년을 살았다. 아버지는 부산 분, 어머니는 서울 분인데, 초반엔 고치려고 일부러라도 사투리를 안 썼는데, 나이 먹으면서 이상하게 아버지랑 대화하면 사투리를 쓰게 된다. 대현도 가족과 만나면 나오는 사투리지만 좀 순화된 톤으로 디테일이 있다. 저도 사투리 썼던 사람으로서 프라이드가 있다. 혹여 틀린 부분이 있어서 누군가가 지적하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다. 또 사투리 연기는 처음이니까. 계속해서 자문도 구하고, 체크하면서 연기했다."

-정유미와 3번째 만남이다. '도가니', '부산행' 두 작품이 모두 잘됐다. 또한 영화 외적인 의미를 남겼다.

"일단 저는 정유미라는 배우를 신뢰하는 관객이자 시청자다. 더불어 현장에서 작업해 봐서 이 사람이 일터에서 얼마나 상대를 배려하고 얼마나 영감을 주는지를 확인한 사람이다. 당연히 믿음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롭게 도전한다. 결과를 예단하지 않지만, 저는 고마웠다. 제가 믿은 배우가 저에게 보답해주는 느낌이었다. 이 감독님을 믿었고, 처음 봤지만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고 머리로 막연히 그렸던 영화를 해주실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님과 정유미에게 고마웠다. 뭔가 보답을 받은 것 같아서.

당연히 편하기도 하다. 모르는 상대와 만나 '안녕하세요' 하고, 리딩하고, 술자리도 갖고, 사적으로 친해지고, 이해하고 가까워지고 그러다가 연기를 하는데 아무래도 인간적으로 상대로 알고 하니 그런 시간이 단축된다. 굉장한 플러스다."

-신혼신은 달콤한 분위기라 독특했다.

"현장에서 멋모르고 찍었다. 밝은 신이 많지 않아 좋아하면서 웃었다. 유치하지만, 애드리브 하나 던졌는데 스태프가 웃으면 기분이 좋다. 화기애애하게 찍었는데 막상 화면으로 옯겨지니까 '내가 언제 저랬나' 싶고 그랬다. 기술시사 때 보다가 '하지마! 안돼' 하고 소리질렀다. 더 있었는데 잘랐다고 하시기에 감사하다고 했다. 촬영 때 컷을 안 하시기에 다 했다. 설정상 신혼부부고 얼마나 뜨겁겠나. 우리가 12세관람가인데 애드리브 하다가 관람가에 영향을 줄 뻔했다.(웃음)"

-정유미와 달콤한 부부 호흡은 처음이다. 팬들은 같이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 한 번 찍으라고 하지 않나.

"저는 좋았다. 나이대에 맞게. 인제 시작하는 풋풋한 연인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관계가 좋았다. 편했다. 저 좋아해주시는 팬들은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 같은 다른 걸 기대했을 수 있다. 유미씨 팬도, 제 팬들도 그런 데서 만났으면 하시더라. 그렇지 않은 장르에서 이런 관계로 만난 게 더 편했고 더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팬들은 아직도 원한다는데) 저 41세다!(한국나이 기준) 물론 로맨틱 코미디를 원하고 반감은 없다. 다만 점점 들어오는 비중이 줄지 않을까."

▲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공유. 제공|매니지먼트숲
-'도깨비'의 대성공 이후 '82년생 김지영'을 차기작으로 택했다.

"대외적 시선을 무시할 수 없다. 저는 대외적으로 바라보는 저와 스스로가 보는 저의 간극이 큰 사람같다. 행복한 한 해였고 '도깨비' 성공은 내가 이걸 가져도 되나 싶은 영예고 영광이었다. 오히려 그게 부대끼기도 했다. 배부른 소리같아 조심스럽지만, 그게 진심이다. 앞으로의 일에 이게 자칫 독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도 했다. 어떻게 하다보니까 다음이 '82년생 김지영'이 된 거다. 

누군가 제 필모를 보고 들쑥날쑥하다고 했다. 제 마음가는 대로 했을 뿐이다. 전략도 개입도 없었다. 전략과 개입이 들어간다면 선택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크게 보시는 분도 있더라. 이해는 하지만 조금 놀랐다. 이 영화 선택할 때도 주변에서 '굳이' '지금' '왜' 이런 단어를 쓰시더라. 이해는 하지만 저는 '아니 이게 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제가 바라본 저와 밖에서 바라본 저의 간극이 큰 것 같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면 안돼?' 그렇게 살려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지 않나. 댓글을 보면 '공유인데 뭐가 평범해'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렇게 하면 영화 드라마 다 똑같다. 다 잘생기고 다 예쁜사람만 나온다. 재벌이라고 다 잘생긴 거 아니고. 똑같은 맥락이다. 못마땅하고 불편하신 분이 있다면 그것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겠다. (웃음) 그것도 맞다. 그건 그 이야기고 그런 분들도 보고 그런 생각이 좀 덜 들게 하는 게 저희 몫이다. 안된다면 배우가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우려했는데 영화를 보다보니까 대현이라는 캐릭터를 따라가는 데 있어서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어' 하면 다행이다. 반대라면 그것 또한 겸허하게 받아들일 부분이다. 그게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

-대중적이지만 동시에 의미있는 작품, 쉽지 않은 작품들을 선택해 왔다. '도가니'도 무겁고 사회적인 작품이었고, '부산행' 역시 제작 당시엔 실험적인 도전이었다. 작품마다 꾹꾹 무게를 담는 듯하다.

"무게라는 단어를 써갈 만큼 거창한 일은 아닌것 같다. 전에는 성취감에 목말랐던 것도 같다. 지금보다 좀 더 어렸을 때는 뭔가 해내고 싶고, 내가 하는 게 명분 있고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으면 했다. 어떻게 보면 욕심이다. 어떻게 보면 욕심이다. 지금은 또 결이 다르다. 저라는 사람을 저도 아직 다 모른다. 스스로에 대해 인색하기도 했다. 이제는 저라는 사람을 받아들이고 제가 하고싶은 것, 진심으로 끌리는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흥망이 주가 아니라 내가 진정 이 이야기가 하고 싶은가를 생각했다. 순리대로 나이들어 가고 싶다. 여러가지 생각이 충돌하며 복잡했는데 지금은 심플해졌다.

-'82년생 김지영'이란 선택에 많은 게 담겼다. 주연도 아니고, 부담도 있고. 그러나 했다.

"그런데 저는 원래 그렇다. 겉으로 보여져서 평가를 받는다. 그게 방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원래 그랬다. 그런 성향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명료해지는 게 있다. '하고싶은 대로 할래'가 더 진해진다. 배우니까 연기 잘하고 캐릭터 잘 소화하는 건 당연한 전제다. 그러고 나면, 좋은 영화라는 기준이 주관적이지만, 저에게는 제 가치관과 제 관점에서 봤을 때 납득이 가고 내 판단하기에 좋은 이야기에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역할의 크기는 의미가 없다. 관객 입장에서 이런 영화를 봤을 때 저한테 말을 거는 작품이 좋다. 나의 모습이나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는 영화를 좋아한다. 저를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좋다."

-법률적 변화를 끌어낸 '도가니'는 세상을 바꾼 영화로 회자됐다. '82년생 김지영'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나.

"제가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다. 이 말이 모순될 수도 있다. 저는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꾼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다. 제 역할은 동참하고 싶은 작품에 들어가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일 뿐, 그 이상 이하가 아니다. 그 이후 느끼는 몫은 제가 함부로 점치거나 기대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가니' 경우 대단하고 감사한 일이긴 하나, 중요한 건 지속성이지 한 순간의 결과를 놓고 판단할 건 아니다. 요만큼의 바람이 있다면 인식의 개선을 한번쯤 생각한 것. 저는 우리 엄마 생각을 했고, 무심한 아들이 전화를 했고. 사랑한다는 말은 못했자먼 한번은 그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 그 정도 욕심이나 희망이 있을 뿐이다. 대의를 꿈꾸고 세상을 바꾸길 꿈꾸는 것까지는 아니다.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영화는 이런 영화다라고 설명한다면.

"반론은 하고싶지 않다. 각자의 살아온 환경이나 집안이나 시대의 환경에 따라 다양한 시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건 '82년생 김지영' 영화가 82년생 김지영만의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말씀은 하고 싶다. 이 시나리오 접했을 때부터 변하지 않은 생각이다.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기 가족이 있고 사회가 있고 우리가 있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를 봐주시면 좋겠다. 다른 기준으로 보는 분들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틀린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지 않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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