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왼쪽)이 배영수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1년 동안 정말 고마웠다. 100% 이상을 해줬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은퇴를 선언한 선수 배영수(38)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배영수는 28일 한국시리즈 우승을 축하하는 선수단 회식 자리에서 유니폼을 벗겠다고 선언했다. 배영수는 자리에 없던 김 감독에게 따로 전화해 결심한 내용을 알렸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배영수를 연봉 1억 원에 데려왔다. 김강률, 곽빈 등 부상으로 재활하면서 불펜에 젊은 투수들이 대부분이었다. 김 감독은 김승회와 함께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가르칠 수 있는 베테랑을 원했고,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이 배영수를 "정말 괜찮은 선수"라고 추천해 계약을 맺었다.

김 감독은 배영수를 영입했을 때를 떠올리며 "팀에 와서 공으로 도움이 되는 것보다 베테랑으로서 중심이 되길 바랐다. (이)현승이도 몸이 안 좋았고, 승회를 빼면 불펜이 다 어렸다. 젊은 애들을 끌고 가는 쪽으로 평이 좋더라. 그런 몫을 기대했는데, 정말 잘해줬다"고 이야기했다.

배영수는 정규시즌 37경기에 나와 1승2패, 45⅓이닝, 평균자책점 4.57을 기록했다. 시즌 성적은 돋보이지 않았지만, 26일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1-9로 앞선 연장 10회 1사에 마지막 투수로 나서 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데 정말 열심히 잘하더라. 농담으로 '(배)영수야, 나갈 일 별로 없을 것 같은데 너무 열심히 하지마'라고 하니까 '아닙니다. 한 번은 나가지 않겠습니까'하고 피칭을 하는데 공이 정말 좋더라"고 되돌아보며 껄껄 웃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사우나에서 배영수를 만난 김 감독은 플레잉 코치를 제안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막바지에 플레잉 코치를 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 은퇴를 앞둔 후배들에게 플레잉 코치를 제안하는 편이다. 

김 감독은 "플레잉 코치를 하면 선수 쪽에도 있고, 코치 쪽에도 있으면서 도움이 많이 된다. 코치와 선수 사이에 중간자로도 배울 게 많다. 보통 제안을 하면 야구를 더 하고 싶어 거절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수는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고 하더니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나서 은퇴를 하겠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김 감독은 "배영수는 지도자를 하면 정말 잘할 선수"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어 "많은 경험과 좋은 성적을 가졌으니까 지도자를 하면 정말 잘할 것이다. 후배들과 소통도 잘하니까. 지난 1년 동안 정말 고마웠다.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정말 잘해줬고 분위기도 잘 만들어줬다. 처음에는 영수가 말이 많아서 우리 선수들이 적응을 못 하는 것 같았는데(웃음) 점점 적응하더라. 100% 이상을 해줬다"며 새로운 시작을 앞둔 배영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배영수는 2000년 삼성 라이온즈 1차 지명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년 동안 499경기에서 역대 현역 최다인 138승을 챙기면서 3세이브, 7홀드, 2167⅔이닝,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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