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왼쪽)과 김태룡 단장이 재계약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재계약보다 올해는 자존심만 생각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29일 KBO리그 역대 사령탑 최고 대우로 재계약을 마쳤다. 계약 기간 3년, 계약금 7억원, 총액 28억원으로 선동열 감독(삼성, 5년, 27억원)의 종전 최고액 기록을 넘어섰다. 

두산은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이래 구단 최초로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김 감독은 2015년과 2016년, 2019년까지 3차례 우승을 이끌었고, 2017년과 2018년은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다. 두산으로서는 구단 역대 우승 6번 가운데 절반을 책임진 사령탑과 손을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연봉을 많이 받은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앞으로 3년 더 이 팀을 맡을 수 있어서 그게 가장 의미가 크다"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김태형 두산 감독과 일문일답.

-처음 두산 감독이 됐을 때부터 이렇게 오래 함께할 줄 알았는지.

2015년에 처음 팀을 맡았을 때는 아무 두려움이 없었다. '될 대로 돼라'는 마음이었다. 아무래도 선수 때부터 두산에 있었으니까 선수들도 잘 알고, 밖에서도 봤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보다 당장 이 선수들을 데리고 어떤 팀을 만들지만 생각했다. 정말 운 좋게 첫해 우승을 하면서 재계약을 했고, 이번에 또 계약하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 

-지난 2년 동안 준우승을 하면서 계약 마지막 해(올해)가 부담이었을 것 같다. 

올해는 재계약보다 자존심만 생각했다. 2번 준우승을 했으니까. 늘 우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 감독도 부담이 없을 수 없는 자리다. (2년 준우승하고)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들으면서 재계약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다. 마지막에 정규시즌 1위를 하면서 지난해보다 마음이 편했다. 우리 선수들 마지막 기운이 있어서 그런지 정말 다들 한국시리즈 할 때 보기가 좋았다.

-집에서 사무실로 향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얼마 받을까 생각했다(웃음). 감독은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다. 구단에서 잘 맡아달라고 하면 하는 거다. 계약하면서 사장님, 단장님과 앞으로 어떻게 팀을 꾸릴지 이야기했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감독하면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했다.

나도 5년 동안 정말 많이 배웠다. 처음 2년은 야구만 잘하자고 생각했다.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계속 감독을 하면서 시야가 조금 넓어진 것 같다. 느끼고 배운 게 많다. 예전에는 화를 바로 표출했다면, 이제는 참는 법도 배웠고(웃음). 연차가 쌓이면서 느끼는 게 많다. 

-외부에서는 참 복이 많은 감독이라고 생각하는데. 

감독은 하루살이다. 오늘 이기면 내일 조금 편하고, 지면 또 머리 아프고. 우리 선수들이 참 다 착하다. 선수들 덕분이다. 

▲ 두산 베어스 김태룡 단장과 김태형 감독, 전풍 사장(왼쪽부터) ⓒ 두산 베어스
-늘 상위권을 유지하는 비결은.

2015년, 2016년에 우승하면서 프로 야구 선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선수들에게 강력하게 확 심어줬다. 이제는 선수들이 알아서 한다. 2016년은 전년도에 우승하고 풀어질까 봐 정말 확 쪼면서 갔다. 다음 시즌은 FA 선수가 많으니까 알아서 잘하지 않을까(웃음).

-올해는 내부 경쟁이 없어졌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선수들이 올해 정말 힘들어했다. 그럴 때 경쟁시키면 다 무너진다. 이럴 때는 다독여주면서 끌고 가는 게 맞다. 오재원이 그랬다. 오재원을 2군으로 보냈으면 야구 그만두라는 이야기니까. 시즌 중간에 불러서 '너는 나랑 끝까지 간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로 표정도 조금 좋아지고, 괜찮아지더라. 둘 다 잘 버틴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우리 팀은 늘 목표가 우승이다. 우승이란 목표를 갖고 선수들을 기용하겠지만, 올해는 일부러 베테랑들(배영수, 권혁)을 데려왔다. 젊은 선수들을 끌고 가라고. 다음 시즌 어떻게 돌아갈지는 모르겠다. 나는 '무엇을 하겠다'고 미리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도 올해보다는 젊은 선수들을 조금 더 활용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전력은 그때그때 선수 컨디션을 파악해서 그때 최고로 꾸리는 게 중요하다. 

-낯부끄러운 말을 잘 못 하는 건 알지만, 선수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장하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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