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 포스터 및 스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만화적 상상력도 종류가 다양하다. 순정만화, 학원만화, 무협만화, 명랑만화, 성인만화….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감독 리건·제작 메이스엔터테인먼트 아지트필름)을 분류하자면 선 굵은 성인취향 무협만화다. 바둑을 매개로 한 도장깨기 액션 판타지가 더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고 쾌감을 향해 쭉쭉 직진한다. 이런 오락영화, 오랜만이다.

시작은 2014년 영화 '신의 한 수'다. 내기바둑으로 나락에 떨어진 남자의 복수극을 바둑 범죄액션으로 풀어낸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는 무려 356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다. 당시 교도소 벽을 두고 목소리만으로 바둑을 두던 초고수 '귀수'(鬼手)를 주인공 삼아 만든 스핀오프가 바로 '신의 한 수:귀수편'이다. 원작으로부터 15년을 거슬러 올라가 귀수의 탄생기를 그린다.

귀수는 무협지 주인공 같다. 바둑에 대한 남다른 자질과 비극의 가족사를 지닌 그는 혹독한 스승 아래서 복수심을 원동력 삼아 바둑의 고수로 성장한다. 이윽고 하산한 그는 복수의 대상을 하나하나 무찌르고 연이은 도장깨기 끝에 마지막 끝판왕에 도착한다. 

영화도 무협지, 무협만화를 닮았다. 바둑으로 시작해 바둑으로 끝나는 '신의 한 수'라는 딴 세상 이야기다. 가로세로 19줄의 바둑판 위에 왜 돈과 몸과 삶을 거는지 누구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흉악한 범죄자와 위선자가 가득할지언정, 꼼수로 속이거나 불리하다고 판을 엎지 않고 기꺼이 승복하는 낭만의 판타지가 넘실거린다. 그게 매력이다. 

만화에서 튀어나온듯한 캐릭터, 그 각각 색깔이 고스란히 묻어난 대국은 특히 흥미진진하다. 부산잡초(허성태) 외톨이(우도환) 장성무당(원현준)과 끝판왕까지 개성이 오롯한 적수들이 일색바둑, 맹기바둑, 판돈바둑, 사활바둑 등 저마다 다른 판을 깔고 승부를 벌이는데, 한 판 한 판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둑'을 핑계삼은 '액션'이 아니라 '바둑액션'이라 불러 마땅하다. 대국의 틈을 채운 액션 시퀀스도 각각의 엣지가 분명하다.

'신과 함께:귀수편'에는 복고풍 남성서사에 무협만화적 상상력이 만났을 때의 장점이 분명하다. 장르적 설정과 만화적 상상력을 뻔뻔하게 밀어붙이며 독특한 리듬과 재미를 만들어낸다. '신의 한 수' 1편과도 결과 온도가 확연히 다르다. 다만 여성 캐릭터의 쓰임이 아쉽다.

▲ 출처|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 포스터 및 스틸

권상우는 오랜만에 물만난 액션을 선보인다. '화산고'와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단단한 몸과 슬픈 눈으로 제 장점을 극대화한다. CG 처리가 의심스러울 만큼 만화적으로 다가오는 비주얼과 액션까지도 직접 소화했다. 

강렬한 인상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배우들이 우르르 등장해 영화의 만화적 매력에 큰 몫을 한다. '똥선생' 김희원은 숨막히는 허세 사이에 유머와 숨쉴 곳을 불어넣는다. '장성무당' 원현준은 색다른 발견이다.

마지막 대결에서 권상우가 입은 하얀 양복은 전편 주인공 정우성에 대한 오마주 같다. 그러나 '신의 한 수:귀수편'은 1편을 몰라도 되는 독립적 스핀오프다. 정우성표 '신의 한 수'를 복습할 필요도, 바둑을 공부할 필요도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그저 즐기면 된다. 

11월 7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6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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