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인태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일단 내년에는 4번째 외야수가 돼야죠. 점점 올라갈 수 있게."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인태(25)는 올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는 큰 경험을 했다. 2013년 두산에 입단한 지 7년 만이었다. 두산은 키움 히어로즈를 4승무패로 제압하고 2016년 이후 3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김인태는 주어진 단 한 타석의 기회를 십분 살렸다. 2차전에서 4-5로 따라붙은 9회말 무사 1, 3루에 대타로 나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5-5 균형을 맞추며 6-5 끝내기 승리에 기여했다. 

김인태의 올 시즌은 사실상 8월 말부터 시작이었다. 주전 외야수 김재환과 박건우가 부상으로 동시에 이탈하면서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전반기까지는 2군에서도 헤매고 있어 가을 야구를 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정규시즌 막바지 한 달 동안 두산의 대타 요원 갈증을 해소하며 한국시리즈까지 경험했다. 정규시즌 26경기에 한국시리즈 1경기를 더해 27경기 출전에 불과했지만, 충분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잠깐 휴식을 취한 김인태는 2일부터 잠실에서 진행한 마무리 캠프에 합류했다. 3일 잠실에서 만난 김인태는 2019년을 되돌아보며 "경험과 자신감을 얻은 한 해"라고 정리했다.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어떻게 지냈나. 

집에서 그냥 쉬었다. 어디 갈까 생각도 했다가 마음을 접었다. 마무리 캠프 전까지 6일 쉬면서 이틀은 야구장에 나왔다. 집에서 쉬다가 할 게 없어서 나왔다(웃음). 나왔는데 (김)재환이 형도 대표팀 쉬는 날이라고 나와서 훈련하고 있었다. 

-꿈꿨던 한국시리즈를 직접 경험하니 어땠나. 

TV에서 본 반응들이 왜 나오는지 알겠더라. 벤치에서 보는 것도 힘들 정도로 긴장됐다. 1차전 때는 몸이 굳을 정도로 힘들었다. 경기 뛰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2차전 때는 그래도 조금 괜찮았다. 괜찮다가 타석 나가기 전에 더그아웃 지나갈 때 긴장이 됐다. 홈 플레이트만 보고 타석으로 걸어가는데 환호 소리에 긴장이 다 풀렸다.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크기의 함성이 나와서 전율을 느꼈다. 귀가 확 열리면서 덕분에 긴장이 풀렸다. 

-2차전 희생플라이가 끝내기 승리의 발판이 됐다. 

앞에서 형들이 친 덕분이다. 노아웃이라 괜찮았다. 1아웃이나 2아웃이었으면, 특히 1아웃이었으면 내가 못 쳤을 때 다음 타자 (박)건우 형의 부담이 컸을 것이다. 형들이 다 하고 나는 살짝 숟가락을 얹었다. 

▲ 2차전을 이기고 함께 기뻐하는 김인태, 박건우, 허경민(왼쪽부터) ⓒ 두산 베어스
-언제쯤 우승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2차전 끝나고 느꼈다. 건우 형이 친 게 가장 컸다. 건우 형이 벤치에서 계속 표정이 안 좋았다. 그러다 2차전에서 안타 하나 치고, 다음 타석에서 끝내기 안타 치고, 3차전에서는 홈런까지 쳤다. 2차전에서 건우 형이 쳤을 때 '됐다'고 생각했다. 

후랭코프는 지난해 TV로 봐도 큰 경기에서 잘 던지더라. 3차전에서 1, 2회 던지는 걸 보고 치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우승을 직감한 건 2차전이 끝난 뒤였다. 

-우승을 확정하고 많이들 울었는데. 

나도 4경기를 하는 동안 울컥한 순간이 많았다. 1차전은 관중 소리에 울컥했다. 시즌 때도 크지만 확실히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니까 더 크다는 걸 느꼈다. 소름이 돋으면서 울컥했다. 극적으로 이긴 경기가 많아서 계속 울컥했던 것 같다. 4차전 끝나고 (오)재원이 형이 글러브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봤더니 눈이랑 코가 빨갛고, 옆에 또 (김)재호 형 봤는데 눈이 빨개서 나도 울컥했다.

-평소에 센 형들이 울어서 더 그랬을까.

재호 형은 진짜 그 정도로 텐션이 올라온 건 나도 처음 봤다. 재원이 형이랑은 얼마 함께 안 있었지만, 해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걸 알고 있다. 2차전부터 4차전까지 재원이 형이 쳐준 덕에 이겼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울컥했던 것 같다. 

재원이 형이 우는 걸 보면서 이해가 됐다. 누구보다 많이 치고 많이 노력한 걸 봤으니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2차전 때도 재원이 형이 대타로 나가기 전에 실내 타격장에서 계속 치면서 준비하는 걸 봤다. 우리 팀에는 정말 배울 형이 많다. 누구보다 노력하는 걸 아니까 후배들도 따라서 하는 것 같다.

-한국시리즈 경험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괜히 경험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재원, 재호 형이 큰 경기라고 무언가 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감만 갖고 하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처음 타석에 들어갈 때 긴장하긴 했는데, 이 경험이 있어서 다음에는 긴장을 덜 할 것 같다. 올해 경험으로 다음에 타석에 서거나 수비하러 나갔을 때 더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시즌 출발이 늦었는데, 성공적 마무리라고 볼 수 있을까.

초반과 비교하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 감독님께 만족이란 단어는 생각하지 말라고 배웠다. 초반에 비해서는 좋았지만,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다. 1군 선수가 되려면 꾸준히 잘해야 하고 부족한 것을 빨리 채워야 한다. 워낙 초반에 못 해서 지금이 부각되는 거지 만족할 시즌은 아니다. 

2군에 젖어 들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재호 형, (허)경민이 형, 건우 형, 재환이 형이 '포기하면 안 된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해주셨다. 전력분석 형들이나 코치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힘들었다. 말로는 '기대 안 한다'고 해도 몸은 그게 안 되더라. 2군 코치님들, 2군 감독님께서 옆에서 안 좋은 길로 안 가게 잘 잡아주셔서 잘 버틴 것 같다. 

▲ 이번 한국시리즈는 벤치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길었지만, 김인태에게는 큰 경험이었다. ⓒ 두산 베어스
-어느덧 20대 후반을 향해 간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이 시기에 주전으로 도약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고 싶다. 올해는 형들이 아파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뛰었다. 그때 경기하는 분위기를 익힌 게 다음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는 갑자기 경기에 나가서 당황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시즌 막바지 경험이 다음 시즌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안 잊어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무리 캠프에서는 어떤 점을 보완할 생각인지.

공격, 수비, 주루 다 보완해야 한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우리 팀은 수비다. 수비를 신경 많이 쓰려고 한다. 외야 담당 코치님께 도와달라고 부탁드리려 한다. 6(수비):4(타격) 정도로 신경 쓰려 한다. 물론 둘 다 잘해야 경기에 나갈 수 있지만, 수비에 조금 더 신경 쓰려고 한다. 

우리 팀 자체가 수비가 강한 팀이라 내가 들어가서 수비력이 좋아질 수는 없어도 나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플러스는 아니어도 마이너스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뛰려 한다.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 

내년에는 시작부터 잘하고 싶다. 내년에는 4번째 외야수가 되고 싶다. 점점 올라갈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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