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히어로즈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안았다. ⓒ곽혜미 기자
▲ 키움 히어로즈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안았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일주일 사이 격랑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히어로즈는 지난달 28일 박준상 대표이사가 사임하면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 하송 감사위원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키움은 "박 전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10월 중순 사의를 표명했고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 임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일주일 지난 이달 4일 야구 팬들이 더욱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히어로즈가 올 시즌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끈 장정석 감독과 재계약 대신 손혁 신임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불과 며칠 전 단장 입을 통해 장 전 감독과 재계약이 긍정적이라는 보도까지 나온 상황에서 갑자기 판세가 뒤집혔다. 하 신임 대표가 선임 후 3~4일 만에 적극적으로 지휘했다는 설명이다.

히어로즈 관계자들은 감독 교체 사유에 대해 "팀에 변화가 필요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팀의 변화를 장 감독과 함께 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장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을 때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 구단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점을 살리고 자신의 경험을 더해 구단을 상위권에 올려놨던 감독이 하루 아침에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것은 야구계에서 상식적으로 통하지 않는 일이다.

감독 교체는 구단의 고유 권한이라지만 현재 히어로즈 구단의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한 상태다. 임 부사장은 단장으로 영입된 지 열흘 만에 물러나고도 마케팅 능력을 이유로 부사장에 선임됐고, 그외 허민 이사회 의장, 하 신임 대표 등 새로운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구단의 방향성을 알기 어렵다.

구단 내부의 알력 싸움 속에 2년 사이에 고형욱, 임은주, 김치현으로 단장이 계속 교체됐고 대표이사 역시 이장석에서 박준상, 하송으로 계속 바뀌고 있다. 임은주 부사장은 이장석 대표의 옥중 경영 논란에 휩싸여 직무 정지 상태다. 구단 운영조차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에서 어느 감독이 자리에 앉은들 팀 컬러를 맞추고 구단과 같이 손발을 맞출 수 있을까.

장 전 감독이 과연 능력 부족으로 재계약에 실패한 것일까. 새로 감독 지휘봉을 잡는 손 신임 감독 역시 앞으로 팀의 어느 장단에 박자를 맞춰야 할지 알 수 없는 날이 온다면, 키움은 더 이상 야구단이 아닌 정치 싸움의 집합소가 될 것이다.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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