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바전 선발로 나서 잘 던진 언더핸드 박종훈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SK 잠수함 박종훈(28)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처음으로 성인 대표 팀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박종훈은 “가문의 영광”이라고 웃었다.

그러나 정작 국내 팬들이 기량을 확인할 기회가 없었다. 뛰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박종훈은 인도네시아전에 선발로 나가 잘 던졌다. 그런데 당시 현지 중계 사정으로 지연 중계가 되는 바람에 선발로 나선 박종훈의 영상이 송출되지 못했다. 박종훈은 “잘 던졌으니 됐다”면서도 “유령투수가 됐다”고 껄껄 웃었다.

두 번째로 태극마크를 단 무대는 달랐다. 박종훈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C조 예선 쿠바와 3차전에 선발로 나가 호투했다. 방송 카메라는 당연히 시작부터 힘차게 돌았다. 이번에는 모든 야구팬들이 박종훈의 투구를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박종훈은 이날 4이닝 동안 4개의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무실점으로 버티며 자기 몫은 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양현종(호주전), 김광현(캐나다전)에 이어 대표 팀 선발 호투 릴레이를 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적당한 긴장감 속에 몸을 풀며 슈퍼라운드를 대비했다. 투구 수는 65개, 스트라이크는 42개였다. 

언더핸드에 상대적으로 낯선 쿠바를 잡기 위해 호출된 박종훈이었다. 실제 쿠바 타자들의 방망이는 박종훈의 변화무쌍한 궤적을 제대로 쫓아가지 못했다. 경기 초반 제구 문제로 흔들리는 경향이 있는 박종훈이었지만 1회를 삼자범퇴로 넘기며 가장 중요한 이닝을 마쳤다. 자신감을 얻을 법한 순간이었다. 

2회에는 4번 데스파이그네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으나 나머지 세 타자를 범타로 요리하며 무실점을 이어 갔다.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그 사이 김하성이 2회 2타점 적시타를 지원했다.

3회에는 2사 후 위기가 있었다. 산토스에게 유리한 카운트에서 몸에 맞는 공을 내줬고, 프리에로에게는 우전안타를 맞아 1,2루에 몰렸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그라시알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2-0으로 앞선 4회에서 2사 후 볼넷과 안타로 1,2루를 허용했지만 알라르콘을 유격수 땅볼로 정리하고 버텼다. 4회까지 안타 3개와 4사구 3개를 내줬지만 피장타가 없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위기에서는 숱한 내야 땅볼 유도로 버텼다.

박종훈은 5회 선두 아레바레나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뒤 차우찬으로 교체됐다. 일단 초반 기세 싸움의 공신이 됐다. 팬들도 따뜻한 박수로 박종훈을 맞이했다. 이제는 타자들도 세 번째 박종훈 상대였다.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올 때가 됐다고 본 벤치의 판단이었다. 두 번째 투수 차우찬, 세 번째 투수 이영하가 실점하지 않아 박종훈도 이날 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쳤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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