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의 스마트폰으로 이동경과 영상 통화를 하는 김학범 감독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한준 기자]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폭소를 터트리며 이야기하던 수비수 이상민(22, V-바렌 나가사키)이 김학범 올림픽 대표팀 감독에게 화면을 들이댔다. 

뭔일인가 하고 옆에서 지켜보니 화면 안에 울산 현대 미드필더 이동경(22)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떠 있었다. 이동경은 환하게 웃으며 김학범 감독에게 인사했고, 김학범 감독도 웃으며 농담으로 화답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2세 이하 대표팀은 9일 UAE로 출국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모인 김학범호의 분위기는 가족적이었다. 엄한 감독으로 알려진 김학범 감독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성과를 이루는 과정에서 자신이 강하기만 한 감독이 아니라는 것을 보였다.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이라는 두 번째 미션을 위해 내달리는 여정. 도쿄 올림픽 예선 격인 2020년 AFC U-23 챔피언십 준비의 전초전인 두바이컵 친선 대회 소집 현장인 인천국제공항에서 스스럼없이 김학범 감독을 대하는 22세 이하 선수들의 모습에서 '호랑이 감독'으로 유명한 김 감독이 자상하고 부드러운 아버지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국일인 9일 낮에 K리그2 최종전이 열리기도 한 탓에 22세 이하 대표 선수들은 공항에서 소집됐다. 시간에 맞춰 하나 둘씩 나타난 선수들인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먼저 짐을 붙인 뒤 서 있던 김학범 감독에게 한 명씩 다가와 인사를 했다.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선수들은 웃으며 편하게 안부를 전했고, 김 감독도 농담으로 답하며 살가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하이라이트는 이번 소집에 합류하지 못한 이동경과의 영상 통화다. 김학범호의 내부 분위기가 얼마나 좋은지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김학범호의 중심 선수로 202년 AFC U-23 챔피언십 예선전의 영웅이었던 이동경은 지난 9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아 A대표팀으로 향했다. 그로 인해 9월 제주 전훈, 10월 우즈베키스탄과 2연전 모두 이동경은 올림픽 대표팀과 일정을 함께 하지 못했다. 

이동경은 11월 A매치에 벤투호에서 빠졌으나, 이유는 부상이다. 부상이 아니었다면 벤투호에 동행했을 가능성이 커 두바이컵 합류는 애초에 어려웠다. 이동경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고 목표로 삼고 있지만, 그에 앞서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 출전도 열망하고 있다. 김학범 감독도 이동경이 A대표팀에서 더 높은 수준을 경험하는 것은 반기지만, 올림픽 대표팀의 자원으로 여기고 있다.

부상 중인 이동경은 여전히 22세 이하 대표 선수들과 친밀하게 연락 중이고, 김학범 감독과 자연스럽게 연락을 주고 받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고, 확보 후에도 최종 엔트리 경쟁은 치열하다.

이름 때문에 '도쿄 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동경은 스스로 '도쿄 올림픽의 사나이'가 되고 싶은 꿈이 크다. 김학범 감독도 22세 이하의 나이로 벤투 감독의 꾸준한 부름을 받는 이동경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벤투호에 꾸준히 소집되고 있는 이동경의 상황에 대해 "지금은 괜찮다. 도쿄 본선이 다가오는 시점에는 올림픽팀으로 와서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훈훈했던 둘의 영상 통화는 도쿄로 가는 길에 있는 김학범호가 순풍을 타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다. 김 감독은 이동경이 두바이컵을 포함 최근 소집에 함께 하지 못했으나 도쿄로 가는 길의 주력 선수군에 두고 있다. 그러나 안주해선 안된다는 메시지도 함께 줬다.

"이 팀이 간절하지 않은 선수는 뽑지 않는다. 얼추 선수 후보군은 추렸지만 어떤 선수도 픽스된 것은 없다"는 김학범호는 선의의 경쟁이 건강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번에 처음 소집한 국가 대표 미드필더 백승호(22, 다름슈타트)에 대해서도 "훈련하고 경기를 뛰게 하면서 포지션을 볼 것이다. 그러나 주전 경쟁은 모두에게 열려있고, 누구도 확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김학범호는 10일 UAE 두바이에 도착한다. 사우디 아라비아(13일), 바레인(15일), 이라크(17일), UAE(19일)와 경기한다. 26명의 선수를 소집해 다채로운 점검을 진행한다. 2020년 1월 태국서 열리는 2020년 AFC U-23 챔피언십에서 3위 이내 성적을 거둬야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 출전권을 얻는다.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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