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런트보다는 현역 연장을 희망한 박정배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캔버라(호주), 김태우 기자] “마음은 아프지만 이제는 결단이 필요했다”

SK는 23일 “박정배를 비롯한 투수 7명과 배영섭 최승준을 포함한 야수 7명 등 총 14명에게 방출 의사를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시즌 뒤 일찌감치 방출의사를 통보한 5명의 선수를 합치면 올해만 총 19명의 선수를 팀 로스터에서 지웠다. 대개 10명 정도였던 예년에 비해 숫자가 크게 늘었다. 

즉시전력감으로 뽑혔지만 결국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 그리고 2군에서 성장이 더뎠던 선수들이 대상이었다. SK는 이 선수들을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선수명단에서 제외하며 다른 팀에서의 기회가 있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지명이 되지 못했고 결국은 21일 가장 어려운 통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19명의 선수 외에도 박정권 채병용이 은퇴를 선언했고, 시력을 잃어 선수 생활이 어려워진 이케빈 또한 임의탈퇴 처리됐다. 미국 도전에 나서는 김광현을 빼도 총 22명이 구단을 떠난 셈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창단 이후 가장 많은 선수를 방출하고, 또 선수들이 떠난 해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매년 신인드래프트로 들어오는 선수가 있는 만큼 그만큼의 방출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올해 그 폭이 넓은 것은 이유가 있었다. “선수단이 너무 비대하다”는 내부 의견이 많았다. 캔버라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방출을 하고도 여전히 군 보류선수를 포함한 SK 소속 선수들이 100명 정도 된다. 여전히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고 했다.

다만 이 선수들의 야구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른 팀에서 볼 때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이 몇몇 있다. SK가 2차 드래프트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방출 리스트를 작성한 것도 최대한 빨리 구직을 하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손차훈 SK 단장도 21일 실행위원회 당시 타 구단 단장들에게 방출 명단 일부를 미리 건네며 관심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SK 불펜에서 활약한 박정배는 구단의 은퇴 제안을 장고 끝에 물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코칭스태프에 빈자리가 없는 SK는 박정배가 그간 팀의 헌신한 것을 고려해 은퇴 후 프런트 자리를 제안했다. 그러나 박정배가 현역 생활을 더 연장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SK는 이를 수용해 방출 명단에 추가했다.

베테랑 사이드암 정재원 또한 올해 1군 등판은 많지 않았으나 2군에서 꾸준히 뛰며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좋은 자질을 갖춘 투수로 평가됐던 신동훈, 커브의 위력은 1군급이라는 평가를 받는 최진호 등도 아직 많은 나이가 아닌 만큼 새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야수 중에서도 다른 팀의 부름을 기다리는 전력감들이 있다. 거포 자원인 최승준은 올해가 아쉬운 선수였다. 준비가 잘 돼 코칭스태프의 큰 기대를 모았으나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몸 상태만 좋다면 장타력을 보태줄 수 있는 자원이다. 베테랑 우타 자원인 배영섭 또한 SK 외야에서 기회가 부족했을 뿐 여전히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배영섭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포함됐었다.

역시 부상 탓에 시즌을 망친 윤정우 또한 방망이와 주루에서 보탬이 될 수 있다. 임재현은 지금은 롯데로 이적한 최민재와 더불어 SK 외야에서 가장 불운한 선수로 뽑혔을 정도로 기량에 비해 1군 기회가 없었던 선수였다. 워낙 성실하고 콘택트 능력이 있는 만큼 관심을 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포티비뉴스=캔버라(호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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