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내야의 미래로 불리는 김창평은 향상된 수비력을 바탕으로 1군 정착을 노린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캔버라(호주), 김태우 기자] 어찌 보면 지루한 시간이었다. 방망이도 못 들었고, 마음껏 뛰지도 못했다. 대신 그는 수비 자세만 하루 종일 연습하고 있었다. 오전부터 시작된 훈련은, 해가 떨어질 때까지 이어지곤 했다. 그러고도 부족하면 저녁 식사 후 실내연습장을 찾았다.

SK 내야의 최대 기대주인 김창평(19)은 1군 데뷔 경기에서 다쳤다. 6월 5일 고척 키움전에서 선발 2루수로 나섰지만 다이빙캐치 도중 왼 어깨를 다쳐 바로 재활군에 내려갔다. 왼 어깨가 회복될 때까지 정상적인 훈련은 불가능했다. 그런 김창평이 할 수 있는 것은 수비 기본기 훈련이 사실상 전부였다. 다행히 공을 던지는 오른 어깨에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타는 듯한 무더위였지만, 김일경 코치의 의지는 더 타올랐다. 맨투맨으로 붙었다. 스텝을 최소한으로 밟은 요령, 공을 잡는 요령, 그 스텝의 반동을 이용해 공을 던지는 요령, 공을 정확하게 던지는 요령 등을 반복적으로 연습했다. 김창평의 훈련 과정은 모두 영상으로 촬영돼 1군에 있는 코칭스태프로 전송됐다. 김창평의 수비력 향상이 1군 코칭스태프의 주요한 관심이었기 때문이다.

시련이라면 시련이었다. 그러나 김창평은 그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수비에 자신감이 붙는 과정이 됐기 때문이다. 호주 캔버라 유망주캠프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김창평은 “1군에 있었으면 경험이 쌓이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재활군에 머물면서 앞으로 내 야구인생의 토대가 될 수비 기본기를 익힐 수 있었다”면서 “스텝 전환을 위주로 훈련했다. 난 스텝이 느렸다. 그 스텝을 빠르게 하려는 동작을 연습했다”고 떠올렸다.  

당시는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지만, 멀리 보면 좋은 과정이 됐다는 진단이다. 그런 김창평은 호주 캠프에서도 “훈련이 재밌다”라고 밝게 웃는다. “아마추어 시절을 다 포함해 훈련량은 지금이 가장 많은 것 같다”는 김창평은 “하지만 마냥 힘들기만 한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얻어가는 게 있으니 재미가 있다”고 했다. 쑥쑥 성장하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코칭스태프도 “김창평의 수비가 많이 발전했다”고 기대를 모은다. 한 코칭스태프는 “지난해 수비력 같았다면 당초 계획처럼 유격수로 쓰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강훈련을 거치면서 수비가 많이 좋아졌다. 내년에도 유격수로 대기시킬 생각이다. 사실 방망이는 크게 고칠 것이 없을 정도로 자질을 가지고 있다. 발도 느리지 않고”고 구상을 드러냈다. 김창평이 코칭스패프의 기대대로 성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창평도 “1군 입단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지금까지는 수비에서 내 자신의 힘으로만 던지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하체 밸런스가 몸에 많이 익었다. 하체에서 나오는 밸런스로 던지다보니 팔에 부담도 덜고, 수비도 재미가 생겼다. 고등학교 때는 수비를 연습하는 게 참 싫었는데… 지금은 다르다”고 웃는다. 

수비력 향상 덕에 1군과 더 가까워진 김창평이다. 2019년 성적이 기대만 못했을지는 몰라도 분명 김창평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김창평도 이 상승세를 계속 이어 가고 싶어한다. 이제 신인 시즌을 막 끝낸 선수지만, 훈련 계획은 베테랑 선수 못지않게 체계적이다. 김창평은 “체력이 떨어지면 부상이 오는 것 같다. 체력 보강과 웨이트트레이닝이 첫 목표다. 많이 먹기도 하면서 틈틈이 기술훈련을 하겠다”고 구상을 드러냈다.

내년 목표는 명확하다. 1군 정착이다. 김창평은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2군에 내려가지 않는 것이 두 번째 목표다. 올해 경험에서 느낀 것이 많다”면서 “베테랑 선배님들과는 다르게 나는 시키는 것만 했었다. 이제는 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하겠다. 수비에서 안정감이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창평은 “2020년이 기대가 된다”고 했다. 김창평을 바라보는 SK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캔버라(호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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