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루 수비를 하고 있는 정근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SK 왕조 시절 주축 선수 중 하나였던 정근우(37.LG)에게는 선수들끼리 부르던 별명이 하나 있었다. '숨은 야구 천재'가 그것이다.

정근우는 체구가 작다. 등록 신체 사이즈가 172㎝ 80㎏이다.

그러나 타격 훈련 때는 어지간한 거포 선수 못지않은 비거리를 자랑한다. 타고난 파워가 있다.

그가 여러 포지션을 뛸 수 있는 이유도 그의 천재성을 말해 주는 것이다. 2루수로서 이미지가 강하지만 2007년 시즌엔 유격수로 더 많은 경기를 뛰기도 했다.

당시 SK 선수들은 "팬들은 최정을 '야구 천재'라 많이 부르지만 진짜 야구 재능을 타고난 선수는 정근우다. 부족한 것 없이 다 잘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크지 않은 체구로도 상대가 얕잡아 볼 수 없는 힘을 보여 주는 이유"라고 말하곤 했다.

이제 그 천재성이 다시 한번 필요하게 됐다. 또 한번의 포지션 변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근우는 2년 전부터 2루수로 출장 기회가 줄어들었다. 2018년 시즌엔 1루수를 주로 맡았고 올 시즌엔 중견수로 포지션 변경을 해야 했다.

중견수로서 정근우가 빼어났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팀의 필요에 따라 자신이 해야 할 플레이는 충실하게 해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젠 다시 '2루수 정근우'가 필요해졌다. 원래 자리인 2루수에서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근우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류중일 LG 감독은 정근우 영입을 반기며 "2루수로서 정주현과 경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정근우는 신중했다. 원래 했던 자리라고 마음을 놓고 있지 않았다. 내야수와 외야수는 준비하는 과정부터 해야 하는 훈련 방식까지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근우는 "하던 대로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2루수의 순발력 훈련은 외야수와 또 다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 계속해 왔던 포지션이라고 마음 놓고 있지 않겠다. 자율 훈련부터 충실히 해서 스프링캠프 땐 준비된 플레이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야말로 정근우의 천재성이 다시 발휘돼야 할 시점이다. 2년의 적지 않은 시간을 이곳저곳을 떠돌다 이제 다시 제자리를 찾은 상황. 나이의 벽을 넘어 다시 내야수로 돌아가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임무가 정근우에게 주어졌다.

전성기 시절 천재 소리를 듣던 야구 센스가 이제 정말 필요한 순간이 온 것이다. 정근우가 천재의 면모를 되찾게 된다면 LG는 한층 탄탄한 야구로 내년 시즌 도약을 노려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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