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비까지 열심히 한 이스코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레알마드리드가 시즌 초반 완패를 잊게 할 만큼 뛰어난 경기를 펼쳤다. 문제는 마지막 집중력이었다.

2015-16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 레알마드리드는 유럽 최고의 클럽이었다. 한 번도 우승하기 어렵다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내리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빛나는 시기가 길었기 때문일까. 2018-19시즌 찾아온 부진은 유난히 어둡게 느껴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지네딘 지단 감독이 동시에 팀을 떠났다. 경기력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당연히 성적은 오락가락했다. 2번의 감독 경질을 결정한 뒤에 지단 감독이 다시 팀에 돌아왔으나 부진 탈출은 쉽지 않았다. 2019-20시즌 시작도 불안했다. 라리가에선 지금까지 1패만 기록하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고전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타격으로 다가온 것은 지난 9월 치렀던 파리생제르맹(PSG)과 조별 리그 1차전이었다. 레알은 파리 원정에서 무려 0-3으로 패했다. 2017-18시즌 당시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만나 1,2차전 합계 5-2로 여유 있게 꺾었던 기억이 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지난 9월 맞대결에서 PSG는 능숙하게 레알의 압박을 풀었다. 측면부터 아기자기하게 레알을 공략하면서 수비를 무너뜨렸다. 경기 통계는 처참했다. 레알은 5개의 유효 슈팅을 내줬고 3골이나 내줬다.

▲ 측면을 커버하는 발베르데(빨간 원)

두 달 여 만에 다시 만났다. 레알은 27일(한국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베르나베우로 PSG를 불러들여 조별 리그 5차전을 치렀다. 결과는 2-2 무승부였으나 경기력에선 레알의 손을 들어줄 만했다.

레알은 무려 28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13개를 골문 안으로 보냈고 나바스는 모두 11개를 선방했다. 3번의 슈팅은 골대를 때렸다. 반면 PSG는 슈팅 13개를 기록했다. 후반 36분 터진 킬리안 음바페의 추격 골은 라파엘 바란과 티보 쿠르투아가 겹치는 실수 덕을 봤다. 레알은 결과에 만족할 수 없었으나 경기력에선 합격점을 줄 만했다. 반대로 PSG로선 만족하기 어려운 경기력이었다.

지단 감독이 준비한 경기 전략이 잘 먹혀들었다. 레알은 전방부터 PSG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의 정확도를 떨어뜨리고, 수비수들 역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밀고 나오면서 PSG와 맞섰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전체 경기의 41%가 PSG 진영에서 전개됐고, 레알 진영에선 단 18%만 공이 머물렀다. 중원 싸움이 벌어진 것은 나머지 41%다. 레알이 전방 압박을 하면서 PSG를 몰아세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한 '디테일'이 존재한다. 바로 이스코와 페데리코 발베르데에게 주어진 몫이다. 

이 두 선수는 사실상 PSG를 잡기 위해 뽑아든 카드다. 이스코는 이번 시즌 9경기에서 단 314분만 뛰었다. 선발 출전은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3번 뿐이었다. 올해 21살이 된 발베르데도 최근 기회가 늘긴 했지만 아직 확실한 주전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하지만 이 두 선수는 각자의 몫을 다해 PSG를 괴롭혔다.

이스코는 전방 압박과 드리블을 맡았다. 지단 감독은 이스코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카림 벤제마와 호날두를 투톱으로 배치하는 4-3-1-2 전술을 종종 활용했다. 이스코가 가진 개인 능력으로 상대를 부담스럽게 하는 동시에, 이스코의 활동량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도 할 수 있다. 이스코는 사실상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활발하게 뛰었다.

어린 발베르데의 왕성한 활동량은 PSG의 공격 전개를 틀어막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 9월 맞대결에서 레알은 측면에서 PSG 공격을 제어하지 못해 무너졌다. 특히 후안 베르나트가 위협적이었다. 앙헬 디 마리와 함께 측면에 배치돼 활발하게 공격에 가담하면서 2도움을 기록했다. 발베르데는 이번 경기에서 중원부터 오른쪽 측면을 폭넓게 커버했다. 킬리안 음바페를 제어하거나, 혹은 이를 도우러 움직이는 베르나트를 함께 견제했다. 다니 카르바할을 도우면서 2대2로 항상 수를 맞췄다.

후반전 중반까지 레알의 뜻대로 경기가 풀렸다. 문제는 후반 집중력이었다. 후반 36분 실수로 음바페에게 첫 실점을 하더니, 불과 2분 만에 파블로 사라비아에게 동점 골까지 허용했다.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승리를 놓친 순간이다.

레알은 이번 시즌 다시 왕좌를 노리고 있다. 에덴 아자르가 드디어 팀에 녹아들고 경기력이 올라오면서 고민이었던 공격에도 새로운 구심점이 생기고 있다. 지단 감독의 적절한 용병술이 더해지면서 최고의 경기력 만들어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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