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델레 알리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델레 알리가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사이에서 움직일 때 무언가 일이 벌어진다.

무리뉴 감독은 토트넘에 부임한 뒤 첫 훈련에서 델레 알리에게 "혹시 알리의 형제가 아니냐"며 농담을 던졌다. 최근 부진했던 알리에게 경기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뜻이 숨어있었다.

알리는 무리뉴 감독의 '도발'에 반응했다. 토트넘은 무리뉴 감독 부임 뒤 23일 웨스트햄전, 28일 올림피아코스전에서 2연승을 달렸다. 그리고 알리가 그 중심에 있었다.

원래 위치인 공격형 미드필더는 물론이고, 때론 최전방으로 또 측면으로 움직인다. 무리뉴 감독은 득점에 가담하면서도 최전방의 해리 케인, 왼쪽 측면의 손흥민, 그리고 모우라까지 공격수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을 원한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른바 '포켓'이다.  일반적으로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사이를 의미한다. 무리뉴 체제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비수들이 전진하기에도, 미드필더가 물러서기에도 곤란한 위치다. 이 공간에서 공을 잡는 선수를 견제하는 상황에서 전체적인 수비 형태를 깨뜨리는 효과가 있다. 공을 잡은 알리 자체가 위협적이면서도, 동시에 주변으로 위협적인 전진 패스를 넣을 수 있는 곳이다.

알리는 신체 조건이 뛰어난 데다가 기술까지 갖췄다. 공을 지킬 때, 그리고 돌아설 때를 적절히 구분한다. 알리로 다른 공격수들을 모두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포켓에서 움직이기에 적합한 선수다.

▲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에서 공을 받은 델레 알리(빨간 원)

웨스트햄전에서 나온 첫 골이 그랬다. 전반 36분 웨스트햄의 포백과 중앙 미드필더 사이에서 알리가 공을 잡고 돌아선다. 그리고 왼쪽에서 침투하는 손흥민이 있지만 웨스트햄 수비진이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알리에게 시선이 쏠린 탓이다. 손흥민은 이사 디오프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장기인 시저스에 이은 슈팅으로 선제골을 안겼다.

올림피아코스전에서 후반 28분 나온 결승 골이자 팀의 3번째 득점도 알리가 '포켓'으로 움직이면서 나온다. 케인이 공을 잡자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공을 받는다. 케인이 측면에서 함께 움직이면서 올림피아코스의 전체적 수비 형태가 깨진다. 중앙 수비수인 후벤 세메두가 알리를 1대1로 막아서는 동안 수비진이 내려앉으면서 반대쪽엔 넓은 공간이 난다. 알리의 크로스는 손흥민의 머리를 거친 뒤 세르쥬 오리에의 멋진 하프발리로 연결됐다.

알리가 살아나면 공격 전반이 살아난다. 케인, 손흥민, 모우라 등 위협적인 골잡이들을 보유한 토트넘에선 이들을 살리고 하나로 묶을 퍼즐이 필요했다. 포켓에서 움직이는 알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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