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염혜란은 자신이 연기한 홍자영이 여성의 마음을 대변하는 대사와 상황이 많아 여성의 지지를 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제공|에이스팩토리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홍자영'은 찰나였을지 몰라도, 염혜란은 모두에게 각인됐다. 

최근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의 옹산 최고의 '걸크러시' 홍자영을 맡은 염혜란은 꾸준히 신스틸러로 활약 중이다. 

지난 2016년 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시작으로 '도깨비',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화제작에 꾸준히 참여한 그는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영화 '증인', '미성년', '걸캅스'와 '82년생 김지영'은 또 어떤가. 

유달리 여성들의 지지가 뜨겁다는 말에 염혜란은 "다시 태어날까 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동백꽃 필 무렵'은 여성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다. 결혼한 사람의 지지를 받고, 공감대를 형성할 대사가 많았다"라며 인기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했다. 

이어 "미혼 여성에게는 '나도 저렇게 능력 있는 사람', '흥분하지 않고 조용한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 이런 생각으로 이상향으로 삼더라. 나 또한 현실에선 그렇게 살 수 없기에, 멋진 여성을 연기할 수 있어 좋았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 염혜란은 홍자영 역을 맡아 많지 않은 분량에도 매 장면마다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제공|팬엔터테인먼트

뜻밖에 홍자영의 등장 장면은 '동백꽃 필 무렵'에서 그리 많지 않다. 염혜란은 "다시 드라마를 보니 내가 몇 장면 나오지 않는데, 등장 대비 명언이 많았던 모양"이라며 "아예 한 회에는 빠진 적도 있었다. '가성비'가 훌륭하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홍자영은 이혼 전문 변호사로 정글 같은 옹산에서 고고하고 우아해 보이는 백조 같은 존재였다. 겉으로는 부러움을 사도, 수면 아래로는 홀로 열심히 헤엄쳐야 하는 사람이었다.  

염혜란은 "처음에는 잘할 수 있겠느냔 두려움도 있었고, 그동안 하지 않은 캐릭터라 시청자들이 이질감을 느낄까 봐 두려웠다"라고 털어놨다. 

이혼 전문 변호사라는 직업이 어울리도록 염혜란은 일부러 이혼 재판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를 공부하고, 이혼 전문 변호사가 쓴 서적도 탐독했다. 설령 그런 것들이 드라마에 직접 나올 일은 없어도 스스로 홍자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외양적으로도 변신을 시도했다. 그는 "평균 5, 6kg 정도를 감량해 턱선을 만들었다. 피부과도 가고 다이어트도 했는데 피부는 한계가 있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각이 잡혀있는 의상에 하나만 어긋나도 안되는 홍자영이라 신경을 쓸 것이 많아 쉽진 않았다는 것이 염혜란의 설명이다. 
▲ 배우 염혜란이 생각하는 홍자영의 주제어는 '고독'이다. 제공|에이스팩토리

홍자영에게 노규태는 '남편'이라 쓰고 '아들'이라고 읽는 남자다. 염혜란조차 현장에서 자신도 모르게 '우리 아들'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단다. 

염혜란은 "홍자영에게 노규태란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골칫거리지만, 가장 큰 자랑이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고 그의 웃음 때문에 웃게 된다"라며 "옹산에 술 한 잔 마실 친구가 없는 고독한 홍자영에게 노규태는 유일한 친구다. 유일한 친구가 그런 짓을 하니 아마 더 속상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노규태의 키워드가 '외로움'이라면, 홍자영은 '고독'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풀리는 노규태와 홍자영 커플의 과거 이야기에 시청자는 열광했다. 홍자영이 '깡 있으면 해봐'라고 말하며 노규태의 코를 잡는 장면은 과거와 현재로 이어진다. 임상춘 작가의 대사에 코를 잡는 몸짓을 추가한 것은 염혜란이다.

염혜란은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액션이 있었으면 했다. 애정이 있을 때는 스킨십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폭력으로 보일 법한 행동을 찾았다"라고 털어놨다. 얼굴을 뭉개거나, 볼을 잡아당기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행동을 생각했고 최종적으로 낙찰된 것이 코를 잡는 거였단다. 

그는 "나는 조선 시대 사람 같은 촌스러운 스타일이라 홍자영이 더 매력적이었다"라며 "나는 오히려 동백이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주변 환경을 불편하게 하면 내 마음이 더 불편하달까. 그래서 홍자영이 더 멋지더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와 규태의 결말에 대해 싫어하는 분도 있더라. 홍자영은 혼자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자영의 재결합을 싫어하는 분도 있지만, 나는 행복하게 끝나 좋다"라며 "사람은 안 바뀐다고 하지만, 규태는 달라지지 않을까. 규태도 이젠 자영에게 잘해줄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 배우 염혜란은 KBS2 '동백꽃 필 무렵'이 자신과 홍자영의 성장기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제공|에이스팩토리

옹산 최고의 엘리트도 고부갈등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많은 여성이 유달리 공감한 지점이기도 하다. 염혜란은 "시모가 오면 홍자영은 5첩 1국을 끓여야 한다. 남자였다면 5첩 1국을 준비했을까? 한국 사회와 같았다"라며 "며느리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우리 아들이 잘됐으면 하는 그런 심보가 시모에게 있지 않을까. 그런 것들을 짚어줘서 유부녀들의 지지를 받은 것 같다"라고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염혜란이 생각하는 '동백꽃 필 무렵'은 곧 홍자영과 염혜란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염혜란은 "이 이야기 자체가 홍자영의 성장기라고 생각한다. 나 혼자 만든 편견에서 나와 어울리지 않고, 못해낼 거로 생각했었다"라고 고백하며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서 '내가 믿으면 할 수 있구나', '사랑을 보내는 걸 보니 너무 이상하진 않은 모양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홍자영과 비슷한 인물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을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sohyunpark@sps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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