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캔버라 유망주캠프 MVP에 뽑히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SK 오준혁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캠프 시작 전까지만 해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선수였다. 그러나 캠프가 끝났을 무렵, 오준혁(27·SK)은 동료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2월 스프링캠프 참가 자격을 따냈다. 생각하기 어려웠던 역전 홈런이었다.

오준혁은 11월 말 끝난 SK 호주 캔버라 유망주캠프의 야수 최우수선수(MVP)였다. 올해부터 SK는 11월 캠프 MVP에게 다음 시즌 스프링캠프 참가 자격을 주기로 했다. 기량 발전을 칭찬하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선수들에게는 캠프를 성실하게 소화하라는 동기부여가 된다. 오준혁은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선수였다. 캠프 막판부터 “MVP를 확보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우선 기량이 많이 늘었다. 염경엽 SK 감독조차 성장세를 놀라워할 정도였다. 오준혁은 그 비결로 준비를 뽑는다. 2군에 있을 때부터 이번 유망주캠프를 염두에 두고 준비했다. 오준혁은 “코칭스태프에게 좋은 모습, 또 진지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재능에 준비까지 더해지자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오준혁은 “수비에서 많이 약했는데, 준비를 잘하면 언젠가는 1군 코칭스태프도 보실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군에서 수비 연습을 많이 했고, 캠프에 와서는 (송구) 자세 교정도 많이 했다. 확실히 SK에서 기본기 훈련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공격에서는 팔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힘이 너무 없었다. 2군에서 빠른 공을 이겨내려면 하체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훈련을 했다. 차라리 자세 교정은 많이 안 했다”고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런 준비에 1군 코칭스태프들도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강훈련을 각오한 심장도 인상적이었다. 얼굴 한 번 찌푸리는 적이 없었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칭찬이다. 그런 호평 속에 오준혁도 자신감을 얻었다. 오준혁은 “예전에는 하나 할 것, 이번에는 2~3개 하자는 생각으로 캠프에 임했다. 막바지에 와서 감독님과 코치님이 모두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해서 뿌듯했다”고 웃었다. 그 여정의 마지막에는 플로리다행 비행기 티켓이 있었다.

절실하게 준비를 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1년 한화에 입단한 오준혁은 경력이 짧은 선수는 아니다. 그래도 9년 동안 4개 팀의 유니폼(한화·KIA·kt·SK)을 입었다. 이들모두 오준혁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지만, 궁극적으로 그 가능성이 만개하기도 전에 팀을 옮겼다. 그 과정에서 오준혁도 독해졌다. 오준혁은 “이게 내 마지막 도전일 것 같다. 벌써 네 번째 팀이다. 승부를 걸어야겠다 싶었다”고 했다.

캠프에서 많이 성장했고, 또 스프링캠프 참가자격까지 따낸 만큼 그 마지막 도전의 시작은 나쁘지 않다. 오준혁은 “코치님들 덕에 송구가 좋아졌다. 아직은 실전에서 못하게 하시는데, 얼마나 좋아졌는지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라고 웃으면서 “캔버라 캠프 실전에서는 안타 개수도 많았지만 그것을 떠나 방망이 중심에 잘 맞았다”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캠프 MVP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도전자다. 스스로도 이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오준혁은 “팀을 옮기면서 조급한 심정은 물론 부담감도 있었다. SK에 올 때는 ‘여기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면서 “오히려 자만심은 없고, 나를 밑에 두니까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형들처럼 1군에서 100경기 뛰고 그런 목표는 없다. 그건 과장된 이야기다. 다만 믿고 써주시면 그것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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