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드리치(가운데 아래)가 메시(왼쪽)에게 태클을 시도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레알마드리드는 전방 압박을 시도해 FC바르셀로나를 눌렀다.

바르셀로나는 19일(한국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누에서 열린 2019-20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7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 '엘 클라시코'에서 0-0으로 비겼다.

"좋은 경기였다. 골만 없었을 뿐이다. 이 경기에 만족한다. 우리가 이길 자격이 있는 경기였다." - 지네딘 지단(레알마드리드 감독)

경기 내용에선 원정 팀 레알이 유리했다. 슈팅 수에서 17-9로 크게 앞섰던 것이다. 유효 슈팅 수에서도 4-2로 앞섰다. 연이은 선방을 펼친 마크 안드레 테어 슈테겐, 전반 17분 카제미루의 헤딩을 걷어낸 제라르드 피케가 아니었다면 리드를 잡을 수도 있었다. 후반 27분 VAR 끝에 취소된 가레스 베일의 득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여러 차례 전반점유율에서 48%로 약간 밀리긴 했지만 큰 차이는 아니었다.

레알은 초반부터 강력한 압박으로 바르사를 몰아쳤다. 젊은 피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중원에 배치돼 역동성을 더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스코 역시 부지런히 뛰었다. 가레스 베일 역시 수비 가담 폭을 늘리면서 팀을 위해 헌신했다. 그 결과는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이 제공하는 '액션존'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레알은 경기의 단 19%만 자신의 진영에서 보냈다. 중원 싸움이 46%를 차지했고, 나머지 35%는 바르사 진영에서 공이 돌았다. 바르사의 경기 스타일을 고려하면 상당히 의미 있는 통계다. 바르사는 세밀한 빌드업을 바탕으로 수비 라인을 올려두고 공격을 펼치는 팀이다.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앙투안 그리즈만까지 바르사가 자랑하는 공격수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맞대결에선 바르사가 자신의 진영에 갇힌 채 경기를 치렀던 것이다.

지난 라운드 레알소시에다드전이 중요한 참고 사항이다. 소시에다드도 24.2세의 젊은 선발 명단의 장점을 살려 강력하게 압박을 시도했다. 소시에다드전에서 바르사는 4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번 엘 클라시코와 마찬가지로 점유율 차이는 곧 경기력 차이로 이어졌다. 슈팅 수에서 9-19로 크게 뒤졌다. 소시에다드 진영에서 27%, 중원에서 43%, 바르사 진영에서 30% 경기가 진행됐다. 소시에다드가 전방 압박을 바탕으로 바르사를 몰아넣었다.

핵심 메시를 적절히 제어할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하다. 메시는 15라운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에서 100개 터치를 기록했고, 16라운드 마요르카전에선 106번 공을 만졌다. 하지만 소시에다드전에선 이보다 뚝 떨어진 52번의 터치만 기록했다. 빌드업을 견제하면서 메시로 가는 패스 자체를 차단한 것이다. 메시가 이번 시즌 라리가에서 가장 적은 터치를 기록한 경기였다.

이번 엘 클라시코에서도 메시는 68번의 터치를 기록했다. 공이 잘 돌지 않자 메시는 깊은 지역까지 내려오는 경우가 잦았다.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더라도 골문까지 거리가 멀어 협력 수비에 차단되는 경우가 자주 포착됐다. 골대에 가까울수록 위험한 메시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이다.

"레알은 우리를 강하게 압박했고, 위험한 장면들을 만들었다. 힘든 경기를 했다.. 우리는 이런 압박을 예상했다. 강한 상대와 실제 그라운드에서 마주할 때 결국 선수 개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있었다." - 에르네스토 발베르데(FC바르셀로나 감독)

문제는 발베르데 감독이 뚜렷한 해결책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바르사는 전체적으로 선수단의 연령대가 높아진 상황이다. 체력과 기동력 싸움에선 열세다. 중원에서 치열하게 볼 소유권이 오가는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이걸 인정한다면 조금 더 세밀한 빌드업 과정을 거쳐 압박을 풀어나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점점 높아지는 압박 강도 속에 쉽지 않다. 레알소시에다드와 레알마드리드 2연전에서 바르사는 내내 고전했다. 다른 팀들에게도 분명 실마리가 됐을 터.

2017-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AS로마에 0-3으로 패할 때도, 2018-19시즌 4강 2차전에서 리버풀에 0-4로 패할 때도 바르사는 자신의 골문 앞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이 두 경기에서 점유율은 비록 바르사가 높았지만, 앞으로 전진하지 못한 것이다.

전방 압박에 지속적인 약점을 노출한다. 라리가는 물론 유럽 정상을 노리는 바르사에 그리 반가운 소식일 수 없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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