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계약을 마친 린드블럼(왼쪽)과 김광현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광현(31·세인트루이스)의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 분위기는 비교적 좋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총평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계약을 따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다. 시장 상황이 생물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많은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이 김광현을 유심히 살폈지만, 그들이 볼 때는 어디까지나 MLB 경력이 없는 한 동양인 투수였다. 이 때문에 계약 규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적어도 단년 계약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2년 600~700만 달러에서 2년 1000만 달러 이상까지 제각기 보는 시각이 달랐던 게 사실이다.

그런 김광현은 18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와 2년 총액 1100만 달러(약 128억 원)에 계약했다. 보장 연봉이 2년 800만 달러이며, 연간 150만 달러씩 인센티브 총액 300만 달러를 걸었다. 기본적으로 줘야 할 포스팅 금액(160만 달러)까지 합치면 세인트루이스 시점에서 2년 960만 달러 계약이다. 여기에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따냈다. 한 구단 외국인 담당자는 “이 정도면 계약을 잘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당장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전 동료 메릴 켈리(31·애리조나)는 2년 보장 연봉이 550만 달러였다. 켈리는 올해 250만 달러, 내년 300만 달러를 받는다. 2021년(425만 달러), 2022년(525만 달러)의 옵션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보장된 액수가 아니다. 김광현의 보장 금액(2년 800만 달러)은 오히려 켈리보다도 위였다.

같은 시기 똑같이 포스팅 절차를 밟은 일본프로야구 다승왕 야마구치 슌(32)보다도 높았다. 대개 MLB 스카우트들은 일본 투수들의 능력을 한국보다 한 수 위로 본다. 그렇다고 야마구치와 김광현의 나이차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야마구치는 토론토와 2년 600만 달러 정도의 계약을 맺는 데 그쳤다. 김광현 계약이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성공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세인트루이스가 굉장히 적극적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포스팅 시작 전 김광현 측 관계자는 “아무래도 김광현을 오래 본 팀들이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적극적인 의사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좋은 계약이 나온다면 그런 팀들 중 하나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오랜 기간 김광현을 지켜본,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팀이었다.

오랜 기간 김광현을 지켜보며 쌓인 확신과 호감도 적극적인 베팅을 이끌어냈다. 단장 보좌역인 맷 슬레이터는 오랜 기간 아시아 야구를 지켜봤고, 오승환 김광현 등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또한 슬레이터는 김광현 측 에이전트와 오랜 기간 친분이 있었다. 사전 교감에 유리했다. 

에이전시의 전략도 좋았다. 김광현 측 국내 에이전트는 윈터미팅 기간 전 미국으로 가 미리 해외 에이전시를 찾았다. 남들이 들으면 다 알만한 대형 에이전시는 시작부터 제외했다. 김광현 협상에 집중할 수 있는 에이전시를 골랐다. 이는 적중했다. 고객이 많은 다른 에이전시와 달리, 윈터미팅 기간부터 상대적으로 김광현 협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해외 에이전시 또한 세인트루이스와 관계가 원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현에 앞서 MLB 계약을 맺은 조쉬 린드블럼(32·밀워키)은 더 성공적인 계약을 맺었다. 린드블럼의 보장 연봉은 3년 912만 달러 정도다. 연평균 보장액은 김광현보다는 적다. 그러나 3년이라는 든든한 보장 기간을 확보했다. 게다가 매 시즌 옵션 300만 달러가 있다. 이닝에 따른 옵션이다. 총액 3년 1812만5000달러(약 211억 원) 계약이다. 예상대로 김광현보다 계약 규모가 더 컸다.

린드블럼은 90이닝을 넘을 때마다 10이닝당 12만5000달러의 보너스를 받는다. 130이닝을 넘어서는 시점부터는 25만 달러씩을 추가로 받는다. 170이닝부터는 190이닝까지는 10이닝당 50만 달러가 추가된다. 린드블럼 측 관계자는 계약 직후 “선발로 꾸준히만 뛴다면 옵션은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다”고 했는데, 린드블럼으로서는 동기부여가 될 만한 조건이다.

린드블럼이 최대치인 190이닝까지 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MLB 규정이닝(162이닝) 정도 소화는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170이닝을 던진다고 가정했을 때 린드블럼의 시즌 보너스 금액은 200만 달러에 이른다. 그렇다면 연평균 500만 달러가 넘는 계약이다. 류현진급이 아닌 이상, 연평균 500만 달러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선수들의 사실상 한계치다. 린드블럼은 던지기에 따라 그 한계에 도전할 수도 있다.

린드블럼의 에이전트 또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 중 미국 사정에는 가장 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메이저리그 계약을 직접 한 경력도 있다. 이런 경력 덕에 더 빨리 움직여 최대한 빠르고 큰 계약을 이끌어냈다. 윈터미팅 기간 이전 이미 모든 오퍼를 다 쌓아두고 최종 조율만 남긴 것은 예상보다 빠른 움직임이었다. 밀워키 또한 에릭 테임즈의 성공 사례로 KBO리그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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