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표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빼어난 예측력으로 '인간 문어'라는 별명을 얻은 이영표가 토트넘 홋스퍼의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예상 순위를 묻자 '4위 이내'라고 답했다.

박지성이 이사장으로 운영하는 JS 파운데이션의 19일 재능학생 장학금 후원금 전달식에 참석한 이영표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손흥민과 토트넘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영표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토트넘에 입단한 선수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93경기를 뛰었다. 토트넘 외에도 PSV 에인트호번,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에서 유럽 무대를 7시즌을 보냈다.

유럽 축구의 현장 경험은 물론 이론적 지식도 탁월한 이영표는 전 시즌 토트넘의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끈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경질하고 주제 무리뉴 감독을 선임한 뒤 반등한 것에 대해 시즌 중 감독 교체가 주는 자연스러운 효과를 짚었다.

"포체티노 감독이 안 좋아서 자른 게 아니라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자른 것이다. 토트넘은 내년에 챔피언스리그에 못 나가면 수익이 크게 줄고 운영에 어려움이 생긴다. 중계권 뿐 아니라 스폰서 계약의 규모가 성적에 따라 달라진다. 토트넘은 강등의 문제가 아니라 챔피언스리그를 못가는 게 재정적으로 강등 수준의 타격이고 위기다. 그래서 감독을 바꾼 것이다."

"기존 주전 선수들이 있고 비주전 사이의 갭이 생기는데, 주전 선수들은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고, 비주전 선수는 포기해서 집중하지 않고 양분화될 수 있다. 새로운 감독이 오면 주전 선수도 다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고 비주전 선수도 기회가 있으니 팀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 무리뉴 감독이 아닌 누가 와도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그 감독으로 3-4개월 가면 그런 현상이 생긴다."

이영표는 무리뉴 감독이 스스로 리더십 방식에 변화를 준 점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무리뉴의 팀 관리 방식이 좋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았다.

"새로운 감독이 왔기에 반등하기도 하지만 또 하나는 무리뉴 감독이 와서 매니징을 잘하고 있는 것도 증거다. 잘 할 것 같다. 예전에 무리뉴 감독이 성적을 내던 시절과 지금은 다른 것 같다. 무리뉴 감독이 포르투, 첼시, 인터밀란에서 성공하고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선 어려움 겪었다. 그리고 오래 쉬었다. 얼마전에 자기가 너무 피치가 그립다며 인터뷰하다가 울더라. 그게 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 것 같다. 자신감도 중요하지만 인내심과 겸손함도 중요하다. 그런 시간이 무리뉴 감독을 어쩌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킨 것 같다. 성품적으로.  그게 잘 맞는 것 같다."

이영표는 손흥민에게 수비 부담을 많이 지운다는 무리뉴 감독 전술에 대한 논란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의 수비 가담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손흥민이 전술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금 토트넘이라는 팀의 위치가 아주 강팀이기는 하지만 위에 두 세팀이 있다. 토트넘 같은 팀은 공격도 중요하지만 수비도 항상 잘해야 한다. 수비를 잘하는 팀이 결국에는 성적을 낸다. 우리 입장에선 손흥민이 먼저 보이니까. 왜 공격적이지나 않냐 불만일 수 있지만 팀이 강해지고 좋아지려면 수비가 강해져야 한다. 무리뉴 감독이 그걸 신경 쓰는 감독인데 나는 그게 토트넘과 잘 맞는 것 같다."

손흥민이 잘되기 위해선 토트넘이 잘되야 한다고 강조한 이영표는 "많은 사람이 오해를 한다. 그렇게 수비하면 공격  못하는 게 아니냐.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상대가 공을 갖고 있을 때 우리가 수비를 하지 않으면 수비 숫자가 부족해서 계속 수비해야 한다. 깊숙이 수비에 가담해 공을 빼앗으면 바로 공격이 된다"며 전술적으로 토트넘이 더 많이 공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했다.

이영표는 "적극적 수비로 공격 기회가 더 생긴다. 2002년 월드컵에도 우리가 수비적으로 많이 뛰면 사람들이 힘들지 않냐고 오해했다. 압박이 효과를 못거두면 힘든데 효과를 거두고 볼을 빼앗으면 하나도 수비가 안 힘들다. 손흥민 선수가 수비적으로 적극적으로 하면서도 얼마든 공격적으로 득점하고 어시스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영표는 빌드업 축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으나 빠른 경기 템포와 전력 평준화로 일방적 경기가 어려운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무리뉴식 선수비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첫 번째 수비가 되는 팀이 공격도 된다고 생각한다. 공격력이 너무 좋아서 상대에 공격 기회 조차 주지 않을 수 있다면 할 말없지만, 프리미어리그는 누구든 당할 수 있는 리그다. 이런 리그에선 수비가 되어야 공격도 가능하다. 무리뉴 감독이 먼저 수비를 신경 쓰고 공격을 하는 것은 좋게 생각한다."

이영표는 토트넘의 2019-20시즌 예상 성적을 묻자 "제 생각에는 4위 안에 들 것 같다. 챔피언스리그 티켓은 딸 것 같다"고 기대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시 (결승전)? 그것까진 생각 안해봤는데. (웃음) 제 개인적은 생각으로는 어떤 대회에서든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챔피언스리그도 끝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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