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올스타와 유벤투스의 친선 경기는 팬들의 분노를 남겼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2019년은 한국 축구계에는 기쁜 일이 많았다. 2018년부터 시작된 A매치 매진 행진은 올해 6월 호주전까지 7번이나 이어졌다. 2019년을 마무리하는 12월 동아시안컵에선 홍콩, 중국, 일본을 차례로 꺾고 우승 컵을 들었다.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사상 최초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17세 이하(U-17) 대표팀 역시 FIFA U-17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K리그에도 훈훈한 바람이 불었다. 22개 구단 중 21개 구단의 관중이 증가, 총 관중 237만 6924명을 모으며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물론, 봄날을 이야기할 시점에도 한국 축구의 얼굴을 찌푸리게 했던 사건사고는 있었고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발전의 기회를 삼아야 한다. 팬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유벤투스 방한 경기, 정종선 전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회장의 '갑질' 사건, 시즌 내내 팬들에게 배신감을 안겼던 음주 사건이 이어졌다.

◆ 무책임한 대회 추진, 호날두 노쇼 사태

유벤투스는 지난 7월 26일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와 친선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호날두가 45분 이상 출전하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쏠렸다. 최고가 티켓은 40만 원이었지만 6만3천 석이 모두 팔렸다. 현장 암표는 60만 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기 당일은 재앙에 가까웠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유벤투스 선수단은 '당일 치기' 일정을 보냈다. 촉박한 일정에 예정됐던 팬 사인회는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다. 저녁 8시로 예정됐던 킥오프는 50여 분이나 지연, 팬들은 습한 날씨 속에 기다려야 했다. 뒤늦게 시작한 경기에서도 호날두는 벤치에 앉아 90분을 조용히 보냈다. 격분한 팬들이 라이벌 '리오넬 메시'의 이름을 연호한 것은 당연했다.

'대책 없는 긍정론'으로 무리하게 행사를 밀어붙인 결과였다. 대회를 주관한 더페스타는 4월에서야 유벤투스 방한을 추진했다. 경기 일정 역시 프로축구연맹과 뒤늦게 조율했다. 프로연맹 역시 K리그2(2부리그) 일정으로 7월 26일만 가능하다고 알렸다. 유벤투스는 24일 중국 난징에서 경기, 25일 상하이에서 팬 미팅을 한 뒤 한국에 왔다. 돈만 벌고 가겠다는 의중이 일정 자체로 드러났다.


빡빡한 일정에 호날두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고 결국 경기 자체를 보이콧하기에 이르렀다. 무리한 행사 추진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더 페스타가 유럽 클럽의 내한 경기를 추진한 것은 처음이었다. 유벤투스의 안이한 행동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대행사였던 더 페스타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뒤에 숨은 프로연맹에도 책임론이 일었다.  

무엇보다 피해는 고스란히 팬들에게 돌아왔다. 거금을 들여 모여든 팬들은 불쾌감만 안은 채 돌아서야 했다. 소송을 원한 관중 일부의 법률대리인이 호날두 노쇼 사태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더페스타와 프로연맹, 티켓링크를 상대로 사기 혐의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 '영구 제명' 처분을 받은 정종선 전 회장

◆ 학원 축구의 그림자, 정종선 횡령-성폭행 의혹
지난 9월 학원 축구에 충격적인 소식이 터져나왔다. 정종선 전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회장의 성폭행과 횡령 의혹이 제기됐다. 정 전 회장은 서울 언남고등학교 감독으로 재임하며 학부모들에게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5월 경찰 수사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학부모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K리그를 대표했고 태극마크를 달았던 인물, 언남고 축구부에 여러 차례 우승을 안겼던 지도자의 민낯이었다. 학원 축구 내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정 전 회장이라 학부모들이 고발 자체를 두려워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정 전 회장의 소명에도 불구하고 '영구 제명'을 결정했다. 정 전 회장은 대한체육회에 재심 신청을 했지만, 제 37차 스포츠공정위에서 이 안은 기각됐다. 정 전 회장은 여전히 결백을 주장한다. 경찰은 업무상 횡령 및 강제추행,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정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기각했다. 경찰 수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성적과 입시가 걸린 학원 축구에서 감독의 권력이 절대화될 수 있었다. 이를 이용한 '갑질'이 학생 선수들과 부모들의 인권까지 침해할 우려가 있었다. 이에 대한 견제 장치의 필요성과 구성원들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했다.


◆ 1년 내내 이어진 음주 운전 소식

시즌 내내 이어진 음주 운전 소식도 팬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윤창호법'이 제정되는 등 사회 전체가 음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중에 일어난 일이라 더 아팠다. 모범이 돼야 할 프로 선수들이 무책임한 행동으로 팬들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김은선(호주 센트럴코스트)의 음주 운전 소식이 나왔다. 수원 삼성은 1월 4일 김은선이 지난해 말 휴가 기간에 음주 운전 뒤 접촉 사고를 낸 사실을 자진 신고하자 이를 확인하고 계약 해지를 알렸다. 프로연맹은 15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8백만 원을 부과했다. 베테랑이 저지른 사고에 팬들도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김은선의 예는 K리그에 '타산지석'이 되지 못했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 대표로 뛰었던 우찬양이 지난 8월 음주 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포항 스틸러스 유스 출신으로 수원FC에서 임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지난 9월 경남FC 수비수 박태홍도 음주 운전이 적발됐다. 음주를 한 다음 날 운전대를 잡은 것이 화근이 됐다. 전남 드래곤즈의 최준기도 9월 음주 운전을 자진 신고했다. 세 선수 모두 15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4백만 원 징계를 받았다.

프로연맹과 각 구단은 음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는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 사생활에서 발생하는 일까지 모두 통제할 순 없는 노릇. 선수 개개인이 책임감을 자각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만 재확인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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