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영석 PD. 제공|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6개의 작은 쇼트폼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예능. '금요일 금요일 밤에'로 돌아오는 나영석 PD가 새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달라진 방송환경, 고민과 바람을 털어놨다. 

나영석 PD는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tvN 새 프로그램 '금요일 금요일 밤에'(연출 나영석 장은정) 제작발표회에 참석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동 연출자인 '삼시세끼 바다목장편' '스페인 하숙'의 장은정 PD와 김대주 작가도 함께했다.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요리, 노동, 과학, 미술, 여해 스포츠 등 각기 서로 다른 6개의 쇼트폼(Short-form) 코너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됐다. 각 쇼트폼 프로그램은 약 15분으로, '국민일꾼' 이승기의 공장 체험기를 담는 '체험 삶의 공장', 뉴요커 출신 이서진의 뉴욕 여행기인 '이서진의 뉴욕뉴욕', 홍진경이 친구 어머니의 요리를 찾아가는 '아주 특별하고 비밀스런 내 친구네 레시피', 한준희 박지윤이 비인기종목을 중계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등이 있다. 김상욱 교수의 '신기한 과학나라', 양정무 교수의 '신기한 미술나라'엔 은지원 송민호 장도연이 함께한다.

▲ 왼쪽부터 김대주 작가, 장은정 PD, 나영석 PD. 제공|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
"저희도 만들면서 처음 겪는 일들이라, 하다 보니까 왜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입을 뗀 나영석 PD는 "만든 의도는 간단하다. 요즘 프로그램들이 너무 길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고 털어놨다.

나 PD는 "저희도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한 시간짜리가 70분, 90분씩이 된다. 드라마로 치면 대하드라마 같다. 큰 것 말고 '쇼트폼'이라는 가벼운 걸 하고 싶은데 방송사 편성은 기본적으로 60분이라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한 프로그램의 바구니에 개별적인 프로그램이 작게작게 둥지를 틀면 어떨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 평소 시도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여기 나오는 코너들은 1시간짜리로 만들라면 조금 부담스러운 소재들"이라며 "공장을 찾아간다거나, 미술이나 과학을 배운다는 게 1시간이나 70, 80분 만들자면 지루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하나하나 각자의 의미를 가진 프로"라고 강조했다.

나영석 PD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작은 것들을 하나씩 모아서 만들면 시청자들이 좀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런 실험을 해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 나영석 PD. 제공|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
프로그램명이 MBC의 레전드 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밤)을 떠올리게 하는 '금요일 금요일 밤에'가 된 것도 형식이 영향을 미쳤다. "버라이어티의 전성시대 프로그램 안에는 짧은 코너 2~3개가 있었는데 시청자들이 몰입도 있는 프로그램을 원하시고 하며 한개 프로그램이 됐다"면서 "어떻게 보니 프로그램 안에 여러 작은 코너가 있는 예전 프로그램 느낌이더라.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레전드 프로그램에 오마주 느낌으로 여러가지 코너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쇼트폼 예능으로 구성된 금요일 밤 예능프로그램 자체가 10여분짜리 클립이 대세은 유튜브 채널 클립을 떠올리게 한다. 나 PD는 "유튜브 특정 채널을 참고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달라진 방송 환경에 대한 고민은 있다고 밝혔다.

나영석 PD는 "방송사에서 일하는 분들이 다 똑같을 것이다. 다들 일정부분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고, TV만 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유튜브도 보고 넷플릭스도 보고 OTT 플랫폼도 보고 시청자의 시청 패턴이 변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신서유기'를 만들다보면 시청자와 이야기할 일이 있는데 TV로 보는 분도 있지만 후에 나오는 클립으로 시청하는 분들도 많더라. 어차피 전체를 보여드리기 힘든 환경이구나, 10분씩 보고 다른 일을 하는 패턴이라면 제작자가 거기에 맞춰서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우리는 70분 찍어놓고 알아서 끊어서 보세요 하는 게 무책임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것이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질지는 저희도 잘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 나영석 PD. 제공|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
나영석 PD는 '내가 왜 했나' 싶은 게 촬영 회차가 대폭 늘어나고, 제작비도 기존 대비 20~30%가 올랐으며, 시청률을 걱정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나PD는 "파편화된 프로그램이다. 캐릭터가 주고받으면서 폭발력을 키워나가는 기존 문법은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그래서 시청률이 낮겠다는 각오는 하고 만들었다. 보면서 시청자들이 몰입해서 스토리가 막 진행돼서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게 예능에서도 보편적인 문법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런 부분을 소거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MC 본인의 재능이나 개성에 따른 효과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보다 소재, 보여주고 싶은 정서가 우선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기존보다 폭발력이 낮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예능이라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우리가 뭔가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우리는 지금 시청자들에게 어떤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해서 만들었다.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다주길 바란다. 대신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나 PD는 "어제 저희끼리도 산만하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시청자들의 권익만 생각하면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만 보시면 된다. 좋은 것만 보시고 '스토브리그'로 돌리시면 되는데, 저희가 그렇게 말은 못드린다"고 솔직 발언을 이어가 곁에 있던 장은정PD를 '허걱' 하게 만들었다. 나 PD는 그러나 "내가 시청자라면 이렇게 하고 싶을 것 같은 거다. 요만큼으로 이만큼만 하고 외에는 원하는 채널 선택을 하고 싶다. 앞으로 방송은 그런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계속 봐주시면 제일 좋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 이승기(왼쪽)과 이서진. 제공|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
'금금밤'의 경우 모든 프로그램이 기획을 먼저하고 출연진은 나중에 결정했다고. 나영석 PD는 "기존에 저희와 작업하신 분들이 절반 이상이다. 새로운 코너들을 조금 더 친숙하게 표현해주시는 분들이 MC가 됐으면 좋겠다 했다"며 새로운 프로그램이고 잘 안될 가능성이 크기에 "가능하면 덜 미안하게, 친한 사람들 위주로 연락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오랜만에 뭉친 이승기, 이서진을 거론하며 "이런 말씀 드리면 혼날 것 같은데, 잘 안될 수 있지 않나. 처음 뵙는 분을 모셨다가 망하면 너무 미안한데 승기씨 서진씨는 '아유 미안해, 다음에 잘 해보자 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영석 PD는 "리스크가 있다고 했는데 쿨하게 오랜만에 같이 해요 해서 감사하게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서진씨는 딱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신 건 없다. 이서진씨를 굳이 뉴욕에 보낸 건 기존과 다른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서다. 여행 프로의 ABC가 있다. 도착해서 여기는 어디다 보여주고 감상을 이야기하는. 그런 틀을 깨 1인칭 시점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 

이승기씨는 오랜만인데, '허당' 별명을 잘 지은 것 같다. 허당이고 구멍이지만 성실하고 맡은 바 맡은 일을 해내려고 하는 게 이승기씨 매력이다. 캐스팅 때는 불안하고 승기 아니면 누가 하겠냐 했지만 정말 좋은 캐스팅이었다. 딱 맞는 코너라 생각한다.  '1박2일' 시절 쓴 계약서에 2020년 2월 계약이 종료된다고 써있다. '미안한데 얼마 안나았으니까 마지막에 불살라라' 했는데 아직도 있냐고 놀라면서 묵묵히 저희 의견을 따라주고 있다. 사실 '1박2일' 출연 계약서지 효력도 없는데… 누구보다 감사해하고 있다."

▲ 나영석 PD. 제공|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
이승기의 공장체험 '체험 삶의 공장'과 장성규의 직업 체험기를 담는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인기 유튜브 채널 '워크맨'과 차별점을 묻는 질문에 나영석 PD는 "장성규씨의 '워크맨'은 대한민국 어떤 방송국도 못따라간다. 거기가 제가 보기엔 현재 대한민국 원톱이다"라고 답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나PD는 '체험 삶의 공장'에 대해서 "공장 시스템과 과정은 과정대로 궁금하지만 그 안에서 삶의 터전을 잡고 일하시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도 있어서 이 두가지를 모두 결합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내가 어제 먹은 꼬막비빔밥이 저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알 수 있지만 동시엔 꼬막 캐는 사람들의 삶의 스토리를 듣고 싶다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웃음과 감동, 지식과 정보가 교차하는 프로그램이다. '워크맨'의 유튜브적 톤과 '체험 삶의 현장'의 톤과는 굉장히 다를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나영석 PD는 '금금밤'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나영석 PD는 "본의 아니게 걱정이 앞서서 시청률, 반응 등이 걱정돼 그런 말씀을 많이 드렸지만, 만들면서 이렇게 시청자들에게 떳떳했던 프로그램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며 "뭐하러 만들었지 할 수 있겠지만, 하나하나 의미나 전달하려 하는 정서들이 선하고 따뜻하다. 응원하고 친구집 어머니와 요리를 하고 그런 것들이 따뜻한 정서를 전달하려 만든 거니까 재미있게 봐주시길 바라겠다"고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나영석 PD 사단의 새로운 시도는 시청자와 어떻게 공명할까?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오는 10일 오후 9시 10분 방송된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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