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득점이 터지지 않자 안타까워 무릎 꿇은 무리뉴 감독(왼쪽)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전술가' 주제 무리뉴 감독의 맞춤 전술이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

토트넘은 12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에서 리버풀에 0-1로 패했다.

그간 활용한 적 없는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자페 탕강가, 토비 알더베이럴트, 다빈손 산체스, 대니 로즈가 포백 형태를 갖췄다. 손흥민이 왼쪽 미드필더, 세르쥬 오리에가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서면서 중원에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윙크스가 출전했다. 최전방에 델레 알리와 루카스 모우라를 뒀다.

확실한 변칙. 토트넘이 4-4-2 포메이션을 쓴 경우는 거의 없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상대의 약점을 잘 공략하기로 유명하다. 리버풀의 강점은 견제하면서 토트넘의 장점은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였을 것이다.

◆ 토트넘의 목표: 스리톱과 풀백 제어

리버풀의 공격적 강점은 모하메드 살라,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가 포진하는 최전방이다. 이들을 가장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앤디 로버트슨과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 두 풀백이다. 리버풀은 밀집 수비를 펼치는 팀을 만날 땐 살라, 피르미누, 마네가 중앙으로 좁혀서고 측면 공격을 로버트슨과 아놀드가 좌우로 넓게 벌려선다. 특히 아놀드의 공격 가담 빈도가 높고 그 공격력도 매섭다. 아놀드는 지난 시즌 12개, 이번 시즌 8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토트넘은 스리톱과 풀백을 제어하기 위해 '변칙'을 썼다. 탕강가, 알더베이럴트, 산체스가 리버풀의 스리톱을 1대1로 제어하려고 했다. 마찬가지로 로버트슨의 공격 가담은 오리에가 주로 담당했다. 아놀드는 손흥민과 로즈가 함께 막았다. 손흥민은 아놀드가 자랑하는 얼리크로스를 제어하기 위해 꽤 깊은 곳까지 내려왔다.

◆ 공격은 역습으로, 아놀드의 뒤를 노려라

토트넘이 준비한 공격 방식은 역습이었다. 손흥민이 배치된 토트넘의 왼쪽 측면은 공격적으로도 중요했다. 아놀드의 공격 가담이 더 활발하기 때문에 이 뒤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에는 로버트슨과 1대1 대결을 시켜둔 동안 왼쪽엔 수비수 로즈를 두고 공격수까지 배치했다. 역습을 노리겠다는 뜻이었다. 대표적인 예는 전반 22분에 나왔다. 손흥민의 돌파를 차단하려던 조 고메즈가 경고를 받았다. 아놀드는 전진한 상황이었다.

역습 전술 자체도 전반 초반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전반 5분, 전반 7분 모우라와 손흥민이 시도한 장면이 전형적이었다. 전반 13분 알더베이럴트가 수비 뒤를 직접 노린 패스 역시 공수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 전반 21분에도 알리가 헨더슨을 압박하면서 역습이 전개됐고 에릭센의 슛까지 나왔으나 알리송 정면으로 갔다.

▲ 서로 인사하는 리버풀과 토트넘 선수단.

◆ 리버풀의 능숙한 대응

토트넘의 변칙 4-4-2는 전반 37분 호베르투 피르미누에게 실점하면서 결론적으론 실패였다.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역습으로 골을 넣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리버풀은 잘 만들어진 팀이다. 토트넘의 '변칙'에 금세 적응했다. 공을 빼앗겼을 때 빠르게 재압박하면서 역습의 시작부터 눌렀다. 공격수부터 미드필더가 적극적으로 수비를 시도했다. 아놀드와 로버트슨이 전진했을 때 베이날둠 혹은 헨더슨이 후방으로 물러나 빌드업을 돕고, 빈자리를 채워 역습에 대비하는 위치 변화도 적절했다. 

무리뉴 감독은 실점한 이후에도 전술 콘셉트를 유지했다. 여전히 리버풀의 실수를 틈 타 동점을 만들려고 했지만, 리버풀은 경기 템포를 떨어뜨리면서 능숙하게 대처했다. 후방에서 공을 충분히 돌린 뒤 토트넘이 앞으로 밀고나올 때야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토트넘이 리버풀의 실수를 만들어내려면 앞으로 나서야 했다.

◆ 4-2-3-1 전환 뒤 토트넘의 파상공세

무리뉴 감독은 후반 25분이 돼서야 변화를 시도했다. 지오반니 로 셀소, 에리크 라멜라를 투입하면서 로즈와 에릭센을 뺐다. 탕강가가 왼쪽 측면 수비수로 자리를 옮기고 오리에가 오른쪽 수비수로 출전했다. 공격적인 선수들인 선수를 투입하면서 4-2-3-1로 형태를 변형했다. 그간 기회가 많지 않았던 로 셀소와 라멜라는 적극적으로 뛰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토트넘의 공세가 거세졌다. 전반전에 힘을 무리하게 쏟지 않은 결과였을까? 압박 강도가 높아졌다. 후반 30분 로 셀소가 베이날둠의 공을 가로챘다. 모우라가 손흥민에게 스루패스 했고 손흥민은 그대로 슈팅을 시도했지만 높이 솟았다. 후반 35분 로 셀소가 측면을 돌파한 뒤 올려준 날카로운 크로스는 그대로 아웃됐다. 후반 37분 오리에가 측면에서 크게 휘둘러준 크로스를 로 셀소가 발에 맞췄지만 골대 밖으로 향했다. 후반 44분 라멜라의 왼발 중거리 슛도 알리송에게 막혔다. 후반 추가 시간 손흥민의 슛도 알리송 정면으로 갔다.

토트넘은 오히려 4-2-3-1 포메이션으로 전환하며 맞불을 놓자 더 좋은 경기력을 냈다. 물론 토트넘이 리버풀과 90분 내내 정면 대결을 펼치는 것이 해답은 아니었을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이 구상한 전술적 변화가 그리 잘 통하지 않았다. 잘 만들어진 팀 리버풀은 역습을 노리는 패턴에 익숙했다. 토트넘의 구상을 알아챈 뒤엔 빠르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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