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 '기생충' 제 25회 크리틱스 어워즈 감독상 수상 모습. ⓒ게티이미지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외국어영화상은 물론이요, 작품상 감독상에 편집상 미술상까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한국영화의 역사를 다시 썼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13일 오전(현지시간, 한국시간 13일 오후 10시18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를 발표한 가운데 '기생충'은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등 총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장편영화의 첫 아카데미 본선 무대 진출이다.

'기생충'은 무난히 후보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던 외국어영화상은 물론이고 유력했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에 더해 편집상, 미술상까지 후보에 올랐다. 작품에 대한 아카데미의 높은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결과다.

기대를 모았던 송강호의 남우조연상 노미네이트는 불발됐지만 비(非)영어 영화로서 거둔 6개 부문 후보만으로도 이례적인 기록이다.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올랐던 '소주 한잔'의 본선 후보 지명 또한 불발됐다.

▲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2020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출처|아카데미 후보발표 공식영상 캡처

배우 겸 프로듀서 존 조와 배우 겸 작가 잇사 레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를 통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총 24개 부문 후보가 모두 공개됐다. 비(非)영어 영화면서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기생충'은 단숨에 2020 오스카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기생충'의 감독상, 작품상 노미네이트가 확정되자 한국계 할리우드 스타인 존 조에게 잇사 레이가 축하를 전하는 모습이 생중계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현지에선 '기생충'의 6개 부문 후보 등극에 대해 "이해할 만하다" "수상을 기대한다"는 등의 반응과 축하가 이어지고 있다. 본선 후보 선정 자체가 한국영화 최초의 기록인 데다 6개 부문 후보에 반색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미 수많은 매체와 평론가들이 '기생충'이 최소 4개 부문 이상 후보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이번 아카데미 후보 지명이 이변이 아닌 이유다.

'아이리시맨'의 로버트 드니로(남우주연상), '허슬러'의 제니퍼 로페즈(여우조연상), '페어웰'의 아콰피나(여우주연상) 후보 지명 불발 정도가 이변으로 꼽힌다. '겨울왕국2'가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에서 빠진 점도 그중 하나다.

▲ 단편 '부재의 기억'. 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기생충'과 함께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가 아카데미 본선 후보에 올라 또한 눈길을 끈다.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In the Absence)이 단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선정됐다.

'부재의 기억'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의 영상과 통화 기록을 중심으로 국가의 부재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29분 분량의 단편 다큐멘터리다. 참사가 일어나는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그 날 그 바다에 우리가 믿었던 국가가 없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부재의 기억'을 비롯해 총 5편의 영화가 올해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두고 겨룬다. '기생충'의 화제에 가려졌지만 이 역시 한국영화 최초의 단편 다큐부문 본선 진출이다.

▲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2020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출처|아카데미 후보발표 공식영상 캡처
지난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후보 선정만으로 할리우드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에서도 한국영화의 새 역사를 썼다. 뜨거운 기대감이 실제 수상까지 이어질지 한국은 물론 세계 영화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경쟁자들은 만만찮다. 2020 아카데미에서는 10개 이상 후보를 낸 작품이 무려 4편이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두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의 '아이리시맨'과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비롯해 골든글로브에서 '기생충'을 제치고 감독상을 가져간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 모두 10개 후보를 냈다. 또 베니스국제영화제 작품상 수상작인 '조커'가 최다 11개 부문 후보다.

'아이리시맨'은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알 파치노, 조 페시), 각색상, 의상상, 편집상, 미술상, 시각효과상 등 총 9개 부문에서 10개 후보를 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남우조연상(브래드 피트), 각본상, 촬영상, 의상상, 미술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1917' 또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분장상, 음악상, 미술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시각효과상 등에서 역시 10개 부문 후보다.

'조커'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호아킨 피닉스), 각색상, 촬영상, 의상상, 편집상, 분장상, 음악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등에서 노미네이트 됐다.

▲ 봉준호 감독. ⓒ게티이미지

이제껏 한국영화, 한국 감독이나 배우가 아카데미상 장편 극영화 부문에서 최종 후보에 오른 적은 없었다.

다만 조수미가 부른 영화 '유스'(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의  주제가 '심플송'(Simple song #3)이 2016년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또 '옥자'가 2018년 시각효과상 예비 후보에,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2019년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에 오른 적은 있지만 본선 후보 선정은 불발됐다. 

'기생충'은 지난 5일 열린 제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으며, 각종 비평가협회상을 휩쓸며 기세를 올려 왔다. 더욱이 미국배우조합(SAG)이 발표한 앙상블상 후보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미국작가조합(WGA) 각본상, 미국감독조합(DGA) 장편감독상, 미국프로듀서조합(PGA) 작품상 후보에 연이어 오르는 등, 아카데미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이들 4대 조합상 후보에 모두 오른 강력한 다크호스다.

평단과 영화 관계자는 물론 북미 관객들의 지지도 뜨겁다. 지난해 10월 개봉 이후 북미에서만 25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기생충'은 북미 비(非)영어 영화 흥행 역대 7위에 오르는 등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카데미에서도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기생충'은 수상의 낭보까지 전해올까.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 9일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제 7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던 모습.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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