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구원왕에 오른 하재훈은 완벽한 몸 상태에서 2020년 시즌을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솔직히 조금 힘들어요”

마운드에서 표정 변화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몰랐다. 별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 그게 아니었다. 2019년 시즌 막판, 하재훈(30·SK)은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다. 대표팀도 가야 하는데…”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래도 내색은 하지 않았다. 소속팀과 대표팀 일정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100%를 던지며 투혼을 불태웠다. 하재훈은 모든 것을 다 던지고 2019년을 마감했다.

그렇게 던진 결과는 최고의 성과였다. 팀의 마무리로 우뚝 선 하재훈은 지난해 61경기에서 5승3패36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하며 구원왕에 올랐다. “2019년에는 구원왕이 되겠다”던 자신의 목표를 그대로 이룬 셈이 됐다. 연봉도 껑충 올랐다. 2019년 2700만 원을 받았던 하재훈은 올해 1억5000만 원을 받는다. 무려 455.6% 인상이다.

하재훈은 “대충 어느 정도 선까지는 예상을 했는데,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올해 더 잘해서 더 받겠다”고 껄껄 웃은 하재훈은 철저한 계획 속에 오프시즌을 보냈다. 무엇보다 지난해 마지막 절실하게 느낀 피로도를 털어내는 게 우선이었다. 

하재훈은 “오프시즌 중에는 푹 쉬면서 야구장을 계속 나갔다. 피로는 어느 정도 풀었다. 괜찮아졌다”면서도 “사실 지난해 마지막에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웃음). 올해는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한다. 체력적인 부분을 올려놓고 가야 한다. 뒷심이 부족했는데, (다른 선수들에 비해) 특히나 내가 더 부족할 것이다”고 냉정하게 자신의 상황을 진단했다. 

마지막까지 체력 안배 없이 최선을 다해 던졌다. 하재훈은 “아시다시피 노하우를 가지고 던지는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들어가면 100% 던져야 했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풀타임 첫 시즌을 보낸 만큼 2년차에는 반드시 고비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더 필사적으로 운동에 매달렸다. 일찌감치 캠프지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런 절박한 심정 때문이다.

하재훈은 최근 SK의 전지훈련이 열리는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로 먼저 건너갔다. 따뜻한 곳에서 충분히 몸을 더 만든 뒤, 2월 1일부터는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겠다는 각오다.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희망을 가지고 간다고도 했다. 플로리다는 하재훈에게 약속의 땅이기도 하다. “플로리다에 너무 오래 있었다”고 농담을 던지는 하재훈이지만 미국에 있던 시절, 그리고 지난해를 준비하던 시절 야구가 가장 잘 됐던 곳이 바로 플로리다다. 

2년차 징크스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하재훈은 두려움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이제는 할 게 보인다는 자신감이다. 하재훈은 “작년보다는 조금 마음 편하게 간다. 이제 내가 할 것이 보인다. 작년에는 뭘 모르니까 하라는 대로, 배워가면서 해야 했다. 올해는 할 것을 찾아가는 정도의 여유는 가지고 갈 수 있다”면서 “더 잘될 것 같기도 하다”고 미소 지었다. SK의 클로저가 이제 다시 뒷문에 선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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