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엇갈린 희비, 라모스와 메시(왼쪽부터)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레알마드리드도, FC바르셀로나도 최선을 다해 싸우며 흥미진진한 경기 내용을 만들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이번 시즌 내내 노출한 약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레알은 2일(한국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9-20시즌 라리가 26라운드에서 바르사를 2-0으로 이겼다. 레알은 승점 56점으로 바르사(55점)를 밀어내고 선두에 올랐다.

두 팀 모두 결과보다 과정에서 찾아야 할 것들이 있었다. 더비에서 다시 한번 '확실한 약점'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승자 레알마드리드도, 패자 FC바르셀로나도 라리가 타이틀은 물론 유럽 정상을 노리는 팀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지속적인 약점은 해결해야만 한다. 두 팀 모두 공격적인 면에서 고민거리를 재확인했다.


◆ 총평: '전방 압박' 레알 vs '빌드업+지공' 바르사

"바르사 같은 팀을 상대하는 것은 높은 지역에서 압박을 잘해야 한다. 맘껏 플레이 하도록 내버려 두면 공만 쫓아 다녀야 한다. 그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 지네딘 지단 감독

바르사 수비수 제라르 피케는 "전반전은 우리가 경기를 통제했다. 산티아고베르나베우에서 만난 최악의 레알마드리드였다"고 평가했다. 레알이 분명 전반전 바르사에 주도권을 내줬다. 전반 레알의 점유율은 39%에 불과했고 유효 슈팅도 단 1차례 기록했다. 반면 바르사는 쉽게 라인을 끌어올릴 수 있었고, 본인들이 좋아하는 형태의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세밀하게 풀어갔다. 4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지만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의 선방과 골 결정력 부족에 울어야 했다. 키케 세티엔 감독은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기회를 잡고도 득점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레알의 의도된 전략이었다. 전반전 바르사의 공세를 견디고 후반전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레알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는 "전반전에 바르사 쪽에 볼을 약간 내줬다. 우리는 조금 더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결정했다. 바르사가 공을 잡았지만 찬스는 만들지 못했다. 후반전 우리는 전략을 바꿔서 상대 진영에서 싸우며 압박하고 공을 빼앗기로 결정했다. 찬스를 만들기 시작했고 골을 얻었다"고 밝혔다.

라모스의 말대로 후반전 레알은 전방 압박 강도를 높였다. 레알은 후반에만 9개 슈팅(유효 슈팅 4개)을 기록했다. 동시에 바르사는 후반 25분 교체 투입된 마르틴 브레스트웨이트의 슈팅이 후반전 유일한 유효 슈팅이었다. 후반 26분 터진 비니시우스의 골은 경기를 레알 쪽으로 확 기울어지게 했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에서도 레알의 손을 들어줄 만했다. 점유율에서 44%로 뒤졌지만 슈팅을 13-9로 더 많이 시도했다. 전방 압박으로 공을 빼앗은 뒤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한 경기 내용이 반영된 수치다.

▲ 고개 숙인 메시 ⓒ연합뉴스/AP

◆ 바르사의 문제: 세밀하지만, 속도감이 떨어진다

바르사는 충분히 수비 라인을 올리고 몰아붙일 때 공격이 위협적이다. 세밀한 것이 장점이기 때문이다. 전반 17분 앙투안 그리즈만의 슛, 전반 38분 리오넬 메시의 슛 모두 공을 레알 진영에서 잡고 있을 때 만든 찬스다. 바르사는 상대 진영에 있을 때 강하다.

"볼을 잃었을 때 통제권을 잃었다. 압박을 당할 때 어떻게 빠져나오는지를 몰랐다." - 세르히오 부스케츠

후반전 바르사의 공격은 급격히 둔화됐다. 레알이 전방 압박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바르사가 후방부터 빌드업을 할 땐 전방 압박을 시도한다. 바르사가 압박에서 벗어나면 최종 수비 라인을 페널티박스 앞에 잡고 두 줄로 다시 수비를 세웠다. 간격을 좁히고 바르사를 후방으로 밀어내고, 다시 전방 압박을 시도하는 방식이었다.

바르사가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기 어려웠다. 공격진은 고립됐다. 후반 들어 메시는 중원까지 내려와 공을 받으려고 했다. 압박을 풀고 나와도 공격은 답답했다. 레알이 형성하는 두 줄 수비에 애를 먹었다. 지나치게 공격 속도가 떨어진 게 문제였다. 바르사의 패스 대부분은 레알의 수비 조직 사이에서 이뤄졌다.  레알의 수비 형태가 무너진 때조차, 속도감 있는 공격 대신 공을 뒤로 돌렸다. 레알은 수비 진영을 다시 갖췄고, 바르사는 다시 공격을 전개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자리를 지키고 공을 돌리는 바르사는 위협적이지 않았다. 번번이 외곽으로 밀려나길 반복했다.

"레알이 공을 빼앗긴 뒤 다시 되찾아오는 능력이 아주 좋아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몇몇 선수들을 감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합 지역을 벗어나서 잠깐 휴식과 평정심을 되찾았다. 공을 가지고 있을 때 자신감을 잃었고, 긴장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 키케 세티엔 감독

바르사가 만든 몇 차례 기회가 실마리를 제공한다. 전반 30분 메시의 유효 슛은 아르투로 비달의 침투에서 시작됐고, 전반 34분엔 아르투르 멜루가 레알의 수비 뒤를 노려 역습하면서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다. 후반 30분에도 메시의 쇄도와 더 용의 스루패스가 찬스를 만들었다. 바르사가 만든 결정적인 찬스들은 공간을 활용할 때 나왔다. 현재 바르사 공격진엔 침투하는 유형이 부족하다. 루이스 수아레스가 이탈한 뒤 더 두드러진 문제다. 

바르사는 필연적으로 수비 라인을 높인다. 공격이 힘을 받지 못하면 바르사의 수비에 부담이 가중된다. 후반전 레알의 전투적인 압박 싸움에서 주도권을 빼앗기기 시작하자 역습에 시달려야 했다.

비단 이번 경기의 문제는 아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불과 엘 클라시코 4일 전에 열렸던 바르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나폴리의 10백, 그리고 동점 골을 기록한 이후 개시된 거센 공세에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은 바 있다. 그리고 나폴리와 '리턴 매치'를 치러야 한다.

▲ 귀중한 골을 터뜨린 비니시우스(가운데), 하지만 마냥 웃을 수 없었던 경기력. ⓒ연합뉴스/EPA

◆ 레알의 문제: 공격 지역까진 OK, 하지만 해결하지 못한다

전체적인 경기력엔 짜임새가 있다. 어떤 팀을 만나도 괴롭힐 수 있는 개인 기량과 적극성을 가졌다. 하지만 어느 팀을 만나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가 '이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기복이 심한 공격력이 문제다. 시원하게 멀티 골 경기를 하기도 하지만 부진에 빠져 승점을 잃는 경우가 잦았다. 이번 경기에서 비록 2골을 넣고 승리하긴 했지만, 수많은 기회를 날렸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 구성이다. 카림 벤제마가 득점 부진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팀 전체의 공격이 둔화됐다. 벤제마는 후반 18분 찾아왔던 절호의 기회를 날렸다. 아직 부진 탈출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벤제마 외에 다른 공격수가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공격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에덴 아자르는 잦은 부상에 시달린다. 가레스 베일과 루카 요비치의 경기력도 좋지 못하다.

지단 감독은 해결책으로 비대칭 전술을 해결책으로 꺼내들었다. 이스코를 오른쪽 측면에 프리롤로 배치하고 오른쪽 측면은 페데리코 발베르데 혹은 다니 카르바할이 활동량으로 커버하는 형태다. 왼쪽 측면엔 전형적인 윙어가 배치된다. 아자르가 뛰었고 부상 뒤엔 비니시우스가 뛴다. 일단 공수 밸런스를 뛰어나지만, 문제는 골을 만들어내는 세밀성이다.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발베르데 혹은 카르바할은 주로 크로스 형태에 의존한다. 중앙에서 해결해줄 선수는 벤제마 뿐이다. 비니시우스는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크로스 상황에서는 득점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이스코가 페널티박스 안에 들어서면 위협적일 수 있지만, 중원 깊은 곳에서 움직일 땐 사실상 벤제마에게 의존해야 한다.

왼쪽 공격 역시 고민이 크다. 비니시우스는 빠른 발과 드리블 능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역습에서 나오는 슈팅과 마무리 패스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비니시우스는 이번 바르사전에서 12번 드리블 돌파를 시도해 4번 성공했다. 역습에서 비니시우스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슈팅은 단 2번, 키패스도 단 1번에 불과하다. 득점에 성공했지만 수차례 역습에서 기회를 허공에 날렸다. 후반 26분 터진 득점도 피케의 발에 맞고 굴절되는 약간의 행운이 따랐다.

레알은 같은 전술로 나선 맨체스터시티와 치른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도 공격이 활발하지 않았다. 유효 슈팅은 3번 뿐이었다. 맨시티가 4-4-2 형태로 수비에 무게를 두고 나서자 활로를 열지 못했다. 비니시우스의 드리블 돌파,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오는 단순한 크로스론 공격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경기 주도권을 결과로 바꾸려면 더 세밀한 마무리 과정이 필요하다. 제 컨디션의 아자르가 있었다면 분명 무게감이 달랐겠지만 대안은 없다. 지단 감독은 선수 구성의 문제를 전략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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