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이 23일 잠실구장에서 진행한 청백전에서 주전 유격수 김재호(왼쪽)를 2루수로, 붙박이 2루수 오재원을 유격수로 내세우는 실험을 선보였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고봉준 기자] 2루수 김재호와 유격수 오재원 그리고 2루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정규시즌 경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두산 베어스의 청백전이 열린 23일 잠실구장. 6이닝 경기로 진행된 이날 평가전에선 두산의 내야 주축 선수들이 자기 위치를 바꾸는 이색적인 모습이 연달아 포착됐다.

시작은 유격수 오재원이었다. 백팀 2루수로 선발출전한 오재원은 3회초 수비에서 자리를 유격수로 옮겼다. 이와 함께 유격수 류지혁이 3루수로, 3루수 이유찬이 2루수로 이동했다.

오재원은 프로 초년생 시절 유격수로 뛴 적은 있었지만, 주전으로 발돋움하고 나서는 대부분 2루를 지켰다. 가끔 1루수와 3루수로만 출전할 뿐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을 맡은 오재원은 그러나 3회초 1사에서 2루를 타고 넘어가는 오재일의 타구를 잡아내 아웃을 만들어냈다.

이어진 3회말에는 청팀 주전 유격수 김재호가 변화를 꾀했다. 수비를 앞두고 깜짝 2루수로 변신했다. 이어 2루수 최주환이 3루수로, 3루수 허경민이 유격수로 이동했다. 원래 2루수와 3루수를 겸업하는 최주환과 광주일고 시절까지 주전 유격수로 뛴 허경민에겐 익숙한 자리였지만, 프로 데뷔 후 줄곧 유격수로 출전한 김재호로선 낯선 변화였다.

어색함은 실전 수비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0-4로 뒤지던 백팀의 3회말 2사 1·2루 기회. 2번 정수빈이 중월 3루타를 때린 뒤 중견수 안권수가 2루수 김재호에게 공을 중계했다. 그러나 김재호가 포구 후 송구 과정에서 공을 놓쳤고, 이 사이 정수빈이 홈까지 파고들었다.

이어 4회말 2사 1루에서는 김재호가 류지혁의 평범한 타구를 놓치고 말았다. 평소 같으면 쉽게 처리할 공이었지만, 백핸드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이처럼 아쉬운 실수가 있었지만, 두산 김태형 감독은 수비 실험을 계속해 밀고 나갔다. 5회초에는 백팀 1루수 페르난데스를 2루수로 투입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페르난데스는 지난해 주로 1루수와 지명타자로 출장했다. 2루 대수비로도 나선 적은 단 한 경기도 없었다. 그러나 미국 마이너리그에선 2루수 출전 경험이 있는 페르난데스는 5회초 허경민의 도루 때 포수 이흥련의 송구를 정확히 받아낸 뒤 주자를 태그해 아웃을 만들어내며 숨은 수비 능력을 뽐냈다.

한편 이날 청백전은 6이닝 동안 10안타를 몰아친 청팀의 5-3 승리로 끝났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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