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제공|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지난달,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은 그 자체로 '사건'이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당당히 첫 선을 보였으나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피할 수는 없었다.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관객 절벽 사이에 빠져 갈 길을 찾지 못하다 결국 극장 아닌 넷플릭스 직행이라는 다른 길을 찾았다. 그 자체로도 영화계의 사건이었는데, 그마저도 투자배급사와 해외세일즈사 분쟁으로 상영금지 가처분 소동 끝에 보류됐다 양측의 전격 합의로 성사될 수 있었다.

바람 잘 날 없던 '사냥의 시간'이 그렇게라도 세상에 나오길 고대한 많은 이들이 이재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란 쟁쟁한 배우 군단만큼 주목한 이가 윤성현 감독이다. '파수꾼'(2011)이란 강렬한 데뷔 이후 9년, 오랜 준비와 기다림 끝에 나온 그의 2번째 장편영화는 부유하는 청춘들이 여전히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 배경과 화법은 놀랍도록 다르다. 어디선가 숨 쉬고 있던 아이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던 '파수꾼'과 달리, '사냥의 시간'은 단순한 이야기를 서스펜스로 끌고 가는 미래 배경의 추적 액션이다. 대사 대신 거친 숨소리가 계속되고 음악이 요동친다.

시기를 짐작하기 힘든 미래의 한국. 아직 앳된 티가 역력하지만, 희망을 찾지 못한 채 위험한 한 탕을 성공시켜 이 땅을 뜨려 하는 네 주인공에겐 오렌지색 불안이 내내 드리워져 있다. 미래 이야기라 쉽게 SF(Science Fiction)라 불리는 게 못내 아쉬운 듯,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은 SF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윤성현 감독이 그리고 싶었던 건 현실의 '지옥도'였기 때문이다. 그는 제 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르며 세상을 지옥에 빗대던 젊은 세대의 심정을 이 영화에 녹여내려 했다. 그래서일까, '사냥의 시간'에 담긴 세상은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아득하게 느껴지지기도 한다. 서울의 중심 복판에서 휑한 슬럼을 보여주고, 반듯한 신도시 거리를 폐허로 바꿔 총탄이 빗발치게 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사냥의 시간'을 위해 가지 않았던 길을, 굳이 어려운 길을 걸어갔다는 윤성현 감독. 그만큼 성장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제공|넷플릭스

※다음 인터뷰에는 영화 '사냥의 시간'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사냥의 시간'은 어떻게 시작됐나.

"2016년 처음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 사회를 지옥에 빗댄 말이 많이 나왔다. 그런 어휘를 보면서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생존의 어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보면서 사회드라마가 아니라 은유적 장르 영화를 해보고 싶다 했다. 현실이 지옥은 아니지만 감정적으로 지옥으로 느끼기에 그런 말이 나오듯, 지옥같은 환경을 비주얼로 표현해보고 싶은 데서 시작했다. 그것을 풀어나가면서 제가 많이 영향받았던 장르, 욕심냈던 표현방식을 가져와서 만들어나가는 영화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

한 축에서는, '파수꾼'이 대사 위주의 드라마였고, 그 뒤에 4~5년 준비한 영화도 드라마에 대사 위주였다. 그러다가 대사가 많지 않고 단순하지만 영화적 형태로 흘러갈 수 있는 영화를 하면 좋지 않을까 이런 부분이 맞물렸다.".

-원래는 사이버펑크를 생각했다가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워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던데.

"'사냥의 시간'은 SF가 아니다. 우화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지옥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지옥같은 배경의 디스토피아로 그리고 싶었다. 그 전에 준비한 작품이 드라마지만 SF 사이버펑크 액션 같은 이야기라 그게 제대로 된 SF였는데,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보니까 그럼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 하면서 '사냥의 시간'을 구상하게 됐다."

-배우들이 겹치기도 하고, '파수꾼' 이후 미래를 보는 느낌도 든다.

"전혀 연결성을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다. '파수꾼'은 드라마고 대사 위주에 인물의 감정에 초점이 맞춰진, 감정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냥의 시간'은 추격 장르에 서스펜스나 공포감, 은유가 담긴 영화다보니까 '파수꾼'과는 결이 너무 달랐다. 다만 접근 방법을 비슷하게 가져가지 않았다. 같은 배우가 나오다보니까 표현방식이나 화법이 연상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지금에 와서 들기는 한다. 만들 당시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한눈에도 공을 들인 로케이션이 돋보인다.

"훌륭한 제작팀이 있어서 좋은 로케이션을 할 수 있었다. 스태프의 노력 끝에 만든 것이 많다. 장소를 그대로 쓴 적은 없다. 미술 세팅을 하고 거의 뒤바뀌었다. 실제 공간과 영화속 공간이 전혀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돌아다니면서 표현하겠다 싶은 공간을 찾으려고 했다.

부분부분 해외에서 소스 촬영을 하긴 했지만 자체는 다 한국이다. 첫 장면, 마트에서 나오는 인물과 함께 공간이 소개되는데, 실은 시청 근처다. 미술 세팅을 하고 자동차 세팅을 하고 근처를 통제해서 찍었다. 굉장히 익숙한 공간인데 배리에이션을 해서 낯선 공간처럼 보이게 한 곳이 많다. 마지막 시가전 장소는 신도시다. 도로를 완전히 폐허로 만들어놓고 촬영했다. 실제 공간에는 신도시의 신식 건물이 있다. 그런 식이다.

▲ '사냥의 시간' 스틸. 제공|넷플릭스
-'사냥의 시간'은 디스토피아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성장담으로 보인다. 시스템이 부재하는 미래에서 청춘들이 각자도생하는데, 시스템에 대한 설명은 생략돼 있다. 현재 세계를 보는 감독의 세계관인가.

"시스템 자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아니다보니까 감정의 영역에서 공간을 펼친 영향도 있다. SF 장르라면 아무래도 기술 발전에 대한 구조든, 메카닉이든 시스템에 대한 시선이 들어가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보니까. SF가 아니라고 하는데 계속 SF라고 하셔서 답답했다. 이건 감정적 지옥도를 형상화한 우화적 공간이다. 장르적인 데 초점을 맞추다보니까 그런 면에서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 청년들에게 보고자 하는 비전이 있다. 구조나 시스템보다는 작은 영역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당연히 SF를 하고싶고 관심이 많다. 구조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있고. 하지만 '사냥의 시간'은 지옥도를 그리고 싶었다."

-결말에서 준석(이제훈)은 그곳으로 돌아간다. 어떤 의미를 담았나.

"장르에 충실한 영화지만 그 너머에 있는 제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지옥도와 지옥에서 생존하는 아이들. 단순히 탈출하고 싶은 바람과 욕망으로 시작해서 결과적으로 벗어나고 본인이 생각한 유토피아에 온다. 하지만 그것이 성공으로 비춰지길 바라지 않았다. 과연 그것이 성공인가의 의문이 있었다. 그런 마음에서 마지막에 돌아가면서 부분들을 좀 더 은유적으로 전하고자 했다."

-한(박해수)의 정체는 불분명하고, 상수(박정민)나 기훈(최우식)의 마지막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의도했나.

"상수와 기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됐다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단순한 플롯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선택적으로 그렇게 판단하는 게 맞겠다 했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유추할 수 있게, 연출적 선택으로 그렇게 표현했다. '한'이라는 인물이 가진 공포스러운 서스펜스의 기반 자체가 미지의 영역에 있다. 심해 우주처럼 익숙하지 않고 이해 불가능한 절대자 같은 영역. 그런 장르 자체가 '한'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으로 보이길 바랐다. 친숙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면 너무 약화할 수 있었다. 의도적 연출이다."

-'사냥의 시간'이란 제목에서 보면 '사냥'의 주체는 네 친구들이 아니라 한이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준석이 사냥을 나서는 것 같다. 제목부터 시즌2를 염두에 둔 건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완결된 이야기다. '사냥의 시간'이란 제목은 단순하게 하면 구체적으로 사냥을 하는 장면들이 나와서라고 볼 수 있다. 은유적으로는 '생존'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시간대도 굉장히 불분명하게 정했는데, 시대상, 생존에 대한 투영이 담긴 제목이라 보면 좋겠다. '한'만 사냥의 주체가 되는 게 아니라 사냥을 당하기도 하고, 준석이 누군가를 향해 돌아가는 것 또한 그 안에 포함되다보니. 전체 관계성을 포함하길 바라며 제목을 생각했다."

-'파수꾼'의 이제훈 박정민과 다시 함께했다. 안재홍 최우식은 어떻게 작업하게 됐나.

"'파수꾼'부터 행복하게 서로 존중하면서 작업했다. 같이 작업했고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감독과 배우 사이가 아니라 워낙 절친이라 친한 친구들로서 꼭 다시 한 번 작품으로 만나고픈 바람이 있었다. 이기 때문에 감독과 배우 사이로서가 아니라 정말 친한 친구로서 꼭 다시 한 번 작품으로 만나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최우식 배우는 2011년 2012년부터 단편영화를 보고 눈여겨보던 배우다. 개인적 친분은 없었지만 9년을 지켜봤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이제훈 박정민과 마찬가지로 지켜본 셈이다. 안재홍은 '1999 면회' '족구왕'을 통해 재능 넘치고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좋게 같이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제공|넷플릭스
-'파수꾼' 그리고 '사냥의 시간'으로 본인도 성장을 경험했나.

"당연히 이젠 저는 성장했다고 생각이 든다. 영화를 찍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굳이 어려운 길을 택했다. '파수꾼'을 잘 봐주신 건 심리묘사와 인물을 소개하는 방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러티브가 중심이었다. 그런 드라마 기반 영화가 많고 그런 데 강점이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드라마에 특화된, 장점이 있는 감독이라 생각하다보니 드라마가 제게 맞는 길이기는 했다. 

그러나 다른 영역에 가보고 싶었다. 드라마적 요소에 기댄 게 아니라 영화적 본질에 가까운 영화가 하고 싶었다. 그중 서스펜스를 택했고, 어려운 배경을 택해 가다보니 당연히 가지지 않은 영역에 대한 도전이 됐다. 제가 잘하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걸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개인의 발전 외에도 작게나마 한국영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그래서 비주얼, 장르, 음악을 가진 영화를 하게 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파수꾼'의 영향이기도 하다. '파수꾼'에서 하지 않은 것을 했다. 어려운 도전에서 얻은 게 많다. 다음 작품에서는 '파수꾼'에서 잘했던 것을 다시 펼쳐보이고 싶기도 하다. 드라마, 내러티브 위주의 영화에 대한 갈증이 생겨나기도 한다."

-프라이머리가 음악을 맡아 다양한 음악을 들려줬다. 파격적인 음악을 하게 된 이유는?

"영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말하고 감정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것 말고 영화가 표현하는 게 뭘까. 내가 잘할 수 있든 못하든 해보고 싶었다. 성공을 하든 설사 실패를 하든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두고 다른 영역을 만들어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영상 반 사운드 반이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운드에서 크게 차지하는 게 음악이다. '파수꾼'에서는 그것을 배제하고 표현 감정 대사에 집중을 했다면, 이번에는 그것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 '파수꾼'은 음악이 거의 없다. 3~4번 밖에 안 나온다. 이번엔 의도적으로 음악을 많이 썼다. 공부도 많이 했다. 같이 공부하면서, 기성 음악감독이 아닌 대중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와 함께하고 싶었다. 같이 발전하면서 음악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했다."

-'파수꾼'과 정 반대가 '사냥의 시간'이라면 그 다음엔 정반합처럼 양쪽을 결합하는 건가? 이르긴 하지만 차기작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엄청난 비전이 있다기보다, 머물러있고 싶지 않은 성격인 것 같다. 과거의 것을 무시하지는 않는데,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싶은 사람이다보니까. 개인 자체가 거기에서 큰 의미를 찾기도 하는 편이다. 자연스럽게 그게 결합이 되어가는 환경이 될 것 같다. 의도적인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을까."

▲ '사냥의 시간' 스틸. 제공|넷플릭스
-잠시 언급했지만, 다양한 도전을 하는 데는 한국영화 다양성이 위축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 됐나?

"문제의식까지 이야기하는 건 좀 건방진 것 같다. 그보다는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개인의 바람에서 시작했던 것 같다. 드라마나 내러티브 중심의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세계 어디보다 영화가 활성화돼 있고 많은 영화, 흥미로운 영화가 나오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라고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보지 않은 영역에서 하고싶다는 바람이 컸다. 한국영화에서 이런 영화가 나오면 어떻게 반응할까 거기에서 시작한 부분도 있다."

-'파수꾼' 당시 졸업작품을 만드는 열악한 환경에서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번엔 어땠나. 제작을 겸하기도 했는데.

"당시 그런 이야기를 했던 이유는 책임감을 강조하고 싶어서였다. 한 테이크 더 가면 스태프가 한숨쉬는 것 같고, 누가 욕을 먹고 싶겠나. 하지만 영화 책임감이 있다면 감독 입장에서 한번 욕을 먹더라도 이해를 구하고 한 번 더 가야 한다는 차원이었다. 일부분 그런 생각에 동의는 하지만, 영화를 찍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 그 안에서 든 생각은 '정확하게 빨리 찍어야 한다는 것'이어서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점점 발전해 나갔다. 밤이 너무 짧더라. 밤이 많은 영화인데 스태프가 쉬는 시간을 보장해야 하기에 실질적으로 찍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욕심부리기보다는 정확히 내가 무엇을 찍는지 명확해야 했다. 이전엔 현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면, 이번에는 찍어가는 과정에서 정확하게 '이렇게 찍자'로 바꿔갔다.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변화하는 환경, 스태프의 처우를 당연히 생각해야 한다. 그런 책임감이 분명히 필요하고, 자본에 대한 책임감도 필요하다. 현재로선 그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도전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나.

"어떤 감독이든 본인 영화가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는 감독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지 내색하느냐 하지 않느냐일 뿐. 대부분 아쉬울 것이고 필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고 그리고 그래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가는 거니까. 100%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만족하는 건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 해보지 않았기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파수꾼'은 제가 잘하는 영역이라 덜 최선을 다했다면 이건 이건 말도 못하게 최선을 다했다. 후천적으로 만들어가야 했으니까."

-'사냥의 시간'이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배우들과 함께 다녀왔는데 어땠는지.

"사회 드라마나 정치성 뚜렷한 색채가 있는 영화가 가는 영화제라 베를린에 초청돼 의외라는 생각이 컸고 불안감도 컸다. 저는 판타지 영화제를 생각했다. 베를린과 어울리는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경쟁 다음 섹션이라 상영하는 게 맞나 의문도 들고, 비판적으로 보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베를린이 워낙 냉정한 영화제로 알려져있기도 하다. 집행위원장도 '여기서는 예의상의 박수는 안 친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중간에 다 나간다'고 경고를 몇 번을 하더라. 영화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나 했을 정도로. 상처받을까봐 연연하지 말라는 차원이더라. 굉장히 불안감을 가지고 상영했는데, 1600명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는 게 느껴졌다. 함께 보니 전혀 다른 영화로 느껴지더라.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었다. 한 사람도 안 나가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배우들이 무대로 나올 때까지 박수를 보내주셨다. 배우들 눈시울이 불거지더라. 그 모습을 보고 저도 감동을 받았다."

▲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제공|넷플릭스
-약 10년 만의 새 영화가 세상에 나왔다. 극장개봉이 아니라 넷플릭스로 공개됐는데 투자사와 해외세일즈사 간 분쟁 등 마음고생이 컸을 것 같다.

"의도치 않게 시간이 지났고 이러다가 영화 못 찍는 게 아닌가 불안감 속에 지냈다. 개봉 과정에도 우여곡절이 있어서 굉장히 불안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할 수 있어서 기쁘고 한편으로는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190개국 동시에 보여지고 한국 외에 전세계적으로 보이는 기회라 개인적으로는 설렌다.

-비주얼이나 사운드 모두 극장에서 보면 좋겠다 싶은 작품인데 아쉬움은 없나.

"넷플릭스와 극장 영역에서 변화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냥의 시간'이 극명한 변화의 계기가 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아쉬움보다는 개인적으로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대가 더 크다. 덧붙여서 말씀드리면, 대사가 거의 없고 화면과 사운드에 공을 들였기 때문에 사운드가 가진 수많은 질감을 잘 느낄 수 있게 큰 TV나 스피커 시설이 있는 환경에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그렇게 보셨으면 좋겠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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