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이동원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민경 기자]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잠실야구장에서 한 번은 던지고 싶었어요."

두산 베어스 우완 파이어볼러 이동원(27)에게 2020년은 이미 특별하다. 2012년 육성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그토록 꿈꿨던 잠실 마운드를 밟았다. 지난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치른 청백전에서 4번째 투수로 나서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최고 구속 156km를 자랑하며 파이어볼러의 힘을 보여줬다. 

큰 한 걸음을 내디뎠지만, 크게 기뻐하긴 일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군에서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눈에 띄게 좋아진 것도 맞다. 던질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계속 마운드에 서게 해서 지켜보려고 한다. 계속 연타(연속된 호투)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원은 27일 인천에서 치른 SK 와이번스와 연습 경기에 3번째 투수로 나섰다. 올해 첫 1군 상대 경기, 이동원은 최고 구속 154km에 이르는 직구를 앞세워 1이닝 무실점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3타자 모두 범타를 유도하며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1군 상대 첫 호투였다.

이동원은 2017년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에서 1군을 상대한 적은 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9회 등판해 최고 구속 158km를 기록하며 감탄을 자아냈지만, 12구 중에 스트라이크가 단 2개일 정도로 제구가 흔들렸다. 이동원은 2타자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를 만든 뒤 나지완 타석 때 폭투를 저지르자마자 이현승과 교체됐다.  

김원형 두산 투수 코치는 3년 만에 전혀 다른 결과를 낸 이동원에게 "2군에서 제구나 밸런스를 워낙 잘 만들어서 (1군에) 올라왔다. (올해) 1군 첫 경기를 나갔는데, 마운드에서 조금 긴장했지만 자기 공을 던졌다. 이런 경기를 앞으로 계속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계속해서 이동원이 안정감을 보여준다면, 두산은 불펜을 운용하기 훨씬 수월해진다. 팽팽한 상황에서는 제구가 흔들릴 위험이 크지만, 추격조로 시작해 지금처럼만 던져줘도 마운드에 힘이 된다. 또 다른 파이어볼러 김강률(32)의 복귀 속도가 더딘 편이라 더더욱 그렇다. 

볼 판정에 흔들리지 않고, 기복을 줄여나가는 게 마지막 숙제다. 김 감독이 이동원을 지켜보는 동안 누누이 강조한 점이다. 지금처럼 자기 공을 던져 한 타자, 한 타자를 막아낸다면 정식으로 잠실 데뷔전을 치르고 1군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날도 곧 올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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