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과 NC의 개막전은 ESPN으로부터 미국 전국 중계를 탄 역사적인 경기로 남았다 ⓒESPN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역사적인 날이었다. KBO리그가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생중계 전파를 탔다. 현지 시간으로 한밤에 방송됐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는 등 뚜렷한 가능성을 엿봤다.

미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은 현지 동부시간 5일 자정부터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NC의 경기를 특집으로 방송했다. ESPN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경기장을 비추며 KBO리그의 개막을 반기는 동시에, 팬들의 이해를 도울 만한 다양한 콘텐츠와 해설로 KBO리그를 접하게 된 흥분을 숨기지 않았다. 

ESPN은 KBO리그 해외 중계권 사업자인 에이클라 미디어그룹과 꾸준히 협상을 한 끝에 4일 생중계를 확정했다. 매일 1경기씩이 ESPN 전국 방송을 통해 소개된다. 에이클라 미디어그룹은 ‘KBO리그 콘텐츠의 미국 진출’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를 했고, ESPN도 당초 제안보다 일정 부분 양보를 한 끝에 타협점을 찾았다. 역사적인 KBO리그 미국 중계가 성사된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메이저리그(MLB) 개막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야구에 목이 마른 팬들을 위해 KBO리그를 ‘킬러 콘텐츠’로 선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런 만큼 준비도 예상 외로 철저했다. 짧은 준비 시간에도 불구하고 개막전부터 많은 것을 담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 경기 전 대략적인 KBO리그의 정보를 소개하며 이해를 도운 ESPN ⓒESPN
ESPN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자사 홈페이지에 KBO리그를 소개하는 여러 콘텐츠를 올려 미국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방송 중계에도 적잖이 신경을 썼다. 비록 코로나19 사태로 캐스터와 해설자들이 모여 스튜디오 중계를 하지는 못했지만 채널을 대표하는 간판 캐스터인 칼 래비치가 자택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의 짝으로는 에두아르도 페레즈가 해설로 나섰다. MLB 전국 중계진을 방불케하는 수준이었다.

ESPN은 경기 1시간 전부터 KBO리그에 관련된 영상을 송출했고, 경기 전에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하나로 뽑히는 에릭 테임즈(NC)와도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공을 들였다. 테임즈는 생방송에 출연해 KBO리그의 역동성과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며 팬들의 이해를 도왔다. 더불어 NC의 코칭스태프와 한국 팬들에게 감사한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에이클라 미디어그룹 또한 부족한 준비 시간에도 불구하고 선수 이름 및 경기 양상 자막을 모두 영문으로 제공하는 등 발 빠른 행보로 미국 전역 중계를 도왔다. 타일러 살라디노(삼성)와 마이크 라이트(NC)의 현장 인터뷰는 ESPN을 통해 생생하게 방영됐다. 

▲ 에이클라 미디어그룹은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경기 송출을 마무리했다 ⓒESPN
투수들의 구속은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마일(mile) 단위로 환산하는 등 세밀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연결 과정이 복잡한 위성이 아닌, 광케이블로 전송하는 등 노력과 신경을 기울인 덕에 방송 딜레이는 초 단위였다. 정운찬 KBO 총재는 영어로 직접 인사말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대구에 비가 내린 관계로 경기가 다소 늦게 시작됐지만 ESPN은 경기를 끝까지 방영했다. 현지 동부 시간으로 새벽에 열린 경기였음에도 팬들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호응했다. 주(州)에 야구단이 없는 노스캐롤라이나(NC)의 여러 팬들은 “이제 NC가 우리 팀”이라는 반응을 남겼고, 모창민의 배트 플립은 내내 화제가 됐다. KBO리그 역사에 획을 그은 하루였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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