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PN의 전국 중계를 탄 삼성은 자사 대표 브랜드의 광고 효과를 누렸다 ⓒ삼성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미국에서 가장 큰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은 5일(한국시간)부터 KBO리그를 매일 1경기씩 생중계한다. KBO리그의 해외 중계권 사업권자인 에이클라 미디어 그룹과 개막 직전 극적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메이저리그(MLB)가 멈춰선 가운데, ESPN은 현지 팬들의 야구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KBO리그를 선택했다. 반응은 생각보다 더 괜찮다. 현지 시간으로 늦은 밤, 혹은 새벽에 진행되는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ESPN 중계를 통해 KBO리그를 접한 현지 팬들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리그 위상 재고 측면에서 긍정적인 일이다.

ESPN은 자사 채널을 통해 KBO리그를 전국 생중계한다. 5경기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SPOTV가 중계하는 2경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그래서인지 공교롭게도 ESPN의 첫 주 선택은 LG와 삼성에 몰렸다. 첫 주차 일정을 보면 LG와 삼성이 각각 3경기씩 전파를 탄다. 

ESPN은 5일 개막전으로 삼성과 NC의 경기를 중계한 것에 이어, 6일에는 두산과 LG의 경기를 편성했다. 7일은 다시 대구로 넘어가 삼성과 NC전을 중계하고, 8일은 삼성-KIA전, 9일과 10일은 LG와 NC의 경기를 중계한다. 자연히 '원래는 없었을' 부수적인 홍보 효과에도 관심이 몰린다.

삼성과 LG는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전에서는 서로 경쟁하기도 한다. 두 기업 모두 이제는 전 세계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메이커가 됐지만, 소비자들을 선택을 받기 위해 여전히 어마어마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한다. 그런데 야구를 매개체로 팬들에게 공짜 홍보를 할 수 있는 셈이 됐다.

특히 삼성의 경우는 헬멧에 자사 대표 상품의 광고를 붙이고 나온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도 곳곳에 자사 상품 광고가 있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노출만으로도 분명한 이득을 본다. LG는 삼성만큼 북미 시장에서 밀어볼 만한 상품 광고가 많지는 않지만, 전국 중계에서 모기업 이름이 계속 불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ESPN의 이번 주 KBO리그 생중계 일정 ⓒESPN

이번 주는 삼성과 LG지만, 다음 주 편성에는 다른 팀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북미에서 시장 점유율을 점차 높이고 있는 KIA는 미 프로농구(NBA) 등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왔다. 역시 ESPN 중계로 득을 볼 수 있는 기업이다. 한화와 두산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마케팅을 한 역사가 있다. 

한편으로는 ESPN도 광고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만큼 북미에서 활동하는 기업 위주로 편성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현지 법인에서도 야구를 통한 자사 마케팅 활동에 고민을 가지고 있을 법하다. KBO리그의 ESPN 중계가 만든 이색적인 광경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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